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테라사이언스 회계감리 둘러싼 세 쟁점…234억원 투자·34억원 대여금·법인인감

서정선 / 기사승인 : 2026-09-23 17: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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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코펩은 관계기업 판단, 34억원은 자금의 실질, 법인인감은 미기록 계약·채무 가능성 검증이 핵심
과거 재무제표 작성책임과 외부감사 책임 각각 확인해야…장기화된 회계 불확실성의 객관적 종결 필요
▲ (사진=테라사이언스 홈페이지 갈무리)

 

 

테라사이언스의 과거 재무제표를 둘러싼 회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테라사이언스 주주연대가 관계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미국 바이오기업 온코펩 투자 문제뿐 아니라 과거 대여금 34억원의 회수 과정과 법인인감 관리 문제까지 함께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테라사이언스의 2022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심사를 거쳐 지난 4월 회사와 당시 지정감사인을 대상으로 현장감리에 착수했으나, 이후 다른 긴급 감리업무 처리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감리 중단을 둘러싼 외압 의혹 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연대와 기존 보도를 통해 제기된 개별 의혹은 아직 감독당국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 행위의 위법성이나 책임을 미리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회계·감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안에는 서로 성격이 다른 세 가지 검증과제가 존재한다. 

 

온코펩 사안은 회계판단의 적정성을 묻는다. 34억원 대여금은 자금거래의 실재성과 경제적 실질을 묻는다. 법인인감 문제는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계약이나 의무가 존재하는지를 묻는다. 서로 다른 세 사안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당시 테라사이언스의 재무제표를 뒷받침했던 내부통제와 회계판단, 그리고 이를 검증한 감사증거를 어느 수준까지 신뢰할 수 있었는가.


첫 번째 쟁점, 온코펩 234억원은 어떻게 재무제표에 반영됐나
첫 번째는 온코펩 투자에 대한 회계처리다. 기존 보도에서는 테라사이언스의 온코펩 투자와 관련해 투자지분 약 234억원과 당기손익 약 212억원의 회계처리가 정정됐으며, 그 과정에서 의결권 위임계약의 작성 경위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회계적으로 이 문제의 출발점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28호가 규정하는 ‘유의적인 영향력’이다.


회계기준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하면 유의적인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지분율이라는 숫자만으로 모든 판단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의결권 구조와 이사회 참여, 재무·영업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 당사자 사이의 계약과 약정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회계기준원의 관련 질의회신에서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계약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유의적 영향력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테라사이언스의 관계기업 판단이 의결권 위임계약과 연결돼 있었다면 해당 계약은 단순한 부속문서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의결권과 권리관계 → 유의적 영향력 판단 → 관계기업 해당 여부 → 지분법 적용 → 투자자산 장부금액과 당기손익으로 이어지는 회계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감리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234억원이라는 결과적인 숫자만이 아니다. 2022년 말 당시 테라사이언스와 온코펩 사이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권리관계가 존재했는가. 여기서부터 회계추적이 시작돼야 한다.


계약서의 날짜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의 시간축’
기존 보도와 탄원서에서 제기된 의결권 위임계약의 소급작성 여부 역시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돼야 한다. 회계적으로는 중요한 구분이 존재한다. 나중에 작성된 문서가 이미 보고기간 말에 존재했던 권리관계를 뒤늦게 문서화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권리관계를 사후에 새롭게 만들어낸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때문에 계약서에 표시된 날짜 하나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계약 원본뿐 아니라 당시 이메일과 내부결재, 이사회·주주총회 자료, 법률검토 의견, 회계검토 자료, 상대방 확인, 실제 의결권 행사기록, 회사와 감사인 사이에 오간 질의와 회신 등을 시간순으로 맞춰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증거의 시간축’이다. 언제 만들어진 증거인지, 서로 독립된 자료가 동일한 사실을 가리키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 증거가 2022년 말 존재했던 경제적 실질을 뒷받침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당시 관계기업 분류와 지분법 적용이 적정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 쟁점, 34억원이 입금되면 채권회수는 끝나는가
주주연대가 추가로 확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약 34억원의 대여금 문제는 온코펩 사안과 성격이 다르다. 탄원서 내용에 따르면 과거 경영진 재임 당시 사업상 관계가 있는 업체 등에 약 34억원이 대여됐고, 회수되지 않은 금액에 대해 대손처리가 이뤄진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 이후 감사 과정에서 약 34억원이 회사 계좌에 입금됐지만 당초 거래상대방이 직접 입금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아직 확인돼야 할 사실관계다. 그러나 회계적으로 중요한 원칙은 분명하다.


