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후폭풍] 항공노조 “항공주권 다 내주고 항공산업 과거로 회귀”

이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4 17: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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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재벌만을 위한 노선권 반납 합병 규탄...“아시아나항공 보유 알짜 장거리 노선 대부분 반납”
-아시아나항공 노조 박시은 부위원장 “산업은행, 무능한 박삼구 회장에게 경영 맡기지 않았다면 상황 지금과 달랐을 것”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한항공 재벌만을 위한 노선권 반납 합병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newsis)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지난 3월 1일 영국 경쟁당국(CMA)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야기될 경쟁성 제한(독과점)에 대한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조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서울(인천)~런던(히스로) 노선의 히스로공항에 보유하고 있는 17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대한항공 10개 및 아시아나항공 7개) 중 7개의 슬롯을 영국의 버진애틀란틱에 제공하겠다는 시정조치안을 냈다. 이 시정조치안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아시아나항공 보유 7개 슬롯 전부를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경쟁당국 승인에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중국 당국(MOFCOM)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 또한 대한항공이 국내 공정위가 경쟁제한노선으로 지정한 5개 노선 외에 4개의 노선을 추가로 지정해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한다는 조건으로 승인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은 이에 대한 공식 발표를 내놓고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중국 국적의 항공사에게 슬롯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한항공 재벌만을 위한 노선권 반납 합병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newsis)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이하 공공운수노조)는 4일 오전 10시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대한항공 재벌만을 위한 노선권 반납 합병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주권을 다 내주고 국민 불편 및 구조조정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하고 정부와 대한항공을 강력 비판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했던 알짜배기 장거리 노선 대부분을 반납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애초 2020년에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양대항공사 합병을 추진하며 요금인상과 서비스악화 등 국민적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 자체가 사라지며 그나마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경영진이 내세웠던 ‘국익’ 또는 ‘시너지’ 주장도 거짓이었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아이 “심층심사에 들어간 EU(유럽연합)와 미국,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국내 공정위가 경쟁제한 노선으로 지정한 미주의 5개 노선, EU의 5개 노선, 일본의 1개 노선에 각국의 요구에 따라 그 이상의 노선들이 추가돼 슬롯을 반납할 것”이라며 “현재까지의 흐름대로라면 대한항공이 이들 세 국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지금과 같은 퍼주기식 시정조치를 감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항공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여객노선 슬롯 반납 대상 노선.(2019, 국제선은 직항 왕복편 기준)

 

◇ 영국 및 중국 당국과 합의한 경쟁제한 시정조치의 문제점


공공운수노조는 자유화노선의 경우 정부의 운수권 부여 없이 공항의 이착륙 슬롯만 확보하면 운항이 가능하지만 영국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비자유화노선의 경우 정부는 상대국과 1대1 비례원칙에 따라 협정을 맺고 슬롯수를 결정한 후 국적항공사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국부유출논란에 대해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백브리핑(2021.12.29.)을 통해 비자유화노선의 슬롯 및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대한항공-영국 당국의 합의 내용에 따르면 7개의 슬롯(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슬롯 7개)을 신규취항사에게 넘기고 이 신규취항사에게 인천공항 슬롯 제공, 러시아 영공통과권 확보 제공 등 사실상 운수권을 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가 운수권을 버진 아틀란틱에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으로는 영국이 보유한 운수권을 배분하는 것이라면 한국 정부가 ‘국가자산’으로 떠받들며 보유하고 있는 운수권을 과연 다른 국적사에게 배분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슬롯반납 비대상 노선 점유율 현황.(2019, 국제선은 직항 왕복편 기준)

