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야합·도박 중독자 꿈틀대는 경마장이 나에게는 ‘블루오션’

박지영 / 기사승인 : 2012-03-27 10: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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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방여자’ 저자 윤용호의 경마 세계

[일요주간=박지영 기자]지난 5일 경마문학부문 한국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윤용호의 『마방여자』가 발간됐다. 1992년 『기수와 여왕벌』이라는 작품으로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한 이 후 『경마장의 말꼬리는 잡히지 않는다』, 『말이 가면을 쓰는 이유』등 경마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차례로 내 놓았다. 또 세 권의 소설집 『날아다니는 가위』, 『임대가족』, 『립스틱 색깔을 바꾸는 여자』 가 있다.

소설집 『립스틱색깔을 바꾸는 여자』는 미니픽션이라는 장르로 단편과 비교하더라도 찰나적이다. 미니픽션도 엄연한 소설이니 만큼 짧은 글 속에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며, 마땅히 문학적 감동을 주어야 한다. 이것이 미니픽션을 독자적인 장르로 규정할 수 있는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윤용호의 미니픽션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며 현재 윤용호는 간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며 또 다른 작품을 쓰고 있다. 지난 14일 <일요주간>은 윤용호를 만나 경마문학이 무엇인지, 미니픽션은 무엇인지, 왜 경마장을 배경으로 글을 쓰는지 등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 '윤영호'
―우리나라 경마문학부문의 최고의 작가라고 꼽히고 있다. 소감은.
▲ 우리나라에는 경마문학이 거의 없다. 내가 경마문학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표지 날개에 작가소개가 되어있는데 우리나라 경마문학의 일인자니 뭐니 적혀있다 매우 낯간지럽다. 독자들이 내 작품을 많이 읽고 판단해 주어야 하는데...


―경마장을 배경으로 쓴 작품들이 많다. 모든 작품을 경마장을 배경으로 썼나.
▲ 모든 작품들이 경마장을 배경으로 쓴 것은 아니다. 경마장을 배경으로 하거나 기수를 주인공으로 쓴 작품이 많을 뿐이다. 장편소설 중에는 ‘경마장의 말꼬리는 잡히지 않는다’와 ‘기수와 여왕벌’이라는 작품이 있다. 단편도 마찬가지다. 기수가 주인공이거나 경마장이 배경이다.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다.


―데뷔작부터 경마를 배경으로 썼다. 이유가 있나.
▲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기수와 여왕벌’이다. 경마장 배경은 아니었지만 기수가 주인공이다. 기수가 낙마사고로 경마장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와 겪는 일들을 적었다. 작품을 쓰기 전 경마장에 갔었다. 아는 사람과 그냥 놀러 간 것이다. 과천에 있는 지금의 경마공원이다. 굉장히 매료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경기를 보며 흥분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이러한 모습들이 강렬히 머릿속에 남았다. 아 이것을 작품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니 경마와 관련된 소설들이 거의 없더라. 다른 나라에서는 경마문학이라는 것이 장르화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마장은 하나(저자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경마장이 한 곳이었음)지만 규모는 매우 크다. 매출액도 크다. 그것을 소재로 소설이 나온 것이 별로 없다.

내 생각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 같고 블루오션 같았다. 나를 위해 (경마가)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의 욕망을 도박에 빗대어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
▲ 가장 중독성이 강한 분야가 사행성 오락이다. 도박. 지금은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좋아져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사실 도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도 많다. 중독성이 가장 높은 것이 마약인데 마약과 도막은 거의 막상막하다. 오히려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 욕망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박과 인간의 욕망을 비유하게 된 것 같다.

사행성오락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카지노도 있고... 경마, 경륜, 경정 등 종류도 다양하다. 경륜, 경정 같은 경우 경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내가 처음 글을 쓸 때는 경륜과 경정은 없었다. 경마밖에 없었다. 지금은 소싸움도 시장성이 되어가고 있고... 카지노도 경마장 이후에 생긴 것이다. 굳이 경마장을 배경으로 쓴 이유라면 내가 접할 수 있었던 것이 경마장이었기 때문이다.


―경마장내부 묘사가 매우 정교하던데 직접 보고 쓴 것인가.
▲ 일반인에게는 마방이나 경마장 내부는 공개가 되지 않는다. 승마장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여 참여할 수 있다. 나 또한 일반인이니 마방에 가본적이 없다. 신문을 통해 접했다. 신문에 기재된 기사를 통해 경마장의 내부 풍경을 알 수 있었다. 기사에 내 상상력을 동원하여 글을 쓴 것이다. 월남전에 가보지 않더라도 월남전의 배경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작가의 상상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픽션아닌가. 소설가는 남들보다 상상력이 뛰어나다. 소설가들은 상상력이 없으면 글을 못 쓴다.

마방에만 안 들어갔을 뿐이지 마방을 모습을 거짓으로 쓴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직접취재를 하고 쓴 기사를 보고 글을 쓰는 것이니 그 사람이 거짓을 기사로 쓴 것이 아니라면 사실을 배경으로 내 상상력을 펼친 것이다.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경마장의 공간들은 직접 가보고 체험한 것이다.


