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상업 건축물들은 길거리에 서서 벙글벙글 웃고 있는 것 같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할 때 30여명의 미녀들이 무대에서서 얼굴을 보이기 위해서 한껏 미소를 짓듯이..." |
[일요주간=박지영 기자]작가 서윤영은 서른한 살, 졸업과 취직 그리고 결혼을 쓰리쿠션으로 해결하고 서른두 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책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서른네 살, 100권의 책을 읽었고 인터넷 신문에 글을 썼다. 서른다섯 살, 200권의 책을 읽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낳았다. 서른일곱 살, 300권의 책을 읽었고 『집우집주』,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을 낳았다.
서른아홉 살, 400권의 책을 읽었고 고려대학교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했으며, 『우리가 살아온 집, 우리가 살아갈 집』을 낳았다. 마흔한 살, 500권의 책을 읽었고 인하대와 홍익대에서 강의를 하였으며,『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를 낳았다. 그리고 마흔네 살인 지금, 600권의 책을 읽으며 여섯 번째 책 『내게 금지된 공간 내가 소망한 공간』을 내놓았다.
서윤영의 집에는 언제나 두 개의 서재가 있었다. 아내의 서재와 남편의 서재. ‘서재’라는 공간은 그녀가 오랫동안 원했던 공간이다.
『내게 금지된 공간 내가 소망한 공간』은 지금까지의 책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 |
||
-『내게 금지된 공간 내가 소망한 공간』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
▲말 그대로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을 소망했냐하는 것인데,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여성을 말하기도 한다. 옷은 남녀 차이가 뚜렷하다. 건축에서도 남녀의 차별 분리에 대한 문제를 다룬 것이다. 우리는 여성의 공간이라고 하면 안방, 주방을 먼저 떠올린다. 일단 안방은 화려하게 주방은 예쁘게 이렇게 생각한다. 모델하우스 같은 곳에 가도 직원들이 “사모님 이리오시죠”하면서 안방 보여주고 주방 보여주고. 안방과 주방이라고 하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본분인 아이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음식의 조리 이 두가지 역할에 충실하는 것. 그것을 하기 위한 공간을 딱 보여주는 것이다.
남성의 공간이라고 해서 “사장님 이리 오십시오”해서 보여주는 공간은 단연 서재이다. 남편의 로망 ‘서재 만들기’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우아한 성차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재라고 하는 것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다. 현대사회에 와서는 정보와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곧 권력과 사회자본, 경제의 환원 능력이다.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학력자본이라는 것도 졸업 후에는 사회로의 환원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정보습득을 위한 공간이 되는 서재는 굉장히 중요한 장소다. 현대 사회에서 서재는 남성의 전유물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21세기 여성의 향상된 사회적 지위를 어떻게든 주택에도 방영해 주어야 한다. 근데 현 사회에서는 여성의 향상된 지위를 기존의 여성의 공간이라 알려진 침실과 주방의 비대화로 확인하고 있다. 남편의 전유물이라고 알려졌던 서재를 여성에게도 제공하는 방식, 그러니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향상된 지위를 주택에 나타낼 수도 있는데...
박완서 선생님의 경우 등단을 한 이후에도 서재가 없어 베란다를 개조해 책상을 한켠에 놓고 썼다라던지, 오정희선생님은 이미 일찍이 등단도 했고 남편분이 교수였기 때문에 중산층이상이었으나 부엌 식탁에서 글을 쓰며 울었다하는 이야기등이 많이 있다.
-언제부터 자신의 서재를 갖게 되었나.
▲결혼을 하고 10년 동안 같이 살면서 서재를 같이 쓴다는 것이 어느 날 문득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혼 10년 만에 서재를 따로 쓰기 시작했다. 결혼 10년 만에 서재를 따로 쓰는데 보통일이 아니더라. 남편과 나만 합의하면 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시누이들이 방이 3개인 것을 보고 ‘이방은 아기 방으로 쓰면 되겠다’하더라 아기 방이 아니라 내 서재로쓰겠다고 했을 때 ‘왜 각방을 쓰는거냐?’ 물어보더라. 또 내가 이 책상(자신의 서재에 있는 책상)을 사러갔을 때는 내가 키가 작아 주니어용 책상을 보고 있었는데 직원이 자녀분이 쓸꺼냐 그러더라 ‘저는 자녀가 없습니다’했더니 ‘그럼 어느분이 쓸 책상이요’되 물어 ‘내가 쓸 책상이에요’라고 했더니 ‘결혼하신 주부 아니었어요’ 그러더라.
