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에 이어 요즘은 정부부처 특수활동비 삭감문제가 한창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정부가 내년도 특수활동비를 9% 정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과거 10년 동안 정부가 지출한 비공개 예산자료를 보니 일반예산을 특수활동비로 전용해서 쓰는 경우가 발견됐다.
특수활동비를 줄이는 척 시늉만 했다가, 나중에 일반예산을 슬쩍 특수활동비로 또 다시 전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감사원이 지난해 특수활동비 4억 원을 전용해 4대강 감사에 투입한 게 논란이 됐다. 감사원을 포함해 정부의 특활비 관련 전용사례는 지난 10년 간 6개 부처에서 12건에 17억여 원에 달했다.
특히, 이 중에는 일반예산을 받은 뒤 영수증처리가 필요 없는 특활비로 전용한 사례도 3건 포함됐다. 검찰은 운영비 등으로 배정된 4억 3천만 원을 국민생활침해사범 단속을 위한 특활비로, 또 출입국관리와 범죄예방예산 6천7백만 원을 수사지원 특활비로, 국방부도 해외파병활동 운영비 627만 원을 특활비로 돌려썼다.
하지만 예산의 성격이 바뀌면서 실제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일반예산을 특수활동비로 옮기는 것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투명성에서 큰 문제가 된다.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내년도 정부기관 특수활동비 총액은 올해보다 9.2% 줄어든 2876억 원으로 ‘쥐꼬리 감축’이란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예산전용을 통한 특수활동비 편법 증액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이든 지방자치단체든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물론 전용에도 예외규정은 있기는 하나, 당초 목적과 달리 사용될 수는 없다. 예산집행에 있어서 공공기관들의 잘못된 오랜 관행 중 하나가 예산불법전용이다. 감사원과 정부종합감사, 지방자치단체의 자체감사 실시 결과들을 보면, 이 같은 불법행태는 해마다 적발되고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 특수활동비라는 것은 청와대, 국회, 정부부처에서만 편성·집행되는 예산으로 현금으로 사용해도 영수증이 필요 없어, 이미 신의 쌈지 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특수활동비가 세간의 화제가 되자, 주위에서 이런 눈 먼 돈을 한번 써봤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못된 정치권과 행정기관이 자칫, 선량한 국민들까지 다 버려 놓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이 앞선다. 일확천금과 요행을 바라는 사회, 우려스럽다. 보다 엄격한 기준들이 마련되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몫은 정부부처를 견제하는 국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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