―4월부터 경마공원이 금연공연으로 바뀐다. 가족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경마장의 변화로 인해 글을 쓰는 소재들이 고갈되지는 않나.
▲ 경마장에 안가본지가 꾀 되었다. 요즘 경마공원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가족적인 분위기와 레저로써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다. 경마는 변수가 많은 경기다. 변수가 많기 때문에 배당도 높다. 평균배당이 20~30배 정도가 된다. 대단한 도박성을 가진 것이다. 경마역사가 깊은 선진국일수록 배당은 점점 떨어진다.

말이 동물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변수들이 있다. 기수가 낙마를 할 수도 있고, 말이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고, 하루아침에 아플 수 도 있다. 이런 것들은 마방사람 아니면 알 수 없다.

불법도 많이 일어난다. 경정, 프로야구 등 많이 일어나더라. 경마도 오래전부터 불법으로 많이 이루어졌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금도 분명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 경마장에 갔을 때만해도 예상지, 종합지 등의 종류도 얼마 없었다. 어느 마방에서 어떤 말이 뛴다 하는 정도였다. 지금은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다양한 변수들을 분석해놓았다. 과학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마장이 변했을 뿐이지 마방 내에서 일어나는 꼼수와 야합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돈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사람의 욕망이라는 것이 돈 앞에서는 치열함이 있기 마련이다. 경마라는 것이 합리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경마장의 경영진도 터치 할 수 없는 마주와 조교사사이의 무언가는 항상 움직이고 있다.


―등단하기 전에도 작품을 계속 써왔나.
▲ 등단한 이 후 글을 본격적으로 썼다. 그 전에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한 것이 전부다. 그때는 문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꿈이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문학소년,,, 문학소녀..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학에 있어서는 문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동경과 꿈이 있으면서도 이 것(문학)으로 밥 벌어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현실과 꿈을 다르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 당시(고등학교 시절) 학원이라는 잡지가 있었다. 학생문단으로써는 유일하고 굉장히 권위가 있는 책이었다. 당시 학생들이 등단할 수 있는 유일한 책이었다. 1학년 때 작품을 투고 하여 예선에 통과를 했다. 내 기억으로 그때 당시 접수되는 작품들이 700여건이 넘었다.

산문에 관심이 많아 산문만 썼다. 1학년 예선 통과 이후 3학년이 되어 작품을 투고 하여 제출했는데 입선에 뽑혔다. 나름 내가 글 쓰는 것에 소질이 있구나 생각했다. 그때는 그렇게 작품에 대한 열정이 있었는데도 대학을 진학하면서는 작가는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 것(진로 결정에 있어 문학을 선택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문학도 얼마든지 밥벌이가 가능한데..

그 당시 우리나라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다.
웬만한 소설들이 출판만 되면 잘 팔렸었다. 웬만한 작가들은 선인세를 받고.. 선인세 받고 글을 안 쓰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배짱도 부리고 그랬다.

―글을 써야겠다하는 마음을 먹은 것은 언제였나.
▲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을 했다. 출판사에서 하는 일은 원고를 다듬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근무를 했던 곳이 금성 출판사였다. 금성출판사 한국문학부에서 근무를 했었다. 그 당시 전집이 굉장히 유행이었다. 출판사 규모가 크다보니 전집도 대단위로 만들었다.

한국문학 전집의 경우 64권짜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 당시 64권의 분량이면 웬만한 작가들은 모두 포함이 되어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대표작들을 뽑아 64권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4권을 추가하여 나중에는 68권까지 만들었다. 그 모든 작품들이 내손을 거쳐 갔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보았지만 모두 내가 직접 보고 교열도 보고 작품검토도 했다. 작품들을 보다보니 나 보다 못한 사람들의 작품도 있었다.

나는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글을 써야하는 줄만 알고 글을 쓰지 않았는데... 내가 써도 되겠다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출판사를 그만두고 일인 출판사를 하나 만들었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라. 책 만들던 사람이 사업하려니,,. 1년 지나니까 퇴직금만 다 날려먹었다. 그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랴부랴 1년 만에 작품을 썼다. 그 것이 기수와 여왕벌이었다.


―문학쪽으로 진학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나.
▲ 아직도 그 때(고등학교 졸업 후) 글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 때 글을 썼다면 조금 더 빨리 등단 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나고 보니 내가 쓴 글 스타일이 그 시절(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잘 먹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을 정치와 비교한다면 정통보수다. 글의 스토리를 탄탄하게 잘 쓰는 편이다. 너무 늦게 등단한 것이 아쉽다.

일찍 등단했다면 작품도 더 많이 썼을 테고, 이름도 알렸을 텐데... 이미 글을 쓰는 자질은 고등학교 때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아쉽고 후회가 된다.


―경마장 외에 다른 사행성 오락을 배경으로 글을 써 볼 생각은 없나.
▲ 경마는 처음부터 관심을 가진 분야였고...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한다면 카지노를 배경으로 쓰고 싶다. 카지노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안 되었지만 돈이 오가는 곳에는 다양한 소재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카지노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 거의 없다. 내 건강이 허락한다면 꼭 쓰고 싶다.

딜러가 주인공인 단편 작품은 2개정도 쓴 적이 있다. 제보를 받은 것도 있다. 미니픽션(단편 소설보다 짧은 소설 원고지 30매 이내)으로는 몇 개 쓴 것이 있다. 카지노 노숙자가 쓴 소설이 나왔다고 하더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전문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문학성이 조금은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김진명씨가 쓴 소설은 바카라 한 종목만 대상을 했더라. 나는 다양한 방면으로 깊이 있고 문학적인 카지노 소설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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