다른 사람들이 여성의 서재를 보면 남편이 뭐하는 사람이 길래 책상을 두 개나 쓰느냐, 얼마나 아기가 갖고 싶으면 미리 아기 방까지 꾸며 놓고 아기를 기다리느냐 등의 말들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내의 서재라고 하는 것은 아예 없는 방이다. 실제 아내의 서재를 보면 남편이 서재를 두 개 쓰거나 미리 꾸며놓은 아이 방이거나 아니면 시동생이나 시누이를 데리고 살거나 등으로 생각한다. 이 책에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2005년 출간되었던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을 다듬어 새로 출간했다. 이유가 있었나.
▲이건 개정판이다. 2005년 출간이후 7년간의 시차가 있다. 모든 책은 책을 쓸 때보다 쓰고 나서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을 내고 나면 질문을 하러 오고 인터뷰를 하러 오는 과정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고,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가 축척이 된다. 조금 더 할 이야기가 많이 생기고 아울러 2007년부터 고려대학교에서 다시 공부를 하게 되니까 좀 더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배우게 되었다. 2쇄를 찍을까하는 출판사의 요청에 차라리 개정 증복판을 내는 것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7년 동안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 것 같다. 7년 전과 현재 건축 문화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2005년과 2012년 7년간의 시차를 두고 따져보면 가장 큰 변화는 아파트 주거문화가 다양해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2005년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주로 엄청난 양적 성장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층아파트들이 대단지가 되고 그러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에는 고층화된 아파트가 생겼을 때 쯤, 양적팽창이 일어나고 그 양적팽창이 무한정 증식한 것이 아니라 2007년~8년 그 기점으로 타운하우스라고 하는 저층 저밀한 새로운 주거 유형이 생겼다. 그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타운 하우스 같은 것을 학교 수업시간에는 배우는데 그것을 강의 나가서 설명을 하거나 일반인들 상대로 말을 하자면 개념이 안 잡혀 다들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내가 타운하우스라고 이야기 요즘은 딱 안다. 단순히 타운하우스가 새로이 등장 했구나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층 고밀의 양적팽창에서 어떤 질적인 다양화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주거문화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나라도 그때까지는 고도성장, 고성장의 시대였다가 2000년대 중 후반을 중심으로 저 성장 시대로 돌입한 것 같다. 그래서 더 다양성이 요구되지 않나 생각한다. 88올림픽이라 던지, 2002년 월드컵 등 이런 대형 체육행사를 치르고 나면 그 국가 이미지라든지 경쟁력은 상승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도변하게 된다. 아마 우리나라도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난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사회가 변한 것 같다.
-‘사람을 닮은 집’이라고 표현을 했다. 어떤 면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건축과 사람은 둘이 아닌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를 살펴보아도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쓰는 재료를 가지고 인간은 집을 짓는다. 흔히 말해서 건축공사 일반을 ‘토목’이라고 하듯이 흙과 나무는 집을 짓는 두 가지 중요한 재료인데 일반적으로 농경을 시작했던 문화권에서는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진흙을 빚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문화권에서는 흙을 빚어서 집을 짓는다. 벽돌 건축이 그러하다. 우리나라도 그 진흙집이다. 근데 농경이 발달하지 못했던 수렵 채집에 상당기간 의존했던 목축에 의존했던 문화권에서는 나무를 깎아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신화가 많다. 그런 문화권은 나무를 깎아서 집을 지었다. 그런 것들을 볼 때 건축이 얼마나 인간을 닮아 있느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축물들을 보면 표정이 다 다르다. 종로나 무교동, 명동 같은 상업적 건축물이 발달된 곳은 건축물들이 거리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 문을 활짝 열고 크게 간판을 달고 활짝 웃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정집을 보면 여염집 가정 주부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함부로 미소짓지 않듯이 그냥 눈이 마주치면 슬며시 피하듯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렇듯 건축물의 표정들은 다 틀리다, 상업 건축물들은 길거리에 서서 벙글벙글 웃고 있는 것 같은데... 명동이나 도쿄같은 고밀한 곳의 건축물들은 입면이 아주 세장하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할 때 30여명의 미녀들이 무대에서서 얼굴을 보이기 위해서 한껏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그런 모습 같다. 절이나 수도원 같은 것들은 산속에 조용히 숨겨져 있다. 그런 건물들이 대로에 나와서 사람들을 끌고 유혹을 하나? 아니다. 항상 숨겨져 있다. 정말 사람을 많이 닮았다.
