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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
"한 그릇에서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는 이유를 그들에게 물어보면, 어떤 경우는 옳지 않은 인사 때문에, 또 다른 때는 옳지 않은 표정 때문에, 또 다른 때는 옳지 않은 행동 때문에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과 관계없이 그 정황을 따져 보면, 이들의 싸움은 한 그릇의 음식을 두고 서로 다투어 먹으려 한다는 사실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체로 여러 겹의 원인들이 겹쳐서 일어난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입에 오르내리는 시빗거리이지만 그 시비에는 배경이 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며 그리고 시비의 중요한 원인은 대개가 그 속에 내재 되어 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뒤흔들며 언론 일면을 장식하고 있는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원인의 일차적 문제로는 김건희 여사의 일가 부동산과 관계된 야당의 정치 쟁점화로 보인다. 그러나 예비타당성까지 통과한 국책사업 건설공사 취소 과정의 그 격렬도로 보면 그것은 매우 다각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의 심리적 동기, 이해관계, 가치의 구조, 그리고 성호의 논설에서도 논했던, 특정인의 특혜와 특권 배분의 문제 등으로 귀결될 때 비로소 이 사건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세한 이해를 떠나서 이 사건을 생각하는 쉬운 방법은 그것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뜻하는가를 가늠해보는 일이다. 이 물음의 관점에서, 이번 양평 고속도로 건설공사 취소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당면 과제인 정치ㆍ사회의 편갈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건설공사 백지화는 도움은커녕 양평 군민의 불이익으로 이어져 오히려 더 큰 정쟁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국토부 장관의 일방적 백지화 선언은 '정도'에서 어긋나는 무책임한 정치 행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일이 여기에까지 이른 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사업의 백지화 선언은 여ㆍ야 양측의 주요 인사들이 보유한 토지에 첨예한 이익이 맞물려 충분히 정치 쟁점이 될 요인도 갖추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으로 십 년 이상 계획, 설계한 국책 공사가 하루아침에 백지화가 되는 걸까. 이것은 정치 논쟁 때문에 양평 주민의 생활권을 무시당하는 나쁜 정치 선례가 된다. 정치 논쟁이 아무리 중요해도 그것이 양평 주민의 생활적 현실보다 중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 칭한다. 이 생물을 다룬다는 것은 그것을 내 마음대로 부린다는 게 아니라 현실에 처한 사정을 따르면서 그것을 목표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며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베이컨은 "부리기 위하여 순응한다" 는 말로 과학과 현실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것은 물리적 사실의 세계에나 사회적 사실에나 다 같이 해당되는 말이다.
이번 사건을 되짚어 보면 집권 여당 출신 장관의 결정이 올바르냐를 떠나서도, 양평 군민의 생활에 관계되는 것도 이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국회 절대다수를 점유하며 주요 정책을 입법하는 야당도 불필요 뉴스를 확대 재생산 하는 일보다 진실로 양평을 위하는 일이 어떤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춰 실질적 고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당도 집권당답게 대승적 견지에서 문제의식을 가지며 풀어나가는 게 옳다. 설상 야당이 주장하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 문제는 집권 여당답게 헤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ㆍ야 주장하는 명분의 관점에서, 과거 정부 시절부터 지금 정부까지 이어온 주요 국책사업을 하루아침에 백지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주장과 근거도 없는 가짜뉴스로 정쟁으로 삼으려는 것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주장이 상존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인의 일반적 관점에 불과하다. 모든 사항 대처 방식이 이 정도면 정치가 왜 필요하고, 정치인이 왜 존재하며, 정치인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하나 하는 근본적 물음에 서며, 그 명분의 답은 자명하다. 국민을 위한 국책사업을 어느 특정인들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억지 논리 펴는 세력이나 이것을 빌미 삼아 국정을 줘락 펴락하는 세력, 어느 하나 국민을 위하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
주요 쟁점의 단순 백지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정쟁과 갈등의 무엇이든 문제 해결 방법이 백지화한다는 것 자체는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이러한 사고는 우리 정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주요 선진국의 정치를 보면 문제와 과제가 발생하면 무엇보다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합리적인 절차를 거친다. 실질적 논의 없이 가짜뉴스라는 정치적 공세에 더 이상 논의 자체를 거부하며 더 큰 논쟁을 야기시킨 책임은 집권 여당과 국토부 장관에 있다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다.
정치 쟁점의 문제를 떠나 맞부딪히는 요 상황은 결국 여ㆍ야당 각자 처해진 입장에서 판단 몫이다. 따라서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완벽한 제도는 없기에 결국은 완벽하지 못하는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장 나쁜 사람을 비하여 덜 나쁜 사람의 불법행위가 있어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 되고, 또는 좋은 사람이 되고 바른 사람이 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정치지도자가 그러한 기준으로 행동할 때, 공공제도의 유지가 가능할까. 비교 심리가 없다면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주요 쟁점마다 매번 반복되는 정치적 부당행위를 이제는 과감하게 끊을 때가 되었다.
지금의 우리 정치 상태는, 여ㆍ야당의 대화 부재와 불신임으로 양평 고속도로 취소 때문이 아니라 그 밑에 놓은 더 근본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혼란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건설공사의 백지화는 결국 불신 정치 패습이 가져온 나쁜 사례다. 이런 상황에 피해 당사자인 국민은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가. 여당과 야당이 팽팽하게 줄다리를 하는 정치 구도에서, 집권당이나 야당의 정치인은 혼란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스스로 삼가함이 옳지 않겠는가. 우리 정치도 경제에 걸 맞는 합리적 수준의 '정도'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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