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흔들리는 넥슨…중국 인수설·노사 갈등에 리더십 시험대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7 16:10:10
  • -
  • +
  • 인쇄
넥슨 관계자 텐센트 인수설에 "노코멘트"...인수설 진위는?
네오플 노조 "역대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 일방적 축소 지급"
사측 "성과에 기반한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 위해 최선 다할 것"
▲ 25일 제주 네오플노동조합 집중결의대회 모습. (사진=네오플노동조합 제공)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중국 대형 IT기업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이 급부상한 가운데, 핵심 자회사 네오플의 전면 파업이 겹치며 넥슨 경영진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대내외 리스크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물론 산업주권 차원의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12일(현지시각) 텐센트가 넥슨의 지주회사 NXC 최대주주인 故 김정주 창업자의 유족과 지분 인수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거래 규모는 약 20조 원(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창업자 유족은 NXC 지분 67.6%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22년 상속세 문제로 30.64%를 정부에 물납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물납 지분을 포함해 텐센트가 경영권 확보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텐센트는 넥슨의 간판 IP ‘던전앤파이터’ 중국 유통을 담당해 막대한 성과를 거둔 바 있어, IP 통제권 강화가 핵심 동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국내 게임업계는 즉각 우려를 드러냈다. 한국게임학회는 성명을 내고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는 단순한 민간거래가 아니라 산업주권 침탈”이라며 “국가 안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텐센트는 이미 넷마블(17.5%), 시프트업(34.8%), 크래프톤(14.6%) 등 다수의 국내 게임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국내 시장에서 지배력이 극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25일 제주 네오플노동조합 집중결의대회 모습. (사진=네오플노동조합 제공)

◇ 넥슨 핵심 개발 자회사 네오플 노사 갈등 격화, 왜?

이런 상황에서 넥슨 내부의 불안 요인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넥슨의 핵심 개발 자회사 네오플 노동조합은 지난 25일부터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제주 본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파업은 서울 지사와 연대해 진행 중이며, 조합원 1220명 중 8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네오플은 넥슨 전체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다.

노조는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일방적으로 축소 지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흥행 이후 지급된 신규개발 성과급(GI)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었고, 지급 기준과 규모가 사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고강도 업무와 열악한 주거 복지, 과중한 노동환경이 누적돼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넥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텐센트 인수설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입장을 밝혔다. 다만, 노사 갈등에 대해선 “성과에 기반한 합리적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오플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보상안은 현실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잇따른 대외 인수설과 대규모 내부 파업이 넥슨의 지배구조 안정성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연매출 4조 원을 돌파하며 업계 선두로 올라선 넥슨이 텐센트 인수설과 노사 갈등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면서, 이정헌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리더십이 중대한 분기점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텐센트의 인수 시도가 구체화되거나 네오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25일 제주 네오플노동조합 집중결의대회 모습. (사진=네오플노동조합 제공)

 

◇ 네오플 노동조합, 총파업 돌입…“성과 외면한 일방적 보상 구조 바꿔야” 

 

한편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동조합이 본사인 제주를 중심으로25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며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섰다.


이번 파업은 제주 본사와 서울 지사가 함께 진행하는 연대 파업이다. 네오플 조합원 약 1130명 중 60%가 제주에 근무 중이며, 서울 지역 조합원과 함께 조직적으로 파업을 준비해왔다. 조합에 따르면 아트, 도트, 영상 등 콘텐츠 직군의 노조 가입률은 약 85%에 달하며 파업 참여도 적극적이다.

서울에서는 24일 집중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25일부터 27일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하고,30일부터는 조직별 순환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 본사 역시 25일 사내 농구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26일부터 30일까지 전면 파업에 나선 뒤, 7월 1일부터는 순환파업으로 전환한다.

네오플 노조는 이번 파업이 단순한 임금이나 성과급 요구가 아니라 고강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조합 측은 “지난해 이정헌 대표의 ‘콘텐츠 2배’ 발언 이후 업무 과중이 심각해졌으며, 초과근로와 야근이 상시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콘텐츠를 책임지는 직군의 피로도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파업이 시작된 배경에는 보상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평균 연봉 2억 2000만  원’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개발을 위한 수년간의 무보상 기간을 거친 뒤, 2024년 중국 흥행 이후 일시적으로 지급된 GI(신규개발 성과급)에 의한 것으로, 실제 평균 계약연봉은 6,000만 원대에 불과하다. 또한 올해 서비스 조직에 배정된 성과급은 전년 대비 약 45% 삭감됐으며, 약 800억 원 규모의 GI 및 기타 보상이 감액됐다는 게 조합은 설명했다.

네오플 노조는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른 배분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특히 중국 흥행 이후 지급된 GI도 당초 예정된 2200억 원에서 1500억 원 수준으로 줄었고, 지급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 측이 주장한 ‘1인당 최대 3300만원 성과급’ 역시 전 조합원이 아닌 일부 조직에만 적용되며, 수령을 위해서는 기존 매출의 200%를 달성해야 하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복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가 강조하는 주거 복지인 ‘사택 제공’은 전체 제주 근무자 약 900명 중 절반 이하만 지원 가능하며, 제주 현지 채용 직원에게는 지원조차 되지 않는다. 조합은 “회사와 직원 간 형평에 맞는 주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전면 개선을 촉구했다.

조합은 이날 발표한 입장에서 “이 싸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존중과 권리를 위한 공동의 투쟁”이라며 “성과를 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게임업계의 구조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넥슨 측은 “노사 간 이견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성과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성과급(GI) 지급은 안내된 규칙에 따라 이뤄졌으며, 성과 목표에 따른 스팟 보너스도 제안했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네오플 노동조합은 “회사의 제안은 구조적 불균형과 현실성 부족을 감춘 일방적 방안일 뿐”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조합원 1220명 중 80%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넥슨 전반으로 노사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