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심장운동 혼란 속으로’

정상연 한의사 / 기사승인 : 2018-01-11 09: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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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보다 빨리 뛴다면 ‘빈맥’ 늦게는 ‘서맥’


심장근육 ‘순차 운동’ 전기신호 전달체계가


심장박동 정상 주기에서 일탈하면 ‘부정맥’


▲ 2개의 심방은 심장으로 피를 받아들이는 곳이고, 밑에 있는 2개의 심실은 심장에서 피를 뿜어내는 곳이다.
▲ 2개의 심방은 심장으로 피를 받아들이는 곳이고, 밑에 있는 2개의 심실은 심장에서 피를 뿜어내는 곳이다.

● 성인 주먹보다 작고, 혈액 공수 역활


부정맥만큼 이름이 어려운 질병이 있을까? 심장의 운동이 매우 정교하기 때문에 부정맥은 여러 가지로 구분이 된다. 심전도 검사를 하고서 부정맥을 진단받았을 때 본인이 어느 부정맥에 해당하는지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외계 용어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심장이 뛰는 원리를 간략하게 이해하기만 하면 본인의 부정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이해하게 된다. 적어도 내 병은 내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의 심장을 살펴보면 성인 주먹보다 약간 작은 크기이고, 총 중량은 250~300 g이다. 이 조그마한 장기가 신체 모든 곳에 혈액을 보내주는 엔진역할을 맡고 있다.


심장은 1분에 60에서 90회 박동운동을 하며 혈액을 뿜어내는데, 1회 박동에 50~100 mL의 혈액이 분출되며, 하루 동안 뿜어나오는 혈액의 양을 계산하면 그 양이 6,000~7,000 L에 달한다.


이렇게 중요하고 고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심장의 근육이 정해진 리듬대로 힘껏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심장에 문제가 생겨 박동이 정상 주기에서 벗어나게 되면, 심장이 혈액을 몸 구석구석으로 공급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부정맥이라 칭한다.


▲ 심장 운동의 리듬이 깨지는 상황이 생기면 당연히 심장운동도 어긋난다. 바로 전기 전달을 바탕으로 한 부정맥의 정의이다.
▲ 심장 운동의 리듬이 깨지는 상황이 생기면 당연히 심장운동도 어긋난다. 바로 전기 전달을 바탕으로 한 부정맥의 정의이다.

부정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심장의 간단한 구조를 알아야 한다. 심장은 상하좌우 4개의 구획으로 나뉘어있다. 위칸을 심방, 아래칸을 심실이라고 부르는데, 왼쪽에 있으면 좌심방, 좌심실이 되고 오른쪽에 있으면 우심방, 우심실이 된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위에 있는 2개의 심방은 심장으로 피를 받아들이는 곳이고, 밑에 있는 2개의 심실은 심장에서 피를 뿜어내는 곳이다.


각각의 공간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로 협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신호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심장이 택한 방법은 전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내어 심방과 심실이 신호를 주고받게 한 것이다.


위칸에 있는 심방에서 전기를 만들어 낸다. 그곳에서 발생한 전기는 심방의 근육을 수축시키고 밑에 심실로 흘러 내려와 심실을 수축시킨다. 이렇게 심장은 심방에서 심실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심방을 포함한 심장 내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하거나, 전기 신호 경로에 문제가 발생하여 심장 운동의 리듬이 깨지는 상황이 생기면 당연히 심장운동도 어긋난다. 바로 전기 전달을 바탕으로 한 부정맥의 정의이다.


▲ 예정된 것보다 미리 수축이 발생하는 ‘심실조기수축’과 ‘심방조기수축’을 포괄하여 ‘기외수축’이라고 부른다. 시기를 벗어난 수축이라는 말이다. 심장두근거림으로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한의사로부터 자주 듣는 기외수축이라는 말이 바로 이 뜻이다.
▲ 예정된 것보다 미리 수축이 발생하는 ‘심실조기수축’과 ‘심방조기수축’을 포괄하여 ‘기외수축’이라고 부른다. 시기를 벗어난 수축이라는 말이다. 심장두근거림으로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한의사로부터 자주 듣는 기외수축이라는 말이 바로 이 뜻이다.

● 부정맥이 유발된 원인과 치료방향


부정맥에 있어 역학조사는 매우 힘들지만, 가장 흔한 유형을 꼽자면 ‘심실조기수축’을 들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75세 이상의 인구에서 69%나 심실조기수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심실조기수축’이라는 말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천히 살펴보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의 위칸인 심방에서 전기신호가 발생하여 아래칸 심실로 전달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 하였다. 그런데 심실도 스스로 전기신호를 일으키는 능력이 있다.


