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내 성추행 파문 이면 ‘군대식 조직문화’ 도마 위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4 17: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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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지속적인 성폭력 발생…사측 미온적 조치 공분 샀다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 발표에도 노조 및 사내 게시판‘부끄럽다’성토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지속·상습적으로 동료들에 성추행과 성폭력을 당했다면서 상사 4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포스코 제공>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김학동 대표이사가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사측의 미온적 대처와 과거 유사한 사내 성폭력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포스코 안팎에선 비판과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24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지난 7일 같은 부서 상사 4명을 성추행과 특수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직원 50여 명이 근무하는 해당 부서의 유일한 여성으로, 지난 3년 간 일부 동료들로부터 상습적인 음담패설이나 외모 평가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습·지속적인 성추행…부서 상사 4명 경찰 고소


특히 A씨는 지난달 29일 같은 건물에 사는 선임 1명으로부터 성폭행(유사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보도에 따르면 건전지를 빌린다는 핑계로 A씨 집에 방문한 선임은 ‘3시간만 자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선임은 A씨의 몇 차례 거절에도 아집을 부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선임은 A씨가 있던 방안을 습격해 그를 덮쳤고, A씨가 저항하자 뇌진탕 진단을 받을 정도로 강한 힘으로 그의 머리를 벽에 찧기도 했다. 

 

이 외에도 A씨는 부서 회식 중에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블루스를 핑계로 억지로 껴안거나, 옆자리에 앉힌 뒤 허벅지 안쪽을 더듬는 식이다. 현재 A씨에게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들 모두를 업무에서 배제키로 했다. 

 

이번 고소에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회사 내 감사 부서에 부서 상사 1명을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올해 1월 사내 자체 조사 결과 성희롱적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돼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사내 조사 과정에서 비밀 유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A씨는 부서 내 집단 따돌림과 험담 등 2차 가해를 받았다. 심지어 가해자와 분리 조치 된 이후 3개월 만에 기존 부서로 돌아오라는 발령을 받았다. 

 

최초 보도 이후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사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의 사과 메시지, 피해자를 회유 및 압박한 메시지 등이 공개되자 김학동 대표이사(부회장)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사과문 발표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부회장)는 “최근 회사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직원 및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회사는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피해 직원이 조속히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2003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성희롱·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라면서 “성 윤리 위반 등 4대 비윤리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One-Strike Out)' 제도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잣대로 임직원의 윤리 의식을 높여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번 사태를 통해 아직도 회사 내에 성 윤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폐쇄적 조직 문화 성토하는 내부 목소리 


김 부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불만 섞인 성토가 이어졌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한 포스코 직원은 "조직적 은폐 시도, 피해자에 회유, 부회장·회장 측 메일 받고도 묵인, 3개월 후 같은 곳으로 재발령(2차 가해 발생)이렇게 해놓고 사과문에는 직원들 성교육이 덜 된거라고 포장하는데 황당하다”라는 반응을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발생했을 때 제대로 조사하고 피해자 보호, 분리 등 적절한 조치만 취했어도 이렇게 큰일이 발생했겠느냐”라면서 “이것이 포스코 병폐 조직 문화”라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도 2건의 성추문이 발생한 바 있다.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50대 남성이 동성 20대 중반 신입직원의 성기를 만지며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작년 초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포스코 직원이 협력사 여직원을 성희롱해 가해 직원에게 정직 3개월 조치가 내려졌다.

 

노조는 연이은 사내 성폭력 사건의 원인에 ‘폐쇄적인 군대식 조직문화’가 있다고 보았다. 부서 내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연좌제 문화로 인해 중간 관리자들이 제대로 수사하고 조치를 취하는 대신 사건을 무마하거나 축소하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은 포스코의 군대식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모든 문제를 직책보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중징계하는 연좌제 문화로 인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함에도, 중간관리자들은 징계를 피하고자 사건을 무마하거나 축소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지회는 내부의 성, 비리, 윤리 문제 수사에 대한 공정성이 없고 처벌에 대한 형평성도 없는 곳이 포스코”라며 이번 사태로 글로벌기업 포스코의 위상이 추락하고 기업 이미지에 먹칠한 최정우 회장은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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