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고등법원 재판부를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하기도 해"

[일요주간=구경회 기자] "사법개혁을 위한 고위법관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창원 성산구)는 8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지방법원장을 문제법관 관리를 위한 심부름꾼으로 삼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법원행정처의 문건을 공개하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법관의 뒷조사를 하고도 지방법원장들에게는 이에 대해 익명의 제보를 통해 합법적으로 얻은 정보라고 속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이 같이 말했다.
노 원내대표가 공개한 해당 문건의 주요 내용을 보면 ▲지방법원장은 사법행정 경험이 부족하고 해당법원 사정을 잘 모름으로 행정권 행사에 있어 구조적 허점이 있다. 그러므로 법원행정처가 비공식적으로 법관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한다. 다만 비공식적 정보수집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법관사찰', '재판개입' 등 큰 반발이 예상되므로 철저한 보안 유지 필요하다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한 정보수집 방법으로 '거점법관을 통한 정보수집', '전산 시스템을 통한 정보수집', 'SNS, 게시판 리서치를 통한 정보수집', '변호사회, 공판검사를 통한 정보수집', '일반직 라인을 통한 정보수집' 방법이 있다 ▲'법원 운영관련 사항 기타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 문제법관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직접 대응 방안을 담당하여야 한다' ▲'문제법관에 대해서는 법원장이 사무분담 수정, 비공식적 경고, 방 배치 변경 등의 방법으로 조치하도록 하게 하여야 한다' ▲'비공식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지방법원장에게 조치를 요구하기는 어려우므로, 익명의 제보 시스템으로 수집한 정보라고 거짓 설명을 해야 한다' 등의 충격적인 내용들이 수록돼 있다.
이와 관련 노 원내대표는 "양승태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처의 의견과 대립되는 견해를 내놓은 판사를 문제법관으로 지목하고 대응 방안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그 방법이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문제법관의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동료판사 · 참여관 · 실무관의 페이스북도 뒤져 문제법관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렇게 불법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지방법원장에게 전달할 때는 익명의 제보를 통해 합법적으로 얻은 정보라고 거짓말을 하자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전략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을 동원해서 지방법원장이 문제법관에 대해 사무분담 수정 · 비공식적 경고 · 방 배치 변경 등의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게 하자는 것이었다"며 "이는 법원행정처가 지방법원장을 기만하고 문제법관 관리를 위한 심부름꾼으로 삼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고위법관들마저 기만했던 법원행정처의 과거 행적에 대해 조속한 검찰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개된 문건을 통해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사건을 담당한 고등법원 재판부를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세훈 사건 환송 후 당심 심리방향'이라는 문건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과정에 불협화음이 있으니 공판진행사항을 알아보라고' 지시해 서울고등법원 소속판사로 추정되는 자가 작성한 보고서인데, 원세훈 사건의 재판장과 주심판사의 통화 내용이 담겨있다"며 "여기에는 외부에 노출되면 절대로 안되는 재판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공모관계에 대한 재심리 여부, 석명준비명령에 대한 요지, 보석결정에 대한 내용 등 재판부에 소속된 판사들만 알고 있어야 하는 비밀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이 문건은 법원행정처의 스파이 노릇을 하는 소위 '거점법관'이 재판장과 주심판사의 전화통화 내용을 엿듣고 보고서를 작성해 법원행정처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장의 재판 진행에 대한 판단정보를 빼내는 행위는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사항이다. 양승태 법원행정처의 이와같은 사법농단은 정말 기가찰 노릇이다"고 성토했다.
마지막으로 노 원내대표는 "어제(7일) 법원장 회의를 통해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부 차원의 검찰 고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내린 점이 매우 안타깝다"며 "지금은 사법개혁을 이루기 위해, 고위법관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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