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미리 보는 ‘주 4일제’

노금종 발행인 / 기사승인 : 2021-11-09 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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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금종 발행인

[일요주간 = 노금종 발행인] 현재 대권 주자들이 최근 주4일제 근무를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앞서 한국에서 주5일제 근무가 아직 완벽히 뿌리내리지 않았는데도 다소 빠른 감이 없지는 않다. 2004년 한국 사회는 주5일제를 전격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주5일제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돼, 2011년 7월에야 20명 미만 사업체까지 적용됐다.


그럼에도 주5일제 도입의 성과는 분명 실증되었다.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도리어 증가했다. 해당 연구를 보면 주 5일제 도입 이후 노동시간은 주당 약 1.5시간, 전체의 3%인 월평균 약 6시간이 줄었고, 노동생산성은 5% 정도 상승했다. 일하는 시간에 집중도가 올라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의 2016년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주당 노동시간 1시간 감소로 산업재해가 8% 정도 줄었다.


국내에도 일찌감치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생산성과 임직원 근무 만족도를 향상시킨 기업이 있다. 바로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다. 2019년 6월 에듀윌은 ‘드림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더 쉬는 주 4일 근무 체계를 마련했다.


제4차 산업혁명에 맞춰 우리 보다 앞선 덴마크, 스웨덴 등은 이미 주 4일제를 법제화했고, 최근 주 4일제를 시행한 아이슬란드의 결과에 여러 나라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 국민 취업자 1%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실험한 것이다.


2014년과 2019년 아이슬란드가 주 4일제를 경제활동인구 1%를 선정해 시범 도입한 결과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과 일과 삶의 균형 개선에서 긍정적인 내용을 확인했다. 시행 결과 직원의 신체와 정신적 고통이 해소되어 ‘이직·병가’의 감소 현상이 확인되었다. 남는 시간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초 주4일제를 전국적으로 실험하는 데 합의했다. 희망업체 200곳이 3년 동안 주4일제를 시험하고 손해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보상하는 내용이다. 사업 첫 해에는 정부가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에는 50%, 세 번째 해에는 33%를 보상한다.


2021년 4월 일본 자민당은 주4일 근무제 추진을 공식화했고,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코로나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회원사에 재택근무와 주4일제를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21년 6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연례 경제정책지침에는 주4일 근무제 시행 권고가 담겼다.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4일제는 언제가 해야 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선 먼저 공론화의 장을 폭넓게 구축해야 한다. 재계는 ‘시기상조’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휴식권 보장과 일자리 나눔은 전 세계적 추세라는 점에서 주4일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4일제 시행을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가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급여 수준을, 경영진은 생산성을 유지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단축이 삶의 질 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임금 보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저임금·중소기업은 주4일제 전환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세제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


1948년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에는 일할 권리(23조)와 쉴 권리(24조)를 명시하고 있다. 합리적노동시간과 여가시간, 휴식을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이제는 일이 삶을 압도한 사회를 벗어나,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사회를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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