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선의 경제프리즘] 휴머노이드 로봇은 공장을 나왔지만, 누가 살 것인가

서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9-28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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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샤오펑 생산라인에서 시작된 중국 로봇산업의 두 번째 시험

 

 

중국 광저우에서 지난 9월 8일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공개됐다. 자동차 생산으로 알려진 샤오펑(XPENG)의 생산라인에서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 한 대가 걸어 나왔다. 샤오펑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IRON’이다. 로봇이 걷는 장면 자체는 이제 새롭지 않다. 중국에서는 로봇이 달리고 춤추고 사람과 악수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 년 사이 휴머노이드의 움직임은 놀랄 만큼 자연스러워졌다. 필자가 이번 장면에서 주목한 것은 로봇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그 로봇이 어디에서 걸어 나왔는가였다.


IRON은 연구실에서 제작한 시제품을 전시 무대에 세운 것이 아니라 자동화 생산라인에서 조립돼 나왔다. 중국 휴머노이드 경쟁을 기술의 문제만으로 보기 어려워지는 지점이다. 샤오펑에 따르면 해당 생산라인의 핵심 공정 자동화율은 80%를 넘는다. 전기차를 생산하면서 쌓은 공급망 관리와 품질관리, 정밀조립 경험을 로봇 제조에 적용했다. IRON은 전신 76개 자유도와 한 손 21개 자유도를 갖추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튜링 AI 칩 3개를 탑재했다. 회사가 밝힌 유효 연산능력은 2,250TOPS다.


샤오펑은 올해 말부터 IRON의 규모 생산에 들어가 우선 자사 매장과 사업장에 배치하고, 2027년부터 중국과 해외시장 판매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연구개발을 지나 대량생산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로봇산업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 로봇의 성능보다 생산을 보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경쟁을 설명하는 기준은 대체로 기술이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걷는가, 손가락을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는가, 사람의 지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는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질문은 달라진다. 한 대를 만드는 데 얼마가 드는지, 동일한 품질의 로봇을 수천 대 생산할 수 있는지, 고장이 났을 때 부품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하루 8시간 이상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기존 설비나 사람을 투입했을 때보다 비용이 낮은지도 확인해야 한다. 결국 마지막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누가 자기 돈을 내고 이 로봇을 살 것인가. 샤오펑의 시도가 흥미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좋은 시제품 한 대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다. 수만 개의 부품을 일정한 품질로 조달하고, 정해진 시간과 원가 안에서 조립해 수천 대, 수만 대를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휴머노이드 역시 결국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관절과 센서, 감속기, 모터, 제어장치, AI 반도체를 하나의 제품으로 묶어야 한다. 연구실에서 시제품 몇 대를 만드는 기술과 같은 품질의 제품을 반복 생산하는 제조기술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거리가 존재한다. 광저우시 과학기술국 역시 IRON을 소개하면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범용성은 향후 실제 적용 과정에서 계속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공식자료에서조차 ‘무엇을 만들었는가’뿐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가’라는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 광저우가 생산을 묻는다면 선전은 현장을 묻는다
광저우에서 생산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선전에서는 조금 다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선전시는 최근 발표한 스마트 로봇 산업 고품질 발전 업무방안에서 휴머노이드와 체화지능 로봇을 산업·서비스·특수환경 등의 실제 현장에 상시 배치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눈에 들어오는 표현이 있다. 단순한 전시나 시범운영을 넘어 로봇을 실제 ‘작업 모드(作业模式)’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선전은 동시에 체화지능의 중요한 병목 가운데 하나인 데이터 확보에도 투자하고 있다. 제조공장과 물류시설, 서비스 현장에서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하는 구조다. 체화지능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텍스트와 이미지만으로 완성하기 어렵다. 로봇이 물건을 집고 옮기다가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리적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양한 작업환경에서 얼마나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앞으로 로봇의 성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보면 광저우와 선전의 역할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광저우가 ‘어떻게 대량으로 만들 것인가’를 시험한다면 선전은 ‘어디에서 실제로 일하게 할 것인가’를 시험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광둥의 제조업 공급망이 있다. 2025년 광둥성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33만6,300대로 중국 전체 생산량의 43.5%를 차지했다. 휴머노이드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아직 초기시장이다. 그러나 모터와 감속기, 센서, 배터리, 전자부품, AI 반도체와 정밀가공까지 넓혀 보면 중국에서 광둥만큼 관련 제조업이 밀집된 지역도 드물다. 필자가 GBA의 휴머노이드 산업을 관심 있게 보는 이유 역시 개별 로봇기업 몇 곳 때문만은 아니다. 로봇을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산업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가를 볼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 중국 정부가 먼저 과열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변화는 기술 현장이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와 체화지능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관련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9월 21일 중국 규제당국이 일부 휴머노이드 기업의 상장 추진 속도를 늦추면서 높은 기업가치와 매출의 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의 질’이라는 표현이다.