심실은 피를 심장밖으로 내보내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심방에서 전기가 꺼진 위급한 상황에서 심실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기특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실에서 전기신호가 만들어지면 심실이 예정보다 먼저 수축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를 두고 심실이 일찍 수축한다고 해서 ‘심실조기수축’이라 부른다.


물론 심방에서도 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전기 외에 비정상적인 전기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면 심방이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수축할 수 있다. 이를 ‘심방조기수축’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예정된 것보다 미리 수축이 발생하는 ‘심실조기수축’과 ‘심방조기수축’을 포괄하여 ‘기외수축’이라고 부른다. 시기를 벗어난 수축이라는 말이다. 심장두근거림으로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한의사로부터 자주 듣는 기외수축이라는 말이 바로 이 뜻이다.


심장이 정상보다 늦게 뛰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느리다고 해서 ‘서맥’이라 부른다. 보통 분당 50회 이하로 심장이 뛸 때 진단한다.


서맥이 발생하는 이유는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심방의 전기생성 빈도가 정상보다 줄어들 때 생긴다. 전기를 생성하는 심방의 특정 부위를 동(sinus)결절이라고 한다. 어떠한 이유로 동(sinus)에서 전기 생성이 지연되면 자연스럽게 심장박동도 느려진다. 이러한 부정맥을 ‘동기능부전증후군’이라 말한다.


서맥이 발생하는 또 다른 상황은 심방에서 전기가 정상적으로 발생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이다. 즉 전기가 심실로 흐르는 과정이 방해를 받으면 심실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심장의 박동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를 심방과 심실이 차단되었다는 뜻의 ‘방실차단’이라 부른다.


이러한 서맥성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은 치명적이지 않아, 본인이 부정맥을 갖고 있는지 인지하는 정도가 매우 낮다.


그러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늦게 뛰면 주요 장기에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부족해 무기력증이나, 피로, 운동능력 감소 등이 쉽게 발생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실신이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니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부정맥 진단 용어를 하나씩 이해하면 해당 부정맥이 유발된 원인과 치료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절반을 차지한다.
▲ 부정맥 진단 용어를 하나씩 이해하면 해당 부정맥이 유발된 원인과 치료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편 심장이 정상보다 더 빨리 뛰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빈맥’이라 부른다. 빈맥이 발생하는 것은 심장에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매우 많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그 원인이 되는 부위가 심방이면 ‘심방성빈맥’, 심실이면 ‘심실성빈맥’이다.


심방성빈맥은 심방세동과 심방조동 두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이 두 가지는 사촌과 같은 관계이므로 여기서는 굳이 나눠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에서는 심방 내부 이곳 저곳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분당 300회 이상 발생한다. 심장도 살기 위해 이러한 전기 신호를 모두 심실로 내려보내지는 않고 최대한 추려서 전달한다. 결국 심실도 분당 150회 정도의 수축을 한다.


심장이 이렇게 빠르게 운동하면 혈액을 내보내는 효율이 떨어져, 다른 장기에 혈액이 부족해지기 쉽다. 심장 자체도 수축에 과도한 에너지가 소모되어 결국 허혈상태가 되기 쉽다.


빈맥의 또 다른 분류인 ‘심실성빈맥’은 심실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많이 발생해 심실이 필요이상으로 더 수축하는 것이다. 위에 설명한 심실조기수축의 심화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만일 심실성빈맥의 상황이 더 악화되면 심장마비라고 불리는 ‘심방세동’이 발생된다. ‘심방세동’은 심실이 너무나도 빠르게 운동을 하여 마치 파르르 떨리는 것처럼 보이며, 물론 심장에서 혈액을 뿜어내는 능력도 거의 사라지게 된다.


심장의 부정맥은 심전도검사로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다. 심전도 검사는 100년 전 Einthoven이 발명했는데, 당시의 심전도 기록과 현재 심전도 기록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고안된 기계이다.


검사 과정도 간단하여 길게 잡아도 10분이면 완료된다. 또한 요즘은 기계의 성능이 좋아 심전도 기록지를 자동으로 해석해준다. 단지 1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려운 것은 용어의 설명 뿐이다.


하지만 부정맥 진단 용어를 하나씩 이해하면 해당 부정맥이 유발된 원인과 치료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절반을 차지한다. 더 이상 부정맥 용어에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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