중국의 경우 공정위는 5개 노선에 대한 슬롯과 이중 3개 노선의 운수권 반납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결국 4개 노선이 추가됐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한항공도 정부도 이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정보도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다. 시장 점유율 현황에 따르면 인천~광저우, 인천~난징, 인천~항저우, 인천~베이징 노선이 추가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애초 공정위는 국내 LCC항공사들과 중국 국적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이유로 이 노선들에 대해 50% 수준의 점유율로 경쟁제한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중국 당국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일본의 경우도 점유율이 50% 이상인 노선들이 9개나 돼 슬롯 반납 대상 노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EU 경쟁총국은 아시아나항공의 원하청 노동조합들 다수가 가입해 있는 공공운수노조에 제3이해관계자 지위를 부여했다”며 “이에 따라 노조는 EU 경쟁총국으로부터 절차의 성격과 주제를 서면으로 통지받고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기회와 청문회가 열릴 시 진술할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막대한 운수권 및 슬롯 반납이 전제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방식이 향후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합병 유관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요할 것이라며 특히 동종업계로 흡수합병 당하는 아시아나항공 원ㆍ하청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풍전등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노조 산업은행과 국토부는 항공주권을 포기” 우려

 

공공운수노조는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사업으로 막대한 국가 세금이 투입되어 왔다. 최근인 2020년부터 살펴보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1조 2000억 원과 1조 700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고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추가로 8000억 원의 지원금을 더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국민의 혈세 수혈로 지탱하고 있는 양대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은 항공사의 자산인 동시에 국가자산이다. 국가자산인 만큼 운수권과 슬롯 반납 권한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아니라 산업은행과 국토부에 있다”며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한항공의 막대한 슬롯 반납 약속에 산업은행과 국토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산업은행과 국토부는 항공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박시은 부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제2민항의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1988년 출범하며 우리나라 민간항공산업이 19년 간 대한항공의 독점에서 벗어나 경쟁체제로 바뀌고 이듬해 전면적인 해외여행 자유화 시대를 이끌어 왔다”며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 정부와 산업은행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어떻게 재편하려는 것인지 1980년대 이전으로 회귀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현재의 상황에 놓인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채산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십 수년간 금호그룹의 자금책으로 동원되며 무능한 오너(박삼구 전 회장)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하였다는 것이 검찰과 법원에서 밝혀졌다”며 “이렇게 아시아나항공을 부실하게 만든 그 시작이 산업은행이었다는 점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09년 무리한 그룹확장으로 인한 과도한 부채로 인해 경영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회장에게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산업은행이 특혜성으로 부여했다”며 만약 산업은행이 공정하게 매수자를 찾고 첫 단추가 잘 꿰어 졌다면 무능한 박삼구 전 회장이 다시 경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아시아나항공 부실의 원흉으로 산업은행을 지목했다.  


박 부위원장은 “2020년 5월 1일 신설된 동 법 제29조의2 1항에는 ‘경제상황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한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고용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해 한국산업은행에 효율적인 기업 자금 지원을 위한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둔다’라고 법으로 한국산업은행을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산업은행은 그 목적과 운영이 사금융과 다름을 법으로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유독 아시아나항공만은 예외로 두는 것 같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자금을 지원하며 7.2%의 금리를 시작으로 채권의 대부분이 9.7% 정도까지 다다르고 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이나 HMM의 경우 1%~3%의 금리를 적용하며 특히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은 2.28%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이다”며 “이러한 금리는 단순 계산으로만 해도 687억이 넘는 금액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에는 687억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우리를 더욱 옭매고 있기에 우리의 처지를 이용해 돈놀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 부위원장은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서 외항사에 슬롯을 넘기고 있다. 그리고 운수권도 내어주고 있다. 항공 운수권은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다. 민간 기업이 그들의 목적을 위해 마음대로 운수권을 처분하는 권리는 어디에서 받은 것인가?”라며 영국, 중국의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이미 많은 슬롯과 운수권을 포기했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심사 진행 중인 EU, 미국,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기업결합의 성과는 1+1=2가 아닌 거대항공재벌 1이되는 결과이다. 국토부는 주무 부처로서 지금 자행되고 있는 항공주권 포기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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