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노정금 기자] “내진설계를 의무화 하고 있지만 2005년에 개정되어 2005년에 지어진 중·저층 건물들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보강법 또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땅속에서의 화산 활동, 단층 운동, 지하수 침식 등으로 지각이 일정한 기간 동안 갑자기 흔들리며 움직이는 지진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잇따른 지진의 피해사례를 보면 지난 2010년 칠레에서 8.8 규모 강진, 아이티를 덮친 7.0의 지진으로 인해 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쓰나미는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이 그 원인이었다.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진도 1 이하의 잦은 미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대 지진방재연구센터는 지진에 대한 이해와 지진으로 인한 구조물의 피해양상을 살펴보고 지진 피해 예측 및 구조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내진설계 실력을 겨루는 ‘구조물 내진설계 경진대회’를 지난 20일 개최했다.
한국면진제진협회와 공동으로 지진재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우리나라 건설 산업계를 이끌어 나갈 대학생들의 내진설계 분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이 대회의 목적이다.
‘구조물 내진설계 경진대회’는 올해로 4년째를 맞이했다. 이번 대회는 ‘우리 동네를 지켜줘!(Save your downtown!)’라는 주제로 우리 고장 도심지 한복판에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땅이 갈라지고 전신주가 넘어지고 옹벽이 붕괴하며 대비가 돼있지 않던 건물들이 하나, 둘 파괴되는 상황을 설정해 치러졌다.
참가 학생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고장에 이 같은 강진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시청과 병원, 소방서, 경찰서, 아파트, 상가 등 사회 중요 시설들을 설계해 각자의 동네를 지진으로부터 지켜내고 구하는 상황을 체험했다.
올해 총 41개 팀, 164명이 참여해 모형제작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였으며 이 중 조선대학교 건축공학전공은 구조물 내진설계 경진대회에 3년 연속 출전해서 제2회 대회에서 7등(내진아이디어상), 제3회 대회에서 4등(내진설계우수상)에 이어 올해 3등(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상) 등 차례로 입상했다.
<일요주간>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상(3등)을 거머쥔 전태인(건축공학 4), 고재두(건축공학 4), 김민주(건축공학 4), 손소연(건축공학 3)씨로 구성된 홈키퍼(Home Keeper)의 팀장 전태인 학생을 만나 대회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조물내진설계란 어떤 것입니까.
-구조물 내진설계란 수평의 좌우 진동인 지진에너지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인데요. 내진설계 경진대회를 통해 지진에 대해 대학생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지진으로 인한 구조물의 피해양상 및 구조물의 피해를 실험을 통해 경험하고 내진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것에 의미가 있어요.
▶이번에 당선된 작품에 대한 설명한다면.
-먼저 이번 대회의 주제는 “Save your Downtown”으로 도심 한복판에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시청이나 병원, 소방서 등 사회중요기반시설을 선택해 진도 7.0 지진에 버틸 수 있는 안전한 공공시설물을 짓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Home-Keeper 팀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학교 건축물을 선택해 광주의 무등산 서석대를 모티브로 내진설계를 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학교 건축물은 장방형의 긴 건물인데 반해 우리의 내진 설계 작품은 기존 학교 건축물의 고정관념을 깬 건물로 지역의 랜드 마크로 자리 잡고,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적인 효과를 낸 작품입니다.

▶준비기간은.
-2,3회 내진설계경진대회를 출전해서 얻어진 노하우 및 정보를 토대로 지도교수님의 자문과 내진 공학 연구실 선배들의 조언을 받으며 내진설계경진대회를 준비했어요. 한 달 반 동안은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2주 정도는 모형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냈어요. 공방을 들러 대회 규준과 비슷한 MDF strip과 plate판(나무재질)을 구입해 실제로 모형을 만들어 보고 실제로 무게를 올려 흔들어보고, 여러 실험도 하는 등 총 준비기간은 2달여 가량 걸렸습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대회규정에 맞게 실제 모형을 구현하는 것이었어요. 교수님의 자문과 선배님들의 조언을 통해 수정 보완했지만 규정을 통한 모형구현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그 중 모형위에 얹어지는 하중블럭 처리가 가장 힘들었고요. 4층 건물로써 각 층별로 4kg씩 총 16kg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데 16kg 자체의 무게도 무거울뿐더러 이를 흔들었을 때 어떻게 버틸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수차례 모형을 만들고 시험해보고, 이를 통해 얻어진 결과를 내진설계모형에 적용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지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먼저 공모전의 심사기준의 착안점을 가지고 팀원들과 브레인 스토밍식의 토론을 했습니다. 일단 팀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 하에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회의를 통해 나온 의견 및 내용들을 가지고 내진 공학선배들과 지도교수님의 자문을 통해 현실적으로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 보완했고 그 내용을 토대로 학교 건축물을 구현했어요.