34억원이 회사 계좌에 들어왔다는 사실과 기존 34억원 채권이 정상적으로 회수됐다는 판단은 같은 명제가 아니다. 회계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돈의 이동만이 아니라 그 돈의 경제적 실질이다. 실제 송금자가 누구인지, 자금의 원천이 어디인지, 원래 채무자와 송금자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제3자가 대신 지급했다면 어떤 법률적 원인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해당 지급으로 기존 채권이 실제 소멸했는지, 회사에 새로운 반환의무나 다른 채무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은 단순한 입금내역 확인에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최초 대여 → 거래상대방 → 자금 사용처 → 회수가능성 평가 → 대손처리 → 34억원 입금 → 실제 송금인 → 자금원천 → 원채무자와의 관계 → 채무소멸 여부 → 최종 회계처리까지 자금흐름을 연결해서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탄원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당초 거래상대방이 직접 송금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감사 과정에서도 자금의 실질적인 출처와 지급 원인을 확인했는지가 중요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쟁점, 법인인감 문제는 ‘63회’라는 숫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법인인감 관리 문제다. 주주연대는 과거 경영진 재임기간 법인인감이 여러 차례 사용됐음에도 인감관리대장에 기록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과정에서 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계약이나 의무가 존재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서도 먼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법인인감의 미등록 사용이 있었다는 주장과 실제로 미기록 부채가 존재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인감 사용횟수 자체가 아니다.


그 인감으로 어떠한 계약과 법률행위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발생한 회사의 권리와 의무가 재무제표에 빠짐없이 반영됐는가. 여기에 회계감리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만약 관리대장에 나타나지 않는 인감사용 사실이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된다면 해당 인감으로 작성된 계약서 원본, 금융기관 조회자료, 법률조회, 이사회 의사록, 소송자료, 이후의 자금지출 등을 서로 대조할 필요가 있다.


차입이나 지급보증, 담보제공, 채무인수 등의 계약이 존재한다면 해당 의무가 장부와 재무제표 주석에 적절하게 반영됐는지도 확인 대상이 된다. 이는 회계감사에서 말하는 부채와 의무의 ‘완전성’ 문제다. 기록된 부채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기록돼야 할 부채가 빠져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사건은 달라도 결국 하나의 회계문제로 모인다

이렇게 보면 세 가지 쟁점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온코펩은 회계판단의 적정성, 34억원은 자금거래의 실재성과 경제적 실질, 법인인감은 미기록 계약·채무 가능성과 재무제표 완전성의 문제다. 하지만 회계감리의 관점에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당시 회사의 내부통제와 재무제표 작성 과정이 적절하게 작동했으며, 외부감사인은 이를 판단하기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했는가.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세 사안을 한데 묶어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온코펩 회계처리에 문제가 확인됐다고 34억원 대여금이나 법인인감 문제까지 자동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반대로 하나의 사안이 적절하게 소명됐다고 다른 회계쟁점까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세 가지 쟁점에는 각각 독립적인 증거와 판단이 필요하다.


재무제표 작성책임과 외부감사 책임도 따로 판단해야 한다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은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책임과 외부감사인의 감사책임이다.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중요한 회계판단을 내리는 일차적인 책임은 해당 보고기간의 경영진에게 있다. 외부감사인은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감사절차를 수행하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인의 책임까지 자동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회사가 특정 계약이나 설명을 감사인에게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절차의 적정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온코펩에서는 관계기업 판단과 의결권 위임계약을 어떻게 검증했는지, 34억원에서는 입금 사실을 넘어 자금의 출처와 채무소멸의 실질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법인인감 문제에서는 미기록 계약이나 채무의 가능성을 어떠한 감사절차로 검토했는지를 각각 살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회사의 책임과 감사기준 위반 여부에 따른 회계법인·공인회계사의 책임을 구분해 판단한다.


