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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쌍주 대기자 |
여기서 북·미정상이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넘은 연출한 모습을 보고, 정치 팬덤들이 각자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흥분하거나 냉소하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해져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트럼프 미대통령의 노림수는 오직 미국의 이익과 자기이익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전략을 함축하는 의미의 ‘워싱턴 룰’과 트럼프 미대통령의 일관된 변덕 속에서 우리민족공동체의 생존과 이익을 극대화 하려면, 지금 우리가 무슨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은 고민해야 할 때이다. 흥분, 감동, 냉소만으로는 답이 아니다.
역사에서 가정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 하지만 만약 월가와 군산복합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었더라면, 지금의 한반도정세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에 놓여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대통령은 마치 상극처럼 보이는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보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놓고 볼 때 두 정상의 조합은 이보다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의 환상적인 케미가 아닐 수 없다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두 정상이 상극처럼 보여 북핵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코리아 패싱이니, 뭐니 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국제정세를 보는 안목이 정말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단견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정쟁과 트집만을 잡는 언론과 일부정치인들이 우리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것은 트럼프 미대통령과 적대적인 미국주류언론이 우리에게 뿌려놓은 ‘미치광이 관종’ 이라는 트럼프 미대통령의 허상을 보고 내린 짐작일 뿐이었다.
미국을 볼 때 우리가 벗어나야 할 인식이 있다. 미국의 민주당이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우군이라는 인식이다. 그 실상을 알고 나면 이보다 어리석은 인식은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 진보세력과 미국 민주당이 진보적 가치를 어느 정도 부분적으로 공유를 하고 있기는 하다.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가장 선명한 한계선은 대략 세 가지로 정해진다. ▲낙태와 동성애 그리고 ▲개인의 무기소지에 대한 의견이다.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외교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말하는 진보가 미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가안보정책에 있어서는 거의 종교적 신념이나 다름없이 굳어진 룰이 있다. 바로 ‘워싱턴 룰’이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진보적 가치와는 전혀 무관하다. 아니 오히려 완전히 적대적이다.
‘워싱턴 룰’이 비록 성문화 된 형식으로 세상에 공개된 적은 없지만, 워싱턴 룰은 미국 주류사회와 대외정책입안자들 뇌리와 가슴 속에 성경이나 코란처럼 대원칙으로 각인돼있다.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가안보정책은 ‘워싱턴 룰’이라는 기본노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어떤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다르지 않다. 외교정책과 전쟁에 있어서만큼은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로 공범관계에 있다.
미국의 ‘네오콘’이라고 하면 우리들 뇌리 속에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네오콘’이라는 전쟁광들이 공화당에 뿌리를 박고 활동하는 집단으로 보이지만, 실상과 내막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전쟁이라면 민주당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국은 전쟁에 중독된 국가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전쟁 중이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전쟁을 멈춘 적이 없다. 부시 전 미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미국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조차도 전쟁을 멈추지는 못했다.
오히려 더 확대했었다. 버락 오바마는 2011년이 되어서야 겨우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켰지만, 버락 오바마가 퇴임할 때까지 미국이 개입한 전쟁은 계속되었고, 워싱턴은 지금도 여전히 전쟁 중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세계 어느 곳이든 전쟁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미국이 있었고, 미국이 개입하지 않은 전쟁이 없었다. 미국은 전쟁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기어코 전쟁을 해왔다. 전쟁에 중독된 국가. 전쟁이 아니면 유지할 수 없는 국가가 돼버린 것이다.
미국은 전쟁을 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며, 전쟁을 국가정책의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것은 세계에서 오직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전쟁에 중독된 국가가 돼버렸다. 바로 그 배경에는 ‘워싱턴 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워싱턴 룰’이 계속되는 한 미국은 영구적으로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실상은 인류를 위해서도 미국을 위해서도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속사정에 있다 할 것이다.
미국의 주류 즉, 미국의 국가안보정책에 관여하는 핵심부가 되기 위해서는 ‘워싱턴 룰’에 반드시 합의하고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미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미대통령은 그것을 거스르는 공약을 천명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바로 그 ‘워싱턴 룰’에 최초로 반기를 든 인물이다. 미치광이 트럼프, 또라이 트럼프, 관심종자 트럼프, 온갖 추문에 휩싸인 트럼프라는 이미지는 트럼프가 ‘워싱턴 룰’에 반기를 든 대가로 받아든 청구서이다.
트럼프 미대통령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워싱턴 룰’이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미국을 바로 알 수 있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트럼프 미대통령이라는 희대의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관종 인물을 온당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룰’이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안보정책은 확고한 초당적 합의에 의해 운영되어 왔다. 해리 트루먼에서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대통령이 이 합의에 충성맹세를 했다.
그 합의의 요체는 ▲미국만이 국제질서를 규정하고 운영할 특권과 책임을 갖고 있다는 신념과 ▲그것을 위해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믿음이라는 아주 단순하고 간결한 불문율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든 전쟁에 찬성해야 하고, ‘워싱턴 룰’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예외도 없다. 마치 우리의 군사독재시절 반공이 국시였던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워싱턴 룰의 신봉자들은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서 미국이 항상 다음 세 가지 조건을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갖추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군사력의 세계적 주둔 ▲미국군사력에 의한 세계적 힘의 투사 ▲현존하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세계적 개입주의이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바로 이런 신조에 반기를 들고 미국우선주의 고립주의의 공약을 들고 나와 당선 되었다. 이제 ‘워싱턴 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고, 그 결과 누가 이익과 수혜를 입는지를 알아야 ‘워싱턴 룰’에 반기를 든 트럼프 미대통령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바로 이해하고 알아야만 미국과 트럼프 미대통령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지금 우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배경을 모르면 우리에게 트럼프 미대통령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미치광이로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흥분·감동·냉소하기보다는 미국의 ‘워싱턴 룰’처럼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는 여야정치권은 물론 언론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널리 인식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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