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족벌체제로 폐쇄적 운영, 온갖 부정 저질러…‘도가니’는 진행형이다

노정금 / 기사승인 : 2012-04-16 10: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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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장이 수용된 장애인과 자기 아들을 결혼 시키고 법적인 며느리를 또 성폭행

▲도가니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조백기



“사회복지시설이 온갖 부정이 일어나고 있지만 관리감독을 해야 할 지자체에서는 ‘지역에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동조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익이사제’를 도입해야 제2, 3의 도가니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이란 곳은 장애인들이 어릴 때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살다가 나오는 곳이다. 엄청나게 끔찍하다. 지난번에 시설조사 같을 때 한 장애인에게 버스 타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20년 전 이 시설에 들어올 때 타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일요주간=노정금기자]지난해 영화 ‘도가니’는 광주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교사들의 장애인 학생 성폭력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었다.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총 관객수 470만 명을 기록하며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영화 ‘도가니’의 흥행과 더불어 인화학교의 청각장애인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여론에 떠밀린 경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광주경찰청은 두 달여간의 특별수사를 통해 학교 및 우석법인 관계자 14명을 형사입건하는 한편 7명을 기관통보, 7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또 영화에서 여자원생의 손과 발을 묶고 성폭행한 장면의 실제 인물이 구속됐다.

더불어 국회에서는 장애인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했으며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등 인권침해 방지대책특별위원회’(이하 장애인특위)를 구성했다. 이어 지난달 20일 ‘도가니 피해대책위원회’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의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일 <일요주간>은 조백기 도가니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달라진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의 현주소와 실태에 대해 들어봤다.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그 이후 달라진 것들이 있나요.
▲도가니 파장으로 인화학교가 폐쇄되었습니다. 지자체가 이렇게 강하게 행정처분을 했다는 것은 이전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그 만큼 컸던 것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시설에서는 긴장했었고 법이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발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정책의 변화 없이 시설유지, 확대를 위한 것으로 간다면 제 2, 3의 도가니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가니 실제 피해자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시각장애, 지적장애인들이었는데 청소년기였기에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지속적으로 주의에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과정입니다. 평생 짐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보다 피해는 더하고 영화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수가 3명밖에 안됐는데 사실 10여명이 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습니다. 피해자가족들이 노출을 꺼리는 경우와 공소시효가 지나 무마되었던 것이고요. 영화니까 그 정도 수위였고 소설도 조금 완화된 것 이예요. 실제 저희가 보고서를 보면 엄청 끔직 합니다.


-광주인화학교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었다라고 보십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성폭력이라는 것보다는 이런 사건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우리 사회 에 만연해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사회복지정책’에 문제가 있는 거죠.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계속 반복 될 것 이예요. 옛날 자료들을 찾아보면 똑같은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 이예요.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시설장이 수용된 장애인을 자기 아들과 결혼을 시키고도 법적인 며느리를 또 성폭행하고 했어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때뿐입니다.

-이번에 국가를 상대로 인화학교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했는데요.
▲네. 진행 중에 있습니다.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이는 1차적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지만 이런 사회복지시설 운영이 국가와 지자체의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건데 명백한 관리책임들을 맡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변호인단 중에 ‘나영이 사건’을 맡아서 승소한 분이 저희 변호를 도와줄 것 입니다. 시설의 관리, 감독 책임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법률적으로는 핵심이 될 것 입니다.


-영화‘도가니’ 파장으로 ‘공익이사제’가 도입되었죠.
▲사회복지시설이 족벌체제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안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이것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지자체에서도 ‘지역에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동조하고 온갖 부정을 저지른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에 ‘공익이사제’는 외부 전문가들 (사회복지, 인권에 대한)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시도된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 2007년도 정부 입법으로 하려했으나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대를 했었어요. 한나라당 배후에는 각종 시설을 운영하는 시설 운영장 등이 있었죠. 그래도 이번 영화 때문에 공익이사제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도입되면서 민간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시설운영자들이 ‘예전처럼 무단히 운영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유사 피해사례가 속속들이 나타났는데요.
▲네. 거의 전국적인 현상인데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 이예요. 이렇게 발생하고 잊어지면 다른 곳에서 또 발생하고 합니다.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파장으로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이번 실태조사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성폭력 부분 이었고 유사사건들에 대한 조사발표하고 검찰 고발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방임, 방치라든지 횡령이라든지 이런 문제들은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어요.


-장애인들의 성폭력 피해 말고 또 어떠한 문제들이 있나요.
▲흔히 보편화시켜서 시설문제,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문제를 보면 시설 비리와 인권침해는 맞물려서 일어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시설비리가 있으면 기본적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준 예산을 횡령 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거기에 생활하는 장애인분들에게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금이나 수당을 지급하는데 그것을 시설장이나 운영자들이 횡령을 해요.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활동력이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농사일을 시키거나 짐승을 사육시킨다든가 또 활동이 어려운 동료들을 돌보게 합니다.