처음 지진에 대한 관심은 최근 발생된 동일본지진이나 뉴질랜드 지진 등의 사회적 이슈를 통해 소식을 접했을 때 관심을 갖게 됐고 2011년 당시 3학년 수업 중 ‘구조 동역학’ 수업에 교수님께 직접 고안한 지진이 오게 되면 땅의 흔들림이 좌·우로 흔들린다고 가정할 때 구조물의 상태를 알아보는 Shaking Test(쉐이킹 테스트)라고 해서 구조물을 직접 제작하고 Shaking Table(쉐이킹 테이블) 위에서 흔들어봄으로써 구조물이 거동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함으로써 내진설계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지금은 그 교수님 아래서 내진공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자료 조사 과정에서 지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덜하지만 지진에 안전한 나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건축물 중 특히 학교 건축물은 재난 시 지역주민들의 응급피난장소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중요시설(자연재해대책법-2004년 방재집행관리)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학교관련 시설물 중 건축법 시행령 제 32조 규정에 의거 내진보강이 필요한 3층 이상, 1,000㎡ 이상인 건축물에서 실제로 내진 설계된 건물은 13.2%이며 이것은 전체 건축물의 3.7%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우리나라 지진의 실태는 어떤가요.
-이번 대회에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내진설계를 주제로 다루면서 우리 팀은 학교시설을 설정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시설이 재난 시 지역주민들의 응급피난 장소를 담당하는 재난 대피시설로 지정되어 있어 1차적인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2차적 피해인 사회혼란 및 재난민의 거주지, 화재나 침수 등 생활피해를 막아야겠다는 것을 알았어요.
▶갈수록 세계적으로 지진의 횟수도 잦아지며 그 피해도 막대합니다.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과 다른 나라들의 지진 대비 현황이 궁금합니다.
-우리 지구는 얇은 암반층인 지각과 그 아래로 맨틀, 코어라는 매우 뜨거운 액체로 구성되어있다. 암반층 아래로 뜨거운 맨틀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맨틀의 대류 현상에 의해 판들이 이동하면서 서로 부딪치거나 잡아당기게 되고 이로 인해 판 경계 내부의 연약지역에 응력이 오랜 시간 집중하게 되고 이를 탄성한계를 넘어설 경우 깨지면서 지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같은 지진에 대한 대비는 지진의 발생빈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어요. 먼저 우리나라 경우 지진강대국인 일본, 미국의 내진설계법을 이용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해 내진진단 및 보강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지진 강대국인 일본, 미국, 뉴질랜드 등은 자기 나라만의 고유한 내진설계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구조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진에 대한 대비훈련 및 지진대비 매뉴얼을 통해 주민들의 의식 개선을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주민들의 의식과 초·중학교 교육에서 비상대비훈련을 실시함에 따라 지진에 대한 대비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상식량의 생활화하고 NTT비상 전화번호 숙지 등 지진 대피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하고 있다. 더불어 고베시에서는 고베지진을 통해서 시에서 지진에 관한 매뉴얼을 제작해 그것을 주민들에게 숙지하도록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구조물들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내진설계가 된 구조물이 많지 않습니다. 현재 건축법 시행령 제 32조 규정에 의해 3층 이상, 연면적 1000이상인 건물은 내진설계를 의무화 하고 있지만 2005년에 개정되어 2005년에 지어진 중·저층 건물들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보강법 또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내진설계분야의 전문 인력은 매우 부족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어요. 앞으로 지진 안전국이 아님을 인식하고 내진 설계에 관한 연구 및 개발,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구조물의 보강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하는 내진설계법을 개발해 내진설계 선진국으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진이 일어날 경우 구조물 내진설계로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나요.
-현재 우리나라 내진 설계 기준으로 정확히 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은 우선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전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낡은 건물들 입니다. 그래서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구조물의 내진성능을 알기 위해서 구조물 성능수준을 판정하는데, KBC - 2009에서는 목표성능수준은 500년 재현주기 (50년에 10%초과 발생확률의 지진) 에서는 즉시거주 수준을, 2400년 재현주기 2/3수준 (50년에 10%초과 발생확률의 지진) 에서는 인명안전 수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여기서 재현주기란 어떤 크기이상의 연 최대치가 몇 년에 한 번 발생할 확률이 있는지를 정해 그 연수를 말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그 피해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진에 의해 건축물의 붕괴를 막고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 지진은 여러 자연 재해 중 불확실성을 가장 많이 내포하고 있는 자연재해로 꼭 우리에게 필요한 연구입니다. 지진은 짧은 순간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재해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지진에 대해 대비를 하고 건축물 같은 경우 내진설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내진설계공모전을 준비하고 내진공학을 배우면서 지진에 대한 위험성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됐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지어질 건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어진 건물들의 내진보수보강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거의 내진설계법이 제정되지 않았을 때 지어진 건물들입니다. 실제로 지진피해가 일어난다면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에서 피해가 크게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준비하고 건축물의 보수보강 대비를 충분히 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큰 상을 받았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겸손한 자세로 이번 내진설계공모전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같이 공부할 계획입니다. 또 자문 교수님 지도 아래 내진공학 연구실 선배들과 함께 열심히 내진공학 공부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진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내진설계 또한 중요하지만 기존에 지어진 건물들의 보수·보강하는 지진방재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에 나가 실무적인 능력을 쌓고 내진설계공학에 이바지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구조 기술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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