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구경회 기자] 방대한 공공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공공부문 정책연구용역의 공개와 검증이 강화된다.
22일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이하 권익위)는 정책이나 사업의 타당성 확보를 위해 폭넓게 추진되고 있는 정책연구결과에 대한 공개가 미흡한 점을 보완, 연구용역의 관리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 정책연구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에 내년 10월까지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권익위가 781개 기관(중앙행정기관 59개, 지방자치단체 243개, 공공기관 330개, 지방공기업 149개) 대상으로 실태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공부문에서 추진된 정책연구용역은 총 3만3985건으로 규모는 약 2조3631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기간 정책연구용역의 50% 이상(1만7374건, 51.2%)을 차지하는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공직유관단체의 경우 별도의 연구용역 관리규정 없이 용역을 추진해 연구자?과제 심의, 결과평가?공개 등과 관련한 제도적인 공정성 확보장치가 부족했다는 게 군익위의 지적이다.
특히 공직유관단체 연구용역의 상당수가 특정인과의 학술연구 필요성 등을 이유로 수의계약으로 체결됐음에도 수의계약 사유를 심의하지 않거나 증빙?정산 없이 연구비가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는 것.
<연도별 현황 및 기관별 비중>

학술연구 수의계약 기준 5000만원을 초과함에도 경쟁입찰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 체결해야 함에도 C공사는 지난해 3억600만원 규모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컨설팅'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D공사는 2014년 연구용역 추진시 소정의 자문료만 받은 자문진 3명에게도 인건비를 지급한 것으로 처리하고, 해외출장을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유럽과 미국출장비로 3000여만원을 지급하는 등 총 4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경영평가위원 등 직무관련자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사례도 있었다“며 “특정기관?연구자와 지속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연구가 편중되는 경향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책연구용역의 52.6%가 과제이름조차 알 수 없는 등 비공개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특히 5년간 1조2616억원을 쏟아 부은 479개 공직유관단체 용역의 84.5%가 연구목록과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비공개 비율도 44.0%에 달했다“고 연구용역의 허술한 관리를 지적했다.
일례로 E연구원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소속연구원이었던 A대 교수에게 10건(4430만원), B대 교수에게 7건(2950만원)의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F시설관리공단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수행한 경영평가위원(평가연도는 2014~2016년도)에게 2015년 4100만원 규모의 '조직 및 인력진단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인 G연구원은 연구과제평가위원회 심의절차없이 경영평가 총괄간사로부터 소개받은 업체와 2016년 1600만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연구결과를 평가하는 검수단계에서 기존연구와의 중복?유사여부 검토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공개기준이 아예 없거나 구체적이지 않았고 계약방식, 계약금액, 연구자정보 등 세부계약정보를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기 어려운 용역도 다수 있었다“면서 “표절과 같은 연구부정이 발생해도 용역비를 그대로 집행했고, 현행 연구유사성 검증시스템의 검사범위도 넓지 않아 정책연구용역과 학술논문, 빅데이터 등과의 폭넓은 비교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수의계약 사유의 적절성 심사, 연구비 증빙?정산 제도화 등을 포함해 연구용역 관리규정을 정비하도록 공직유관단체에 권고했다.
경영평가기간 전후 연구용역 수주를 제한하는 등 경영평가위원의 용역수주에 대한 이해충돌방지기준도 마련하도록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기관홈페이지와 공개시스템에 연구결과를 공개하고, 공개시스템을 개편함과 동시에 공개가이드라인도 마련하도록 했다.
군익위는 또 검수단계에서 유사성 검증도 제도화하도록 했다. 프리즘, 학술지인용색인 등 유사성검증시스템의 검토결과를 분석해 기존연구와 유사정도가 높은 경우에는 연구비환수, 참여제한 등으로 제재토록 했다. 아울러 연구용역, 학술논문, 빅데이터 등 공공과 민간의 연구결과를 통합해 유사성을 검증할 수 있는 종합시스템 구축도 검토하도록 했다.
권익위 안준호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연구결과가 정책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검증이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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