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권력에 취한 자의 지나친 일방성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5-12-23 15: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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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 살포가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구는 상황에서도, 저잣거리에는 대장동 항소 포기 여진이 지금도 주변을 맴돈다. 국민은 불의가 판치는 나라가 되었다며 분개해 아무 곳에나 찌르고 비판해도 논란이 줄어들지 않는다.

종편 시사 프로는 여야 한 명씩과 중도 1명의 패널을 초청한 토론에서 여당 스피커가 2명의 패널에게 뭇매를 맞았다. 항소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자제한 것이라며 외압은 없었다며 감쌌다. 대통령과 무관한 일이라며 같은 여당을 감싸는 언설은 코웃음 썩인 반박 세례에 머쓱해졌다. 우파 진영 패널은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최대 악재" 라 진단했다.

사회자가 패널들에게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겠느냐는 물음에 선뜻 답을 못하고 어물쩡 하며 "글쎄' 지금 국민의 힘이 이 호재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고 했다. 여당의 자충수로 잘못된 문제를 놓고 당장 선거를 하면 국민의 힘을 찍지 않겠다는 여론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숱한 악재에도 여론조사 지지 수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힘당은 20%대에 머물며 지지 수가 계속 정체되고 있지만, 야당 집행부는 누가 뭐라든 갈 길을 가고 있다. 물론 야당이 직면한 아픈 여론조사 결과는 듣고 싶지 않거나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잘못이 있어도 그 문제를 제대로 활용하거나 반사 이익이 없다는 것은 일시적 잘못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태생 때부터 온실에서 자라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 정치의 한계다.

야당은 22대, 23대 총선에서 연이은 패배로 국민에게 심판을 받았다. 이제는 정치 패려다 임을 바꿔야 하지만 구태를 못 버렸다. 수년째 업그레이드 안 된 구태의 시스템으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쪽은 시스템 접속을 아예 포기하고, 또 다른 쪽은 엇박자를 내며 내부 분탕질을 하고 있는 게 야당의 현주소다. 야당은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할 개혁 시계가 작동되지 않는지 오래다. 그 사이 여당은 이념으로 무장해 철옹성으로 더 견고해졌다.

권력이 뭔지, 정치인 누구나 어떤 권력이든 권력만 잡으면 자신들의 유불리가 우선이다. 여ㆍ야당이 법과 규정을 내 입맛에 맞게 고치면서 주변에 반발을 일으키는 행위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여ㆍ야당 가릴 것 없이 집행부가 당헌 당규를 고치는 것을 국민이 보고 있다는 걸 못 본 채 고치려 든다면 우둔한 짓이고 그것을 알면서 강행했다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검찰은 헌법이 유일하게 보장해 준 준사법기관이다. 아무리 법무부가 상위기관 일지라도 검사장들이 항명했다는 이유로 직을 강등시켜 발령 내는 일이 올바른 행위인가. 검찰 개혁을 외쳤던 정권은 이것은 권력의 검찰 사유화가 아닌가. 검찰이 권력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장관 허락 없이는 잘못된 조치에는 입 다물어야 하는 조처를 보면 헌법 위에 장관이 군림한 듯하다.

작금의 검찰 인사를 보면 옳고 그름의 기준보다 좋고 나쁨이라는 것이기에 정권이 말하는 검찰 개혁이 내 편을 위한 것으로 기만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대적 요구라는 용어를 구실로 인사를 할 경우 그 잣대는 옳고 그름이지 좋고 나쁨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고 나쁨은 내 편 우선이라는 편 가름의 정치로는 이 정권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검찰 개혁은 내 편 보호를 위한 '검찰 장악'이라 해야 맞는 단어다.

권력이란 게 이러한 것인 줄 알고 있었지만 정말 무섭다. 공과 사, 득과 실보다 정치적 목적이 우선시 된다. 밝혀야 할 통일교 자금 살포 게이트. 온 국민의 속을 뒤집은 대장동 항소 포기에 관한 것은 잠잠하다. 그러나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민 혈세 수백억, 행정 인력 150여 명 등을 동원한 특검 수사를 지켜보며 권력이 새삼 완장이라 느낀다. 나랏 돈은 주인이 없는 것인가. 특검 파견 검사의 숫자는 검찰청 수준이다.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엄청났지만 자기 주머닛돈 아니라고 막 쓰고 있다.

민중기 특검이 출발은 사초를 쓴다며 거창했지만, 막상 종착지에 도착하니 창대함보다 미미했다. 압수 수색과 각본에 따른 불법 폴리바겐까지 별 신묘한 수는 다 썼지만, 결과는 허탈했다. 정치 특검의 한계다. 목숨을 앗은 강압 수사, 민중기 특검의 주가 조작의 연류,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의 선별적 수사 및 기소 등 특검의 도덕성과 정치성, 심지어 특검의 편파적 수사 형태를 국민에게 보여줬다.

민주당은 특검 결과가 못마땅하다며 2차 종합 특검법 도입을 발의했다. 내란 재판 못마땅할 수 있다며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지만 마른 수건을 다시 짜겠다는 여당의 정치적 막무가내는 정국을 급랭 전선으로 좌회전시켰다. 내란 정국의 정치적 고삐를 지방선거까지 잡고가 유리한 선거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다. 도랑을 치기로 마음을 먹은 자가 가재 잡기에 한눈을 팔아서는 곤란하다. 낙엽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고 모였는데 돈 줍기에 혈안이 되어서야 쓸 일인가.

기존 검찰에 권한이 과도하다며 수사, 기소를 분리시킨 민주당은 특검에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했다. 수사, 기소 권한을 가진 특검을 사실상 상설화하며 중복수사 먼지털이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전례 없는 무모함이다. 예산 낭비와 수사 인력이 정치적 사안에 집중해 입는 국민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특검을 정치적으로 선거용으로 이용하는 나쁜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장자 변무편에 "천하에서 가장 올바른 것은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하더라도 늘여주면 우환이 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다고 하더라도 자르면 아픔이 된다"고 했다. 각각 사물에는 자기만의 적절한 면이 있으므로 함부로 손익(損益)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세상사 이치나 도리에 어긋난 일을 억지로 행함을 책망하는 내용이다.

"우리가 지금 고달픈 것은 못난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권력을 쥔 잘난 사람들 때문임은 분명하다. 나는 사공이 될 터이니 너희는 묵묵히 노 젓기나 하라고 얼러대는 재주꾼들이 많아서 탈이다."라는 글은 지금도 울림을 준다.

어떤 권력이든 자신들의 의로운 양심(良心)에 비춰 타인의 양심은 부정당하는 것이 되었다. 권력은 그들만의 정의로 정치를 독점함으로써 비판적 소리에는 마이동풍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 진실을 이기는 권력, 민심을 거스르는 권력은 위험하다. 권력에 취한 자들의 지나친 일방성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우려스럽다. 이런 무리 정치가 계속된다면 후 일, 더 큰 역사적 단죄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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