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한항공, 아시아나 슬롯 반납-화물사업 분리 매각 추진...국부유출과 항공자산 포기 우려”

이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3-10-27 09: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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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가 지난 24일, 슬롯 반납-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해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사진=공공운수노조)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2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부유출 및 항공자산 포기하는 슬롯 반납 중단,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노동자 구조조정 양산하는 화물사업 매각 시도 거부, 고용불안을 양산하고 아시아나항공 해체하는 대한항공의 인수합병 시정조치안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코로나 위기 극복과 여객-화물 통합의 시너지라는(메가캐리어 탄생) 목표와 방향을 상실한 채 국부유출과 항공자산 포기의 길로 가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노조는 "유럽, 미국, 일본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대한항공은 화물사업매각이라는 초강수를 추진하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고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슬롯 반납 확대) ‘항공사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인 슬롯은 합병 승인을 조건으로 점점 반납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난 4월 공공운수노조는 아시아나항공의 히드로 공항(영국) 슬롯 7개, 중국 9개 노선에 대한 슬롯 반납(49개 예측)을 확인하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에는 유럽(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로셀로나)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은 경쟁제한 해소를 위해 반납되는 일부 운수권의 경우 '국내 항공사'로 재배분 될 것이라 국부유출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며 "그러나 영국과 중국 당국의 요구대로 반납한 슬롯을 국부유출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노조는 또 "노선 이관을 위해 조종사와 항공기마저 넘겨준다는 지적에 제대로 답을 해야 할 것"이라며 "당장의 합병 승인만을 위한다는 납득하기 힘든 조치들이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넘어서도 미국과 일본의 슬롯 반납 요구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과 관련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10월) 30일 화물사업 분리매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이는 항공사 뿐만 아니라 조업사-하청사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으로 실직과 이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공론화 한 번 거치지 않고 EU경쟁당국 요구에 따른 묻지마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수합병의 중요한 전제조건인 고용안정이 무너지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슬롯 반납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쪼개기의 시작이자, 아시아나항공 해체 수순으로 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매각 승인이 인수자에게 이익을 취득하게 한다거나 아시아나항공에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는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화물사업을 무조건 매각하기 위한 속전속결 조치와 이사회 압박은 미래의 인수자에게 이미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또한 인수자보다는 대한항공이 더 절박한 처지로 매각성사를 위한 인수자의 추가 요구 사항에 쫓기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용불안, 국부유출-항공자산 포기, 아시아나항공 쪼개기, 추가 합병심사에서 벌어질 우려를 고려해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국부유출 및 항공자산 포기하는 슬롯 반납 중단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향해 노동자 구조조정 양산하는 화물사업 매각시도 거부 △대한항공은 고용불안 양산하고 아시아나항공 해체하는 인수합병 시정조치안 공개 등을 요청했다.

 

박시은 "공정위 기준 적용 시 국제선 양사 중복 노선 65개 중 40개 노선 약 300개의 슬롯 반납하게 돼"


이날 발언자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박시은 부위원장은 "'세계 7위권의 초대형 메가캐리어를 만들겠다', '양 사 합병으로 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기업결합 심사가 통과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은 연내 파산한다'   2020년 11월 당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밝힌 이유들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EC의 합병승인 조건을 맞추기 위해 현재까지만 계획된 사항이 유럽의 4개 여객 노선에 대해 대한항공 여객기 5대 화물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11대를 없애는 것"이라며 "또한 미국의 경우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하와이 등 5개의 노선을 넘기는 시정안에 기재와 조종사, 승무원을 함께 넘기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이런식으로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해 항공기와 인력을 줄이면서 어떻게 초대형 메가캐리어를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영국의 합병승인을 위해 7개의 슬롯을 영국 항공사에 넘기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는 9개노선의 49개 슬롯을 반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미 기업결합 승인은 받은 동남아, 호주, 튀르키예 등의 국가에서 요구한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가 되지 않고 있지만 영국과 중국에서 그리고, 우리 공정위의 기준을 적용 시 국제선 양 사 중복 노선 65개 중 40개 노선  약 300개의 슬롯을 반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00개 슬롯 모두를 국내 항공사에서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수는 외국의 항공사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실행이 된다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항공기를 줄이고, 노선과 슬롯을 반납하면서 어떻게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말뿐인 고용유지를 어떻게 신뢰를 할 수 있겠냐?"고 고용승계에 대한 우려를 피력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파산 가능성을 주장했던 산업은행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12월 파산을 했어야 한다. 합병에 있어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로 8000억 원을 지원하는 석연찮은 그림을 그려놓고 법원과 공정위의 압박 수단으로 아시아나항공 파산을 기정 사실화 했다"며 "법원을 통과했으나 공정위 심사가 늦어지자 공개적으로 공정위를 비판하며 압박을 했고 결국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을 했다"며 "그리고 그 심사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파산하는 기업이 아님을 적시했다. 그 후 2023년 현재 지금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했느냐?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이후 실적이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은 부위원장은 "EU와 미국 모두 항공화물의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공정위의 결정서에는 언급조차 없었다. 2년 간 연구용역을 주면서까지 심사를 했음에도 그랬다는 것은 공정위의 무능인지, 산업은행에 무릎을 꿇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평가에 대한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며 "공정위의 허접한 승인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냐?"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오너리스크로 인해 지금의 상황에 처해진 것이다. 그것은 법원의 판결로 확인됐고 2019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사업실적에서도 증명하고 있다"며 "코로나팬데믹 기간 중에 달성한 실적으로 채권단에 상환한 금액은 1조 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다는 공적자금에 대해 7~12% 상당의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며 "채권단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시에 채권을 회수하지 않는 한 아시아나항공은 지속 가능하고 채권을 모두 상환할 채산성을 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디.


화물사업 매각과 관련 "아시아나항공의 이사회가 오는 30일 열리게 된다. 그리고 그날 화물사업부의 매각에 대한 안건이 다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미 대한항공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매각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국내 LCC 4곳으로부터 받았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기사화 됐다.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에서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음에도 대한항공이 매각을 정해놓고 인수의향서를 받은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를 명백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한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층은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못 하고 있으며 채권단 또한 관망하고 있는 것에 노동조합은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노동조합은 대한항공의 이러한 행위가 시장질서를 왜곡 및 교란시키고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검토중이다. 이사회에서도 이러한 부분은 반드시 짚어 회사의 대응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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