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우리 사회, 이중구조 깨기를 해야 한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3-01-10 10: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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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계묘년이 밝았다. 새해 첫 칼럼은 좋은 생각으로 희망적인 부분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한 세상 현실이 답답하다. 왜 신년 벽두부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써야 하는가.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우리 사회는 정치가 시대 변화와 발전에 맞는 틀을 새롭게 짜지 못하고 구시대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며, 국가 발전에 따른 이익은 재벌과 사회적 강자가 독차지하는 불합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권력형 비리의 온상인 대장동 개발과 그에 따른 천문학적 이익, 대통령 부인의 주가 조작, 전직 대통령 부인의 옷과 사치품, 전직 장관 아들의 군무 이탈 사건 재수사, 소수 과점업체에 의한 치킨값 담합 의혹, 등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 가진 자들이 하고 있는 짓거리로 최근 언론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비열한 경쟁과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다. 사회적 강자인 '갑'들은 온갖 특혜와 반칙,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정당한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인 서민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통신, 건설, 유통 등 서민들의 일상 소비생활과 밀접한 산업 분야 대부분을 생산 공급하는 재벌들은 사실상 담합과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갑'인 그들은 하도급업체에 생사여탈권을 쥐며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인건비 상승 원자재비 상승 등 생산원가 상승 요인에 따른 자신들의 손실을 하도급업체인 '을'이나 납품업체 또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일 예를 들어 보면 모든 공정이 하청업체의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아파트 건설업은 대물 변제라며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기획부동산과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고 속인다. 하지만 이를 감시 감독하고 시정해야 할 행정부서와 사법 시스템은 잘못된 사항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가장 공정해야 할 교육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특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서열구조에 따라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명문 사립대학들은 국공립대학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상황을 이용해 등록금 장사를 하고 있다. 반면 이들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원초적으로 불공정한 입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킨 금수저 자녀와 흙수저 자녀의 불공정은 우리 교육이 풀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다. 학비를 많이 낼 수 있는 부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 진학 경쟁에 유리한 승자 독식 구조가 고착화 된 탓이다. 성공 경로의 지름길인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일부 사립초, 국제중, 각종 특목고가 즐비한 것도 대게는 다 이런 이유이다.

재벌기업들과 유명인사에 한없이 관대한 사법 체계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행위에 엄격한 법 적용을 해야 할 심판관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이상하게도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면 휠체어를 타는 재벌 총수들과 유명인사는 늘 법의 심판을 비켜 가거나 사면을 받는다. 오히려 부조리를 고발한 사람들이 각종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허다하다.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숭고한 이상이 버젓이 유린 되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조롱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춘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허울 좋은 장식에 불과하다. 법률 적용의 불공정은 입이 쩍 벌어진다. 재벌은 돈이 많으니 그렇다 해도 서민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가혹하다. 국가에서 지정한 국선변호사 제도는 형식적이고 장식에 불과하다. 그들은 피해자에게 목이 메인 사건을 그저 형식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들 대게는 첫 공판 후 사건이 어려우니 좋은 변호사를 찾아 법률 서비스를 받으라 권하며,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중개인 역할을 한다. 그들이 소개하는 변호사는 수임 비용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공평하게 적용받아 할 법에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가. 서민은 평생 벌어도 갚을 수 없는 돈을 요구한다. 그들은 법을 이용한 사회적 강자 위치에 있지 않은가. 과연 이러한 구조가 사회적 약자인 서민에게 올바른 것인가.

우리 사회 전반에 이처럼 약자에게만 한없이 가혹한 경쟁의 불공정과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구조를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특권과 반칙 없는 '규칙의 공정성' 만이 난제를 풀 수 있는 모범 답이다. 엄격한 법질서 확립과 공정한 적용을 외쳤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더니 자신들의 불법에 따른 수사를 정치보복이라며 사법체계를 불신하고 있다. 집권 여당도 내 편에게는 어물쩡하며 주저하고 있다. 지금의 여ㆍ야당 의원들은 크게 보면 다 사회적 강자들이다. 이들이 공정한 게임 규칙만 잘 지켜도 우리 사회 불공정 절반은 성공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의 화두를 전 정권의 공정, 상식이 무너진 것을 바로 세운다고 했다. 그러나 무늬가 화려하다고 약자가 강자와의 경쟁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시중에는 그날그날 벌어서 겨우 먹고 살 수 있었던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이 고금리와 치솟는 물가로 지금보다 더 하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아무런 잘못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기울어진 사회구조에 제물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사회의 빽없고 가난한 서민들은 단순한 물질적 결핍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의 삶이란 재앙이고 차별이며 모멸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의 과제의 핵심이, 지난 정권의 잘못 시행된 불공정을 공정하게 바꾸어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으로 고친다고 했다. 목표야 어찌 됐든 정말 공정사회를 원한다면 경쟁의 이중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강자들의 특권 의식부터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대다수가 국가 개발의 성장 과정에서 권력과 밀착해 많은 특혜를 받아 지금의 사회적 강자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또 정치인과 관료들은 그들과 밀착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며 퇴임 후에는 고임금의 일자리를 보장받는(전관예우) 시스템으로 짜여져 있는 게 우리 사회 현실이다.

이렇게 잘못된 시스템이 개혁되지 않는다면 윤석렬 정부의 상식과 공정 구호는 다 도로 아미타불이다. 물론 우리는 민주화를 거치며 권위주의는 어느 정도 파괴했지만, 어느 개인 스스로 합리적이고 올바른 권위를 세워 품격있는 성숙한 자세로는 나아가는 데는 부족한 게 많다. 지금 도처의 산재한 수많은 국정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약자에게만 적용되는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 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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