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4월 혁명 성공의 물줄기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4-24 15: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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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4월, 그 화사했던 봄꽃들이 지자 새 잎 순이 촘촘히 돋아나 산야가 싱그러운 녹색 옷으로 단장했다. 알맞게 비가 내리고 비에 씻긴 대지와 물줄기에 젖은 초목이 더욱 푸르른 계절은 4월 하순임에도 날씨는 시공을 초월한 초여름이다. 이런 계절의 변화는 자연이 보여주는 정연한 질서이다. 그 변화가 물이 흐르듯 순리를 쫓으니 그 물줄기 주변에 사는 만물은 편안한데 우리 인간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는 둑을 쌓는 세력 때문에 흐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4월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분수령인 4·19혁명이 한 갑자(壹甲字60年)를 넘어 처음 맞는 1주년이다. 미완의 혁명으로 불렸던 4월 항쟁은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으며 '4·19혁명'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헌법 전문에 새겨 넣으므로 미완의 혁명을 완성시켰다. 나는 61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난 4·19혁명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가르치는가? 오늘 우리가 성찰해야 할 4월의 정신은 과연 무엇인가에 생각이 깊어진다.

4·19혁명과 관련해 가장 먼저 제기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에 대해 학생들이 분노했고 항의했는가이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4월 혁명은 부정부패로 만연된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 항의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부정선거 규탄은 4·19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이었을 뿐, 젊은 대학생의 분노와 항의의 대상은 이승만 정권의 부당한 장기 집권에 관한 항의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유당 정권의 위헌적인 권력 행사를 겨냥한 헌법 수호적인 민주화 투쟁이었다.

한반도 단독의 합법 이승만 정부는 신생 독립국의 첫 정부로 반공안보는 실현했으나 민주주의는 질식 상태로 몰아간,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지닌 정부였다. 분단과 전쟁, 친일과 반공, 독재와 부정부패 등 수많은 문제점 때문에 이내 구체제의 늙은 정부가 되어버렸다. 가난과 실업의 나락 속에 헤매는 국민에게는 아무런 기대와 희망을 주지 못한 그 가운데, 자유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사사오입이라는 무리수 개헌과 부정선거에 마침내 분노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학생이 주축이 된 혁명은 건국 대통령, 국가수호 정부를 끝내 타도했고, 4월의 승리는 독재의 항구화가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빛나는 승리의 기억은 이후 들어선 민주당 정부가 혁명의 가치와 시대정신을 구현할 제도를 만들지 못했기에 사회는 극도로 혼란하였고 연이어 들어선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4.19항쟁 자체는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4·19혁명은 이후 역사에 학생ㆍ재야 주도의 민주화운동이라는 '큰 물줄'기를 이루어 냈다. 그 정신은 막강한 군사정권을 상대로 한 투쟁에서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신심을 심어줘, 민주주의를 향한 고갈하지 않는 역사적 자원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1980년 광주의 민주화를 거쳐 87년 6월 시민항쟁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 당시 젊은 영혼들의 공동체 문제에 대해 자기희생적 참여는 오늘날 민주주의를 있게 한 '원천(源泉)' 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4·19혁명의 물줄기로부터 출발했던 민주주의의 큰 물줄기가 당시의 젊은 영혼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현재의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61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4.19 혁명정신과 민주주의의 물줄기는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가.

그 위대한 4월의 혁명으로부터 비롯된 민주주의 물줄기에 둑을 쌓는 수많은 장애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작금에 현실에서 물줄기가 막힌 가장 큰 이유는 경제발전에 따른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양극화 때문이다. 경제발전의 열매는 언제나 가진 자들의 몫이었다. 서민은 죽도록 일을 해도 세상을 따라 갈 수가 없는 구조로 틀이 굳어졌다. 정치인들이 단골 메뉴인 민생은 언제나 내 몫이 먼저였고 공정을 외쳤지만, 세상은 불공정했다. 정치는 내 편 네 편의 편 가름과 진영논리가 더욱 심화 되었다.

기존 기득권 세력은 물을 흘렸지만, 신기득권 세력은 흐르는 물줄기에 아예 둑을 쌓았다. 입법, 사법, 행정부에는 내 편 심기로 장악했다. 특히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은 '민주주의 역전'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합법적 독재 옷을 입고 입법독재 정치로 세상을 주물락 펴락하며 자신들은 법 위에 서 있다. 정권수호를 위한 법 제정으로 시민이 문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며 순리의 물줄기에 둑을 쌓았다.

이 유감스러운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성숙한 사회의식이었다. 성범죄, 부동산값 폭등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심판을 받겠다며 당헌을 고쳐가며 나섰지만, 시민들은 냉철한 선택으로 물줄기를 막은 책임을 물었다. 차라리 나서지나 말았으면 자리는 잃지만, 자존은 지켰을 것이다. 보궐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의(民議)에 정치인들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언제부턴가 발육 부전증에 걸린 우리 정치를 바로 세우고 콘크리트 둑을 무너뜨려, 공정, 정의. 평등의 물이 장강(長江)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 엄중한 시대적 소명이다.

현 정권은 예전의 민주당 정권처럼 여대 야소의 의석을 가졌다. 정치 상황은 다소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국회를 장악했다는 것은 그때와 유사하다. 이럴 때일수록 여당은 자기 오만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역사는 항상 오만한 자를 심판하지 않았는가. 현 정권은 4·19혁명에 의해서 탄생된 민주당 정권이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국회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으면서도 정권의 파당 싸움과 지도자의 결단력 부족, 정치력 부재로 국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다가 결국 붕괴되고 만 역사적 사실을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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