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골프장 상품권 팔아 확보된 현금 이 전 회장과 경영진 비자금 전용 의혹 경찰 수사
스트레이트, ‘휘슬링 락’ 골프장에서 벌어진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 '공짜 골프 접대' 실태 보도
[일요주간=이수근 기자] 400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의 비리로 실형을 선고 받고도 간암 치료를 명목으로 보석으로 석방돼 이른바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건에 대해 25일 대법원이 “다시 재판하라”며 고등법원(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기소된 뒤 파기환송(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다시 심판시키기 위해 원심법원에 돌려보내는 것)이 이번이 벌써 두번째인데, 대법원은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는 다른 범죄와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은 이른바 '무자료 거래'(부가가치세의 근거가 되는 자료인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를 통해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그동안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소송에 대응해 왔다.

'KBS'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고용한 변호사만 100명이 넘는다. 이중에는 전직 대법관 2명도 포함돼 있어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을, 첫번째 파기환송심에서는 실형 3년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2011년 4월 구속집행정지와 2012년 6월 보석으로 풀려나 7년 넘게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이 기간 동안 단 63일만 수감됐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는 25일 대법원 선고에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호진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등 불법비리로 인해 3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정작 63여일 남짓 교도소에 수감되었을 뿐, 7년 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등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6년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이 보석 조건을 위반하고 건강하게 활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돼 논란이 된 것은 물론 최근 KBS보도에 따르면 집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하는 ‘병보석 기간’임에도 이를 위반하고 이 전 회장은 잦은 음주와 흡연, 심지어 떡볶이를 먹으러 신당동으로 가는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개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태광그룹 계열사 소유의 ‘휘슬링 락’ 골프장에서 벌어진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공짜 골프 접대’ 실태를 보도하며 이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을 집중조명해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해당 보도를 통해 청와대,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관계 주요인사에 대한 호화 골프 로비 접대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휘슬링 락' 골프장은 겉으로는 '최고급 골프장'으로 포장돼 있지만 사실상 이호진 오너의 거대한 지갑 혹은 로비 통로로 쓰였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광그룹은 2005년 태광산업을 비롯해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매년 흑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는 등 노조파괴 행위를 자행했다"고 노조탄압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은 여전히 태광그룹의 대주주로서 막대한 배당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 전 회장과 부인, 두 자녀가 100% 소유한 회사에 태광그룹 전 계열사가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등 부당한 내부거래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재산은 2017년 기준 1조3000억원으로 10년 사이 3배가 늘어났다.
앞서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에 이호진 일가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엄벌해달라고 수차례 진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조치는 요원한 상태라는 게 공투본 측 설명이다.
한편 25일 ‘KBS’는 태광그룹이 ‘휘슬링 락’ 골프장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 정관계 인사와 전현직 경제관료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며 태광그룹 경영진들이 그룹 골프장 상품권을 이용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휘슬링 락' 골프장은 최고급 시설을 갖추고 있어 회원권만 해도 개인은 13억원 정도이며, 법인은 26억원이다.
그런데 경찰이 최근 ‘휘슬링 락’이 발행한 상품권 거래에서 수상한 돈의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이 돈만 내고 실제 상품권은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경찰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
‘휘슬링 락’이 골프장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발행했는데, 이 상품권을 태광의 다른 계열사들이 무더기로 사들였다.
KBS에 따르면 상품권을 팔아 확보된 현금이 이 전 회장과 경영진의 비자금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앞서 경찰은 2주전쯤 ‘휘슬링 락’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함께 골프장을 소유한 티시스의 김기유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병보석 상태에서 7년 넘게 재판 중인 이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은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나온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허위로 보석을 받았을 경우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총장은 이날 "만약 (법원에) 거짓 서류를 냈으면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스트레이트'에서 '휘슬링 락' 골프장 관련 이 전 회장 골프 접대 명단을 보도한 것과 관련 "이 골프장이 최고가로 초호화라는데 그럼 뇌물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문 총장은 "범죄단서 검토 등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보고 수사 필요성을 판단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태광의 초호화 골프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태광그룹으로부터 초호화 골프 접대와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리스트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현직 직원이 연루돼 있다면 관련 법령이나 내부 로비스트 규정을 적용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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