외부 노동도 시키고 임금을 받는데 그것을 시설장들이 갈취하는 식의 강제노동도 이뤄집니다. 이러하다 보니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 들을 장애인이 돌보다 보니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죠. 돌봐지지 않으면 묶어놓거나 감금시켜놓거나 하고 이상행동, 과잉행동을 하면 묶어놓거나 약을 먹여 재웁니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맞물려 있다고 하는 것 이예요.


-사회적 약자에게 반복된 피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인들은 일반인들과 다르다고 구별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호해 줄게’하는 명분이지만 격리시키고 있어요. 다른 외모, 다른 능력 때문에 이들을 차별해서 격리시키고 똑같은 사람이라고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함부로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시설장들은 수용된 장애인들에게 자기들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도 하는데 가족이라면서 자기 가족에게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이고 아프다는 사람에게 나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설장들을 경험하시면 그 사람들이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장애인들은 어떻게 생활하나요.
▲일단 한 번 가보세요. 그럼 아시게 될 겁니다. 어릴 때부터 들어가서 죽을 때까지 살다가 나오는 곳이 시설이라고 보면 엄청나게 끔찍한 것입니다. 지난번에 시설조사 같을 때 보니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들어올 때의 접근성 때문에 물어보았어요. ‘버스 타보신 적 있습니까’라고요. 그 분이 ‘타봤어요’라고 대답을 했어요. 그 분들은 이야기 하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합니다. 그래서 ‘언제타보셨어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라고 물으니 ‘네.. 저 여기 시설 들어올 때 버스를 타고 들어 왔어요’라고 해서 ‘그게 언제예요?’라고 물었어요. 근데 참.. ‘20년 전 쯤요..’라고 대답을 하는 것 이예요. 그러니까 20년 동안 그 곳에서만 머물었던 거예요.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일단 사립학교처럼 학교재단처럼 우리사회에서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야 될 영역을 종교단체나 개인에 의해서 정부나 사회가 하지 못하는 복지영역을 민간영역에서 많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전문화 되는 것에 따라 민간단체들도 변화가 이뤄지고 거기에 따른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점점 더 정부의 책임은 회피하고 민간들의 영역으로 넘겨지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지원은 많이 이뤄지는데 거기에 따른 책임은 회피하고 여전히 이것이 자신들의(민간단체) 재산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자신들의 재산을 투여한 것도 있겠지만 그 후에 법인이나 시설이 운영되고 자기 후손들한테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물질적 기반들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뤄진 것인데요.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수당이 운영진 사적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사회, 국가에서 개입하면 ‘사유재산침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시설의 개선 방향은.
▲긍극적으로 보았을 때 시설이라는 것이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전 고아원, 장애인 시설들이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물론 부분적으로, 단계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지금처럼 운영되는 시설들은 없어져야 됩니다. 정부는 서비스 욕구가 있고 필요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더불어 살면서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됩니다.

이미 외국에서 20-30년 전부터 시설을 없애는 것이 진행 되었고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시설에 의존하고 시설 유지, 확대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차원에서 인권으로 넘어가는 문제입니다. 국가에서는 장애인 개인에게 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알아서 챙겨줘야 됩니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시설운영자들은 힘없는 노인들, 장애인들을 자기들이 벌어먹고 사는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가니피해대책위’는 어떻게 조직하게 되었나요.
▲제가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인권활동을 2010년 3월까지 했습니다. 활동하면서 맡았던 일들이 사회복지시설내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비리 문제 등에 대한 일을 했고요. 또 ‘사회복지시설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에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2005년도 ‘도가니’ 사건이 처음으로 알려지고 광주지역에서 사건해결을 위해 인화대책위가 만들어져 활동을 해왔습니다.

저희는 작년 10월에 영화 ‘도가니’ 계기로 재조명을 받고 ‘이번에는 문제해결을 해보자’라는 취지에서 꾸려진 대책위입니다. 저희가 두 가지 취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광주 인화학교 해결을 위한 것이었고, 둘째는 정부가 사회복지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법,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끝으로 도가니대책위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근본적으로 사회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을 재검토를 할 예정이고 인권친화적인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실제 장애인들이 서비스나 돈이 필요하다하면 직접 당사자에게 지급을 하는 시스템으로 해야 되요. 영국이나 선진국들은 ‘직접지불제’라고해서 장애인 당사자 개인욕구가 뭔지 필요한 것을 지원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나 지자체가 그것을 귀찮아합니다.

인권 운영 진영에서 고민하는 것이 ‘제도화된 것을 어떻게 실제화 할 것 이냐’라는 고민인데 법인이사를 공익이사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 구성원을 추천하는 권한이 시, 도 지역사회 협의 하에 하고 있고 추천하는 권한이 있는 지역사회복지협의회 구성부터 우리가 모니터하고 좀 더 전문적인 사람을 구성하는데 힘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시설 내에서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했고 기존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을 앞으로 실제 운영이 되는지 모니터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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