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시공 센텀시티 인부 추락사 의혹 증폭...유족 "119신고 안해 은폐시도"

박은미 / 기사승인 : 2015-03-13 13:13:43
  • -
  • +
  • 인쇄
신세계 측 "사고 당시 수십 명이 목격했는데 은폐 시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반박
▲ 지난달 9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공사장에서 추락사한 근로자 조모(42)씨의 미망인 구모(40)씨가 센텀씨티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유족 측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에 대해 처음에 없다고 했던 신세계건설은
유족들이 설치 여부를 확인하자 뒤늦게 시인하며 경찰에 제출했다" 주장

신세계 측 "유족들이 확인한 것은 CCTV가 아니고 공사현장 전체를 비추는
웹카메라로 처음부터 웹카메라 설치 여부를 물었다면 공개했을 것이다" 해명

[일요주간=박은미 기자] “모든 건설사들은 법률 고문변호사를 두고 있다. 산재 같은 각종 노동문제 발생 시 상황을 회사에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사는 가장 먼저 변호사와 상의해 책임을 피해기 위한 방법를 모색하는데 그 대표적인 꼼수가 119가 아닌 지정병원으로 우선 연락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의 얘기다. 지난달 9일 발생한 신세계 센텀시티 추락사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신세계건설은 근로자 추락 사고 발생 시 지정병원과 119에 모두 신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소방서 보고서를 확인할 결과 신세계건설의 신고는 접수돼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신세계건설은 규정에 어긋나는 안전장비를 사용했으며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정보인 사고 발생 시각과 과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특히 경찰이 출동하기도 전에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철제 시설물을 치우는 등 현장 보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은폐의혹을 가중시켰다.

결국 신세계 센텀시티 공사에서 발생한 근로자 추락 사고는 건설현장의 구조적문제가 낳은 ‘인재’라는 지적이다. 신세계건설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10여분의 ‘골든타임’을 안전매뉴얼에 어긋난 대응과 은폐시도로 허비한 셈이다.

현장 안전관리, 과실 있었나?

지난달 9일 오후 1시 30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 증축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조모(42) 씨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안전망 위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던 조 씨는 돌풍이 불어 안전망이 들썩이자 안전대를 걸었던 지지파이프와 안전고리 결속부위가 끊어지며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신세계건설은 사고의 원인을 조씨가 안전고리를 느슨하게 건 탓으로 돌렸으나 유족들은 안전대 점검 규정을 불이행 한 신세계건설의 과실이라고 반박했다.

신세계건설 작업 매뉴얼에 따르면 안전망과 지지파이프의 결속시 전용클램프로 연결해야 하는데 철선을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다른 건설사들 또한 안전고리 결속시 철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당초 규정을 준수해 전용클램프를 사용하였다면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으나 이를 위반한 신세계건설의 과실이 사망사고를 초래했다는 게 유족들의 판단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규칙 44조 1항에는 사업주는 안전대 부착설비로 지지로프 등을 설치하는 경우 처지거나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법 2항에는 안전대를 사용하여 작업을 할 경우 사업주가 작업전에 안전대의 이상유무를 점검해야 한다고 적혔다. 신세계건설은 이 규정 역시 지키지 않은 것이다.

놓쳐버린 골든타임 10분, 말바꾸기로 무마

해운대 소방서에 따르면 추락한 조씨를 발견한 행인은 119로 전화를 걸어 “공사 현장에 추락 환자가 있는데 현장 관계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고 다른 조치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119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조씨는 미리 도착한 신세계 공사현장의 지정병원 효성시티병원 응급차에 실려 있었다. 추락위치에 놓여있던 H-빔(건물 기둥을 만드는 강철) 모서리에 좌측 후두를 심하게 다쳐 의식이 없었지만 호흡과 맥박은 살아 있는 상태였다. 만약 효성시티병원보다 119 구급차가 먼저 도착해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신세계건설은 119구조대 보다 2km가량 멀리 떨어져 있는 효성시티병원에 신고를 했을까. 사고 현장과 효성시티병원까지는 2.5㎞가량 떨어져 있는 반면 119구조대는 직선으로 400여m 거리에 있어 1~2분이면 현장 도착이 가능한데도 말이다.

미망인 구모(40)씨는 12일 <일요주간>과의 통화에서 이같은 신세계건설의 부적절한 초동대처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1시 34분 효성시티병원에 사고 신고가 접수됐고 1시 43분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119에 신고가 접수됐다. 신세계건설이 119로 신고를 했었더라면 전문적인 장비를 갖춘 구조대를 통해 응급구조 조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효성시티병원은 무릎과 척추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정형외과라 남편과 같이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의료장비를 구축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효성시티병원 관계자조차 자기 병원은 경미한 치료만 가능하니 머리 부상자같은 위급한 환자는 119에 연락하라고 신세계건설에 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건설은 추락사고로 두개골 손상을 입은 남편을 발견 한 후 효성시티병원에 신고했다. 게다가 신세계건설 현장 관계자는 ‘사고 직후 119에 신고하였고 지정병원 응급차와 119가 동시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조차도 거짓말이었다.”

