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이수근 기자]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문자를 통해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인사 청탁 등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2일 윤상현 의원 외 이른바 ‘장충기 문자’의 전말을 공개했다.
윤 의원은 장충기 사장에게 ‘송OO, 수험번호 1XXXXX 1차 합격했는데 한 번 살펴봐주세요’, ‘11월2일 면접 보았는데 잘했다는데 거듭 챙겨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등의 청탁 문자를 네 차례 보냈다.
매체에 따르면 장 사장이 받은 문자내용 중 ‘미국 출장 가느라 경황이 없어 문자 올린다’는 내용을 단서로 문자 발신자를 추적 해 윤 의원의 당시 일정표와 대조했다. 그 과정에서 윤 의원이 10월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미국으로 출국한 것을 확인했고 이로써 문자를 보낸 사람이 윤 의원 본인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장충기 문자'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도 등장했다.
지난 2016년 7월 대학로에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이 열렸는데 이 공연에 출연하게 된 무용수 홍모씨의 어머니 안모 미디어 제작사 대표가 장 사장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자에는 ‘설훈의원 소개로 전화올린…’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매체가 확인한 결과 삼성은 이 공연에 1000만원 가량을 협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설 의원은 이에 대해 청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장충기 문자’에는 17~18대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전직 국회의원 우제창씨도 포함됐다. 우제창 전 의원은 현역 시절 삼성을 비판했으나 의원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삼성에 광고를 요청했다.
그는 장 사장에게 ‘염치없지만 꼭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고 장 사장이 답이 없자 ‘지난 번 문의 드린 사항에 대해 소식이 없어 다시 문자 드립니다’라며 거듭 문자를 보냈다.
우 전 의원은 장 사장에게 친구회사의 광고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실제 광고는 집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장충기 문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비롯한 민감한 문제도 담겨있었다. 2015년 9월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춘진 의원을 만난 삼성 관계자는 장 사장에게 ‘어제 저녁 김춘진 의원과 만찬을 같이 했습니다. 이 부회장님 국감증인 채택을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데 본인이 가로 막고 있다고 하네요. 저도 제 얼굴을 보아서라도 잘 부탁한다고 단단히 이야기해 두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김 전 의원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장충기 사장을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편 ‘장충기 문자’에는 총 7명의 기획재정부와 기획예산처 전직 장관들이 장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가 담겨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관 재직 시절 삼성에게 유리하게 정책을 결정 하거나 퇴임 후 삼성의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겨 ‘삼성맨’으로 변신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2006년 금융통화위원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 2011년 6월 삼성생명 사외이사를 맡았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엔 삼성생명의 이사회 의장이었고 2016년 2월엔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이 성공한 뒤 장충기에게 보낸 ‘엘리엇의 탐욕에서 잘 벗어났다, 축하한다’고 보낸 문자에 대해 자신은 ‘삼성맨’임을 강조하며 “마치 정부 관료가 삼성에 축하 문자를 보낸 것처럼 소개 돼 불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생명 이사회 의장 박봉흠이 보낸 문자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충기 문자' 속 인물 중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낸 뒤 삼성맨으로 변신한 사람은 또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수석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에 올랐던 박재완 전 장관이다. 그는 장 사장과 여러 차례 골프와 식사자리를 가졌고 자연스럽게 인사 청탁 문자를 보냈다.
그는 과거 노동부장관 재직 시절 국회 국정 감사에서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백혈병 발병과 관련해 ‘삼성전자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과 노동환경 사이에는 통계적 관련성이 없다. 전문가들 의견이 그렇다’라며 삼성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시절 ‘삼성 도우미’ 역할을 했던 윤증현 전 장관은 장충기 문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장 사장으로부터 삼성의 최신형 휴대폰과 음악회 티켓을 받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뉴스타파는 윤증현 전 장관에게 연락해 삼성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물었으나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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