과거의 회계책임과 현재 회사의 정상화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
테라사이언스 사안을 현재 시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은 책임의 시간적 귀속이다. 과거 보고기간의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었다면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은 당시 누가 해당 거래와 회계처리를 결정했고, 어떠한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으며,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가이다. 

 

이후 회사의 경영주체와 지배구조가 변경됐다면 과거의 재무보고 책임을 규명하는 문제와 현재 회사의 경영정상화 문제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의 회사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책임 유무를 미리 결정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책임이 있다면 책임이 발생한 시점과 행위, 의사결정 주체를 증거로 특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인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과거와 현재의 책임을 막연하게 혼합하면 시장은 현재 회사의 재무상태와 정상화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과거 회계문제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기 위한 절차만은 아니다. 현재 기업가치와 향후 정상화 가능성을 과거의 회계 불확실성으로부터 분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장감리까지 진행됐다면 시장에는 결국 ‘결론’이 필요하다

기존 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테라사이언스의 2022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심사를 거쳐 현장감리 단계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후 다른 긴급 감리업무 처리를 이유로 절차를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은 감리 중단과 관련해 제기된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객관적인 증거 없이 감리 중단의 배경을 추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회계감독의 관점에서는 별개의 문제가 남는다. 중요한 회계쟁점에 대해 현장감리 단계까지 진행됐다면 그 회계적 불확실성을 언제까지 미결 상태로 남겨둘 것인가.


현장감리에 착수했다는 사실 자체가 회계기준 위반이나 고의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최종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확인된다면 그 내용을 밝히고, 단순한 판단 차이나 오류였다면 그에 맞는 결론을 내리면 된다. 감사인의 책임이 확인된다면 별도로 판단하고, 충분한 감사절차가 확인된다면 그것 역시 명확히 하면 된다. 제기된 의혹이 증거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 사실 또한 시장에는 중요한 정보다.


감리 장기화의 비용은 결국 현재로 이동한다
과거 회계문제에 대한 판단이 미뤄진다고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결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과거의 회계 불확실성이 현재 회사와 주주가 부담해야 하는 불확실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 현재 경영진은 과거 재무정보에 대한 논란을 안은 상태에서 회사 정상화를 추진해야 하고, 주주들은 감독당국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금융기관이나 잠재적인 투자자 역시 과거 회계문제가 현재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시장에 필요한 것은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유리한 결론이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결론 그 자체다.


숫자를 고치는 것이 정정이라면, 숫자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감리다
테라사이언스의 회계문제는 이제 단순히 ‘234억원이 맞느냐 틀리느냐’라는 질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온코펩에서는 관계기업 판단과 의결권의 실질을 확인해야 한다. 34억원에서는 회사 계좌에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넘어 실제 송금인과 자금원천, 기존 채무가 실제로 소멸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법인인감 문제에서는 인감사용 자체가 아니라 그 인감으로 체결된 계약과 그로 인해 발생한 회사의 의무가 재무제표에 빠짐없이 반영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과정에서 당시 경영진과 외부감사인이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


재무제표 정정은 숫자를 바로잡는 절차다. 회계감리는 그 숫자를 만든 계약과 거래, 자금흐름과 의사결정, 그리고 이를 검증한 감사증거를 복원하는 절차다. 과거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과 현재 회사의 정상화는 서로 반대되는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회계 불확실성을 객관적인 증거로 종결해야 현재의 회사와 주주들도 그 불확실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혹을 확대하는 것도, 어느 한쪽의 책임을 미리 확정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 유리한 결론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당시 재무제표를 만든 계약과 자금, 의사결정 과정과 감사증거를 복원해 무엇이 사실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발생 시점과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이 테라사이언스라는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상장회사의 재무제표와 외부감사보고서를 믿고 투자하는 시장에 회계감독이 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답이다.

 

 

일요주간 / 서정선 기자 jacobxu03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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