[서지홍 칼럼] “촛불의 크기는 큰 횃불이 되어 들끓을 것”

소정현 / 기사승인 : 2016-12-26 1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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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서지홍.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정치를 예로 든다.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꼭 정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모이면 어떻게 형태로든 정치적 행위가 필요하다. 지난 123일 밤, 서울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서는 200만이 넘는 촛불을 든 것도 정치의 일부분일 수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도 사내 정치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정치는 역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가장 중요한 몫이다.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인간사회 속에서 언어와 생각을 교환하고 공적인 일에 참여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하다.
공자(孔子)도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정치적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기도 했다. 공자는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기본 원칙을 가르쳐 준다. 즉 위정이득(爲政以得) ‘덕으로 정치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덕은커녕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당리당략, 편 가르기 등 신선한 정치를 오물로 물들이고 있다. 정치가 오히려 모리배의 집단처럼 변질되어 가고 있다.
덕을 기초로 정치를 하면 마치 북극성(北極星)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모든 별이 그를 중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도는 것과도 같다고 덧붙인다. 우리가 정치하는 사람들을 위정자(爲政者)라고 하는데 그 말뜻이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編)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를 힘이나 권모술수로 하지 말고 덕을 가지고 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덕은 없고 치장과 사치만 있었다.

촛불을 든 것도 정치의 일부분

비선실세의 상식 이하의 행위에 200백만 촛불을 들었다.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치는 함성이 전국에 울려 퍼졌다. 검찰은 최순실과 안종범, 정호성을 비롯한 대통령 측근이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기밀누설 등 국정농단의 죄로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공범으로 적시하고 입건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재직 중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는 박 대통령에게도 국민과 나라에도 오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 배신의 정치에 허탈하고 참담한 신정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측은 어느 것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 발표를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은 탄핵이 국회를 떠나 헌법재판소에서 그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퇴진을 질서 있게 추진하는 민주적, 법적 절차에 승복하는 인내심을 발휘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는 역사가 가르쳐 준대로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을 이기는 제왕은 없다는 진리에 따라 시간은 결국 국민의 편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234(78%)라는 압도적으로 탄핵이 가결되었다. 이제 그 후가 문제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헌법 71조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 황교완 국무총리가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런데 야권은 나라와 국민보다 다가오는 대선에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당리당략 때문에 국민은 없고 오직 대통령이 되겠다는 길만 내다보고 있다. 여야 간에도 의견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하야 후 2개월 이내 대통령선거(헌법 682)를 의식한 차기 야권 대권주자들은정권교체와 집권의 결정적인 왔다고 성급한 판단을 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국회에 탄핵되고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완 총리로 국정전반의 국정운영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청와대가 무너지고 청와대만 바라보던 관료사회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만일 헌재 탄핵결정이 앞당겨지면 2개월 안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한다.
국정운영시스템 대수술해야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뜯어 고칠 것인가?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인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남용 등 국정농단으로 무너진 국정운영시스템을 어떻게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다. 돌이켜보면 87년 체제 성립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국정운영 개조를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를 해결 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 ‘내각책임제또는 이원집정부제등 여러 의경이 개진됐지 말잔치만 벌리다 끝났다. 심도 있는 논의와 국민적 의견통합을 위한 진지한 노력한번 제대로 해보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떠들기만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오늘과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이란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5년 단임제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 고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오늘과 같은 국정혼란의 기회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적 대통령 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1987년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당리당략에 의해 조기대선에 목숨을 거는 야당이나 여당의 새누리당의 친박, 비박 간의 싸움에 몰두해 개헌의 화두는 뒷전으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시스템의 결함을 깨닫게 하고 이를 뜯어 고치기 위한 헌법 개정의 호기를 만들었다. 더욱 개헌에 민감한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여야 대권후보자가 정해지지 않는 이 시점이 역설적으로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는 개헌작업을 해 나가기는 최적기가 아닌가 싶다.
1987년 체제 이후 우리나라가 열린 민주국가가 되었지만 국정운영시스템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것 말고 여전히 독재시대의 권위적인 국정운영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을 운영하는 지도자들의 의식과 행태가 권위주의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회에서 탄핵을 받아 대통령으로써 권위를 상실했고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탄핵이 기각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수많은 민심이 탄핵을 기각하게 만든 것과 관련해 국회 친박들과 박 대통령 지지모임 등에서 박 대통령의 재기를 도와 줄 것이라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미 뿔이 난 민심은 헌재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촛불의 크기는 아마도 더 큰 횃불이 되어 전국에 들끓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난국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혼란으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 이런 점에서 헌재의 탄핵이 하루 속히 판결이 나거나 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길만이 나라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지금은 무엇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결정인지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슬기롭게 이 난국을 헤쳐 가는데 지혜를 모아야 될 것이다. 몰락하는 경제, 무너져 내리는 서민의 삶을 생각하면 여야 정치권은 가장 먼저 국민을 보고 난국을 헤쳐 가는 길을 하루속히 열어가야 할 것이다.

* 칼럼제공 : 서지홍 칼럼니스트
* 정리 : 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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