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기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 사과로 끝나선 안 돼...다른 계열사에도 병든 노동자들 있다"

이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8-11-23 17: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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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지난?11년간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수없이 속고 모욕당했던
일이나 직업병의 고통,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생각하면 그 어떤 사과도 충분할 수 없다" 토로
23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에서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23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판정 이행 협의 협약식에서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소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그간의 고통에 비하면 어떤 사과도 충분치는 않겠으나, 오늘(23일) 삼성전자의 사과를 ‘약속’이라 여기고 받아들인다."


삼성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열고 지난 1일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해 반도체공장 사업장 내 백혈병 피해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고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한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다가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대표는 이날 이 같이 소회를 밝혔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 지난 11년간 반올림 활동을 하면서 수없이 속고 모욕당했던 일이나 직업병의 고통,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생각하면 사실 그 어떤 사과도 충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마련된 안을 통해 보상 대상을 기존 삼성전자의 기준보다 대폭 넓히고 저희 반올림이 알고 있는 피해자들만이 아니라 미처 저희에게 알리지 못하셨던 분들도 포괄하게 돼 다행이다"면서 "다만 사외 협력업체 소속이라서, 혹은 보상대상 질환이 아니라서 여전히 보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삼성전자가 500억원의 발전기금을 마련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양쪽이 합의했다"며 "삼성전자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점도 칭찬받아야겠지만, 실은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해서 만든 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공단은 이 소중한 기금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 안고 전자산업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제대로 사용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에게 몇 가지 숙제들이 남아있다면서 "직업병 피해는 삼성전자 반도체, LCD 부문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 다른 부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다. 삼성은 이 모든 직업병 노동자들을 위한 폭넓은 보상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황 대표는 "애초 정부의 산업재해 보상을 받기가 그토록 어렵지 않았다면 우리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근로복지공단은 많은 산재 노동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이제는 산재보험제도와 근로복지공단을 개혁해서 산재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노동 관련 부처의 쇄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에는 사업주의 잘못을 철저히 조사해서 형사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안전에 소홀한 사업주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그는 또 "직업병 보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면서 "노동자가 무슨 화학물질을 쓰는지 알 수 있게 노동자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삼성을 비롯해서 모든 대기업들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개선하는 대신 국내 중소기업과 해외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왔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는 원청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법제도를 만들고,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안전보건에 대해 책임질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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