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정말, 국민이 대접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2-03-03 1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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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우리나라 국민은 특정인을 안주 삼아 씹을 땐 소주 몇 병은 안주 없이 거뜬하게 마신다. "저 사람들은 평소 땐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갑질 행세를 하며 우리 같은 서민은 쳐다보지도 않더니 선거철만 되면 을로 변해 납작 엎드리는 꼴이 웃습제?" "돈도 팍팍 쓴다니 나라야 거덜 나든 어찌 되든 난 모르겠고, 일 년 내내 선거만 했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서민도 인간 대접 좀 받구로" 이 내용의 글은, 가끔씩 들리는 막걸리집 옆 좌석 손님들이 술을 마시며 TV화면에 비친 정치인들을 보고 한 마디씩 던지는 말들을 옮겨 쓴 것이다.

선거철이 되니 국민이 갑자기 성골(聖骨) 대접을 받고 있다. 평소 콧대 높고 안하무인의 정치인이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읍소한다. 마치 절친한 이웃집 사람을 만난 것처럼 행동하며, 지금 국민이 처한 어려움은 자신만이 다 해결해 줄 것처럼 주절대고 있다. 자기만이 진짜 국민을 위하고 상대방은 위선자라 욕을 해대고 있다. 인사 잘한다고 절친이 아니고 헛소리 잘한다고 올바른 후보는 아닐 것인데 말이다. 선거를 치르면 이 후보는 선이고 저 후보는 악인 것도 아니다. 진보가 말하는 것은 맞고 보수가 말하는 것은 틀렸다는 말과 그 반대도 아니다. 인간은 전면적으로 선과 악이 병행해 존재한다. 다만 그 차이와 기준에 따른 다름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선거 때만 되면 서민의 삶을 걱정하며 서민의 흉내를 내며 코미디극을 연기하고 했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에서 오뎅 사 먹는 것이 단골 메뉴며 생선도 맨손으로 막 만지고 있다. 재산이 수십억, 수백 억대 자산가들의 속이 뻔히 보이는 그 짓은 마치 귀족적 엄숙주의를 까부수는 발랄함이나 낮은 자세의 삶에 대한 포용력인 것처럼 떠벌리는 꼴은 추악하다. 평소 그렇게 서민을 위했다면 오늘 서민의 삶이 왜 이 모양이며, 진작에는 왜 못했는가. 또 그렇게 서민이 좋으면 서민의 삶과 직접 와닿는 작은 고을 원님이나 하며 꾸역꾸역 일이나 하고 살면 되지, 대통령은 왜 기를 쓰고 하겠다는 것인가.

코로나 위기 시대 국가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고통의 몫을 골고루 나누어서 짊어져야 하고, 자신이 그 앞에 서 이끌고 나가겠다는 언설은 아름답다 못해 숭고하다. '다 함께 참고 견디자'라는 말은 코로나 시대에 위기를 통과하는 슬로건으로써 나무랄 데 없이 슬기롭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말뿐이지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은 견디기가 쉽지만, 서민은 무한정 참고 견디는 것이 언제까지 사실상 가능한 것인가. 인내는 누구를 막론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아마도 인내하고 참고 견디는 역사적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사회가 위기에 처해서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 이해로서 위기를 극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고통을 참고 견디는 방식은 오히려 힘없는 서민들에게 고통을 전담 방식으로 전개돼 왔고 빈부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서 가난은 세습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로 거리마다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이 다들 죽겠다고 난리다. 그 거리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 쟁취를 위해 국민을 모아놓고 헛소리(空約)하며 돌았다니 우스운 일이다. 그때의 '국민'들은 정치권력자의 지배에 잘 길들어진 '바보'쯤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은 퇴임 후 불행했으며 그 주변은 하나같이 권력을 배경으로 잘못을 저질러 쇠고랑을 차고 감방에 들어갔다. 이것은 말하자면 국민을 팔아 자기 정치를 하는 천민들이나 하는 짓거리들이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 귀족의 명예심과 강건함이란 약에 쓰려도 없었기 때문에 그 말로가 이처럼 비천한 천민주의의 비참함 속에서 끝나게 된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은 고귀한 것이며 엄중하게 통제되 사용해야 한다는 기본적 명예심이 그들에게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위장된 애국심 팔이로 입신양명해 애국 애민보다 내 편, 내 주변을 챙기는 게 우선이었다.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서민 삶을 밑바닥에서 헤매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지도자의 천민 근성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속여서 국민의 표를 어느 정도 몰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표가 서민의 고통을 경감시켜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날그날 벌어서 겨우 목구멍에 풀칠하며 살 수 있었든 서민들이 오르는 점포 임대료와 전세금, 천정부지의 물가로 더욱더 하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아무런 잘못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사회구조의 제물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잘못했기에 서민은 더 어려워져야만 하는가. 이 사회에서 가난이란 단순한 물질적 결핍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가난이란 차별이고 모멸이다.

지금,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무술인 흉내를 내가며 표를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발차기, 맨손 격파, 머리로 벽돌 격파, 어퍼컷 등 무술 대회에나 등장하는 행동이 난무한다. 표가 되는 일이면 뭐든 마다치 않는다. 평소에는 사과란 단어는 안중에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사과는 제 빠르게 한다. 그뿐인가 눈물 흘리는 것도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하는 것도 예사다. 이런 대접을 받을 때 국민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글프다. 권력이 뭐고, 표가 무엇인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왜 스스로 높은 귀족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스스로 낮추려는가. 차라리 연극배우가 더 어울리는 직업처럼 보인다. 대중의 표를 합산해서 정치 권력을 세우는 제도 아래서 선거는 그런 양상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지도자는 국민이 하자는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국민 전체의 뜻을 홀로 거역하면서 그 반대 방향으로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부패, 후안무치, 탐욕, 부도덕, 배신, 사기성, 이기심, 위선, 폭력성, 저질. 이 열가지는 한 네티즌이 한국에서 정치인들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라고 인터넷에 올려 세상에 떠돈다. 이 세상의 모든 나쁜 것은 골고루 갖춰야만 정치인의 자격이 있다는 비아냥이다. 언제부터 우리 정치인들의 자질이 이렇게 되었나? 이것은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극에 달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권력 쟁취에 눈먼 정치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막 지껄이며 누가 더 많이 속이나, 경쟁하듯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게 딱하다. 아니 그것을 다 들어줘야 하는 국민이 더 서글프다. 국가 비전의 정책이 실종된 대선판엔 네거티브만 난무하며 비호감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지식인들이 아무리 지금 국가 상황이 '발전과 쇠락'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떠든들 소귀에 경 읽기다. 이래서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며 서민들의 비아냥을 듣는 게 아니냐.

예전엔 이렇게 글 썼다가 어느 기관에 불려가 혼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 혼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혼나도 어쩔 수 없기에 나는 쓴다. 이래서 '국민이 대접받는 세상이 좋은 거다.' 나도, 인사받고 대접을 받았으니 선거에 꼭 참여해 아무나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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