로봇기업의 매출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데이터 수집센터나 실증사업, 국유기업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매출과 일반 민간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 돈으로 구매한 매출은 성격이 다르다.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지방정부 측 자금이 초기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는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을 바라보는 데 상당히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앞으로는 ‘몇 대를 팔았는가’보다 ‘누가 샀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정부가 샀는지, 국유기업이 실증사업으로 구입했는지, 아니면 민간 제조기업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계산한 뒤 자체 예산으로 구매했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고 싶다. 첫 번째 주문보다 두 번째 주문이다. 첫 주문은 정책지원과 실증사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본 기업이 같은 제품을 다시 구매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봇이 일정 부분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시장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 아직 공장의 사람을 대신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적지 않다. 로이터가 지난 8월 중국의 로봇 공장과 훈련센터, 기업자료와 정부조달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은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빠르게 발전했지만 실제 작업능력에서는 여전히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사람에게는 단순한 작업도 로봇에는 많은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정해진 환경에서는 작동하더라도 물건의 위치가 조금 바뀌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일부 작업에서는 기존 산업용 로봇팔보다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도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는 이미 150개가 넘는 휴머노이드 관련 기업이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정부기관의 휴머노이드 및 관련 장비 구매액도 최소 2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6,200만 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숫자는 중국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초기시장을 만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정반대의 질문도 가능하다. 정부 구매가 줄어들어도 이 시장은 성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을 판단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 중국 전기차의 길을 그대로 걸을까
현재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을 보고 있으면 몇 년 전 중국 전기차 산업이 떠오른다. 정부가 전략산업을 지정하고 지방정부가 기업을 유치한다. 자본이 몰리면서 수많은 기업이 등장하고 공급망이 빠르게 형성된다. 생산량이 늘면서 부품가격은 떨어지고 기술개발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지나면 경쟁의 성격이 달라진다.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생산원가와 품질, 공급망 관리, 판매망과 현금흐름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


중국 휴머노이드도 조금씩 그 구간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와 휴머노이드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자동차에는 이미 거대한 시장이 존재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있던 자리를 전기차가 빠르게 대체해 나가면 됐다. 휴머노이드는 아직 자신이 들어갈 시장부터 증명해야 한다.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대체할 것인지, 기존 산업용 로봇이 수행하는 작업을 더 유연하게 대신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을 볼 때 로봇의 자유도나 AI 칩의 연산능력보다 다른 숫자에 관심이 간다. 한 대의 실제 생산원가, 하루 평균 가동시간, 고장률, 작업 성공률, 그리고 민간 고객의 반복구매율이다.
이 숫자들이 공개되기 시작하는 순간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실체도 훨씬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 로봇이 공장을 나온 뒤부터가 진짜 경쟁이다
광저우에서 IRON이 생산라인을 걸어 나온 장면은 분명 의미가 있다. 연구실에서 한 대의 로봇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과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반복해서 생산할 수 있는 제조체계를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라인의 가동을 휴머노이드 산업화의 완성으로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샤오펑도 우선 자사 매장과 사업장에서 IRON을 운용하고 이후 외부시장으로 판매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결국 실제 고객이 등장한 뒤부터 더 어려운 시험이 시작된다.


몇 대를 생산했는지보다 몇 대가 외부 고객에게 팔렸는지, 그 로봇이 사람이나 기존 자동화 설비보다 경제적인지, 고장 없이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번째 고객이 두 번째 로봇을 다시 주문했는지를 봐야 한다. 휴머노이드 산업의 승부는 이제 전시장 무대 위에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공장과 물류창고, 매장과 서비스 현장에서 사람이 매일 반복하고 있는 일을 로봇이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그래서 광저우에서 생산라인을 걸어 나온 IRON을 보며 필자가 갖게 된 질문도 결국 하나였다.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확인되기 시작했다. 이제 누가, 왜 자기 돈을 내고 살 것인가.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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