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로 무연해진 몸의 뒤척임이 지루해지는 순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같은 하늘이 창문에 걸렸다
마리리트 씨는 지난밤부터 사다리를 타고 올라
별을 그렸다가
푸른 덧칠을 한 뒤, 그름을 그리고 내려왔으리라
마그리트 씨의 그림에서 차르르 햇살이 내린다
나는 해의 냄새를 밟으면서
지루할 뻔했던 하루를 데리고 가만가만 걷는다
이런 나를 내려다보는 그림이 술렁거리기 전에
날개를 편 새의 모양으로 하늘을 오려 내어
내 가슴에 창문 하나 만들고 싶다
오직 내게로 날아든 새는
구부정한 나의 허리를 일으켜 세워 주리라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감상 ) 보통은 그림이 현실을 닮아가지만 이 시에서는 현실이 그림을 따라갑니다. 긴 장마로 “무연해진 몸의 뒤척임”이 지루해지는 시간, 창문에는 하늘 대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담깁니다. 별을 그리려다 푸른색을 덧칠한 뒤 구름을 얹은 하늘, “차르르 햇살이” 내립니다. 하지만 빛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구성된 이미지로 드러나지요. 배달된 풍경처럼요. 시인은 이 풍경 속에서 햇살을 후각으로 냄새를 촉각으로 체감하며 “가만가만 걷습니다.”
이어 하늘을 새 모양으로 오려 마음에 들이고 싶어 하는 시인. 그 새가 자신의 무연함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바라보는 각도를 조금 바꿨을 뿐인데, 몸이 곧아지면 시선이 달라지고 시선이 달라지면 같은 세계도 다르게 보입니다. 이 시는 ‘바라봄’이 어떻게 ‘살아감’의 태도를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시를 읽고 나면 내 안에 창 하나가 생긴 듯한 느낌이 들지요. 새 한 마리를 들였을 뿐인데 말이에요. 새를 들이는 일은 시인이 마음껏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하늘을 들인 것이니, 우리도 이런 창문 하나씩 가져볼 일입니다. 마그리트의 화풍을 옮긴 시인의 문장처럼, 시름이 많은 누군가의 창이 되어주길 바라면서요.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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