-세계 건축에 대한 내용도 있던데 세계사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였나.
▲그런 것은 아니다. 30살 이후에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건축의 역사라고 하는 것이 큰 의미에서 따져보면 문화사의 하위사이고 문화사는 역시 세계사의 하위사이다. 세계사와 문화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먼저하고 건축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건축과에 가면 건축의 역사에 대해서만 막 배운다. 물론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전공 과목답게, 세밀하게 배울 수는 있다. 나는 건축은 일반인과 전문가의 괴리가 큰 과목이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괴리를 매우기 위해서는 건축사가 아닌 문화사의 하위사로서의 건축, 또 세계사의 하위사로의 건축을 다루는 것이다.
-원래 전공이 건축이 아니었던데, 학교를 바꾸고 전과를 하계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물어들 본다. 공부를 하다 중간에 ‘전과를 해야겠다’ 한 것이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건축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공부를 못해서.. 이유는 명백하다 공부를 못해서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해서 또 떨어지고, 그래서 결국 다른 대학을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공부를 하다 꿈을 위해서 전과를 한 것밖에 없다.
-작가가 된지 10년이 되었다. 처음 책을 쓰게 된 계기는.
▲한겨례신문에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건축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 ‘서윤영의 건축스케치’라고.. 그걸 보고 출판사에서 칼럼들을 모아서 단행본을 냅시다 하는 제안을 받았다. 2003년 가을경에 책이 나왔고 그때부터 2005년, 7년 해서 2~3년간격으로 책을 꾸준히 냈었는데 최근에 약간 주춤했다. 아무래도 제가 학교에서 다시 공부를 하다보니까 조금 주춤했다. 다시 본격적으로 다작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 좋아하는 건축 양식이나 건축물은 어떠한 것이 있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축양식은 러시아 구성주의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요즘 나이 들어서는 건축물이 튀는 건축물보다는 조용한 건축물들이 좋다. 변과 조화를 잘 이루어서 튀지 않는 수수한 건축물이 좋아 지더라. 최근에 가장 좋았던 건축물은 도쿄를 여행하다 본 미쓰이 본사 건물이다. 우리나라 삼일빌딩과 굉장히 비슷하다. 수수해보이지만 디테일은 굉장히 꼼꼼하다.
또 모든 건물들이 ‘나 어때요’, ‘나 이뻐요’, ‘나 멋있어요’ 하는 것 보다 조금 물러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도시의 표정을 가장 아름답게 해주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나아가 사람보다는 사람의 행위이다. 사람의 행위가 일어날 수 있도록 건축물은 물러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광화문 광장이 조성된 것을 보면 세종대왕의 무릎아래에서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 모습이다. 도시의 표정은 세종대왕의 무릎아래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행위이고, 그 행위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트리트퍼니처와 건물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교집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시에서 제1선에 있어야 하는 것은 사람의 행위이고, 제2선에 있어야 하는 것은 스트리트퍼니처, 건축의 자리는 제 3선이라고 생각한다. 3선에 물러서 있는 건축물들이 가장 아름답다.
![]() |
||
▲침실이나 부엌을 통해 여성의 향상된 지위를 나타내는 것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창조였다면 꼭 그것만이 아닌 어나더스타일(another style)을 누군가는 주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주택에서 여성의 서재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나더스타일로서 보아주기를 바란다. 문화의 성숙성이라고 하는 것이 문화의 다양성이듯이 주택의 여러 가지 다양성을 보아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