논란이 된 119에 신고여부에 대해 신세계건설은 확인 할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사고 당시에는 지정병원인 효성시티병원에 연락을 한 후 119에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했었다”며 “차후 119에 신고를 한 사람이 현장 관계자인지 행인인지에 대해 소방서에 질의를 했지만 신고자의 신변보호 등을 이유로 정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건설업의 열악한 상황과 은폐에 급급한 건설자본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후진국형 사고’라고 평했다. 이같은 은폐가 만연되어 있는 것이 국내 건설업의 현실이라는 것.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정병원을 부르면 일반 상해처리로, 119에 신고하면 산업재해로 접수돼 산재보험료가 오르고 고용부의 관리가 강화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가는데도 사적 계약관계인 지정병원를 악용해 사고를 감추는 것은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이다”고 지탄했다.
▲ 사고 직후 현장에는 조 씨가 추락한 위치에 H-빔(주황색 강철)이 놓여있지만 사고 2시간 후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에는 H-빔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공사현장 2층에서 떨어진 조 씨는 H-빔에 좌측 후두를 맞고 바닥에 추락해 사망했다.
공사장 문 닫힌 후 사라진 ‘H-빔’

조 씨와 2008년 결혼, 슬하에 1남을 둔 미망인 구 씨는 지난달 14일부터 부산 센텀씨티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구 씨는 신세계건설로 부터는 진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발로 뛰며 호소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구 씨는 “신세계건설은 효성시티병원 구급차가 도착하자마자 공사장 정문을 닫고 조직적인 현장훼손에 들어갔다”며 “심지어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조차 닫혀 있는 정문 아래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CCTV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 씨는 신세계건설이 사고 현장을 은폐하려 했다는 증거물로 몇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구씨가 공개한 사고 직후 현장 사진에는 조 씨가 추락한 위치에 철제물인 H-빔이 놓여있으며, 119구조대 동영상에도 H-빔의 모습과 핏자국이 선명히 담겨있었다.

하지만 2시간 후 현장에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에는 H-빔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조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원인인 H-빔을 신세계건설이 은폐를 위해 치웠다는 게 구 씨의 주장이다.

당초 신세계건설은 추락하는 지점 바닥에 H-빔이 있었다는 사실을 함구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보존된 원래 현장상태 그대로 경찰조사와 과학수사대의 조사를 받았다”며 유족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사고 다음날 경찰 조사에서 조 씨가 H-빔에 추락해 머리를 부딪혔고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그제서야 H-빔을 있었음을 유족들에게 인정했다.

이같은 은폐의혹에 대해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2차사고 위험 때문에 현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H-빔을 옆으로 옮긴 것 뿐이다”며 “당시 노동자를 비롯한 수십 명의 목격자가 있었는데 현장을 훼손해 은폐를 시도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 및 과학수사대가 도착할때까지 펜스를 치고 사고 현장을 철저하게 보존했으며 관련 자료도 모두 제출했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은 유족과 신세계가 아닌 경찰, 과학수사대 및 고용부 등 전문가들이 판단할 것이니 상황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신세계건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투명한 자세로 수사에 임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에 대해서도 처음에 없다고 했던 신세계건설은 유족들이 설치 여부를 확인하자 뒤늦게 시인하며 경찰에 제출했다는 것.

구씨는 “사고 발생 직후 관리자들에게 공사장내 CCTV 설치여부를 수차례 물었지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해 들었다”며 “20여일이 지나 작업인부들을 통해 타워크레인 꼭대기에 CCTV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공개를 요구하자 관리자들은 ‘경찰을 대동해오라’고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날 경찰과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아 CCTV 녹화영상을 확인했는데, 모니터 화면 위치가 ‘CCTV는 없다’던 관리자의 자리 바로 옆이였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CCTV를 경찰에 증거물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건설은 유족들과 의사소통 중 발생한 용어 해석의 오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유족들이 확인한 것은 CCTV가 아니고 공사현장 전체를 비추는 웹카메라로 처음부터 웹카메라 설치 여부를 물었다면 공개했을 것”이라며 “공사현장 출입문을 비추는 CCTV를 있냐고 물어봐 없다고 말한 것 뿐이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사측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들에게 수차례 사과를 전했다”며 “법적 기준 이상의 보상을 제시했지만 유족대표단이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무리한 보상금을 요구하며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크홀에 사망사고까지...제2 롯데월드와 닮은꼴?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시 송파구 제2롯데월드몰 콘서트홀 현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근로자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롯데건설 현장안전매뉴얼엔 비상상황시 119와 지정병원에 신고하게 돼있었지만 거리가 먼 서울병원에만 연락하고 119에는 신고하지 않아 사고 은폐 의혹을 샀다.

결국 여론의 뭇매는 맞은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망 사고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신세계건설이 증축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또한 제2롯데월드몰과 견줄만한 규모다. 센텀시티 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반 침하와 인근 영화의전당 균열에 대한 안전성 논란에 이어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해운대구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을 받는 등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해 3월 신세계건설은 센텀시티의 야외 주차장 부지에 지상 7층, 지하 5층 연면적 12만6,000㎡ 규모의 대형 복합쇼핑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달 2일 백화점 증축 현장 인근 ‘영화의전당’에 100m가량의 균열과 보도블럭 뒤틀림 및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해운대구는 백화점 증축 현장의 터파기 공사 충격으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부분 공사 중지를 명령을 내렸다. 터파기 공사의 영향으로 공사 현장 인근 지하의 토사가 무너질 경우 해운대 일대 지반 붕괴 등 자칫 대형 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부분 공사 중지 명령을 받은지 불과 사흘 만에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안전불감증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