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배숙 의원, 최근 5년간 한국전력 260개 지사 재해자 450명 중 협력업체 근로자 총 425명에 달해

[일요주간=조무정/박민희 기자]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 김모(24)씨가 홀로 일하다 숨진 사고와 관련해 2016년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 업체 직원이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구의역 사고'의 판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과 공기업이 위험한 일을 하청·파견 노동자에게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위험한 일에 내몰려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생명과 직결된 안전업무에 대해 직접고용 원칙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이행해야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13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와 관련 “빈번한 사상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 원청의 안전에 대한 불법 또는 편법행태에 대해 일벌백계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숨진 김씨의 경우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태양발전본부의 하청 용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원청이 비용절감을 위해 하청업체에 위험업무를 맡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김씨는 사고 전날 야간 설비 점검을 하던 중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그런데 회사측은 6시간 동안 김씨가 사고를 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당일 새벽에서야 숨진 채 발견됐다.
컨베이어벨트 업무는 과거 안전을 위해 2인1조로 근무가 이루어졌으나, 외주화로 인해 홀로 근무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옆에 동료가 한 사람만 있었어도 기계를 멈출 수 있도록 작동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김씨와 같은 하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충분한 산업안전교육과 숙련기간을 거치는 정규직과 달리 부족한 안전교육시간과 형식적이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안전교육 탓에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2인1조 근무 요구조차 이윤과 비요절감의 벽에 가로막히고 있다”며 “구의역 사고로 사망한 김 군처럼 제2, 제3의 사고가 이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용역 업무를 맡긴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특별감독시 노조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0년 이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거의 해마다 사망사고가 발생해 하청노동자 12명이 사망했다”며 “연이은 노동자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의 사고조사 및 감독은 매우 제한적이고 단기간 감독에 그쳤다”고 원청과 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했다.
한편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한국서부발전의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도 '위험한 외주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전력공사가 협력업체 전기원들의 희생으로 그들만의 포상잔치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한국전력공사는 그간 재해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를 제외한 채 각 지사별 ‘무재해’ 기록을 세우고 이에 따른 포상금까지 지급해왔다“고 밝혔다.
당시 조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전력의 260개 지사(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자는 총 450명으로 사망자는 33명이었으며, 이중 협력업체 근로자가 각각 425명,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재해자의 무려 94.4(사망자는 90.9)가 협력업체 근로자임이 드러나 한국전력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 각 지사는 외주노동자의 재해를 제외시킨 채 ‘무재해’ 기록을 산정하고 달성배수에 도달한 지사들에 최근 5년간 총 4억2782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 10월4일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완전한 ‘무재해’(당일 기준 무재해 1825일 이상을 기록하여 5년 내 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한)를 기록 중인 사업장은 전체 260개중 222개에 달하고 있으나, 이중 136개 사업장의 경우 협력업체 근로자의 재해가 발생했으며 심지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전체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협력업체 노동자의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무재해’ 사업장으로 홍보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조 의원의 지직이다.
한국전력의 배전, 송전, 변전 분야 인력은 총 16718명으로 이중 52.8인 8827명이 협력업체 근로자이며, 특히 전신주 등 설비 소요가 많은 배전 분야의 경우 55가 협력업체 근로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은 “한국전력 각 지사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이분들의 안전과 근로환경을 책임져야 할 한국전력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희생은 덮어둔 채 ‘무재해 포상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전력은 기만적인 ‘무재해 운동’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일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안전 강화와 근로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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