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가 4대 악(惡)으로 규정한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 요구가 더욱 거세졌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과 교육계 차원의 노력이 다각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폭력에 대해 대다수의 어른들은 단순히 아이들의 일로 치부하고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은 신고하기를 꺼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학교폭력의 비밀을 말하다’의 저자이자 김천경찰서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소속 최성태 경사는 “학교폭력은 엄연한 범죄 행위”이며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 경사는 “경찰이자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 볼 때 학교폭력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올바른 지도로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일요주간>은 최 경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폭력의 실태와 현실적인 해결방안, 예방 대책에 대해 들어보았다.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린다면.
▲ 학교폭력은 법적으로 정의되어 있는 형법상의 범죄행위이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고의성을 지닌 신체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 등을 뜻한다. 하찮은 놀림이나 대수롭지 않은 행동일지라도 그것을 당하는 사람이 그로 인해 심리적 또는 행동적 불편함을 느끼면 그것 역시 폭력이다. 사소하게 생각하는 작은 행동이 상대방에겐 큰 상처와 폭력이 될 수 있다. 또 학교 내에서만 일어나는 폭력만 학교폭력이 아니라 학교 외 즉 놀이터나 공원, 학원, 친구집 등에서 학생 간에 일어나는 폭력도 학교폭력이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게임머니를 갈취하거나 채팅 등으로 명예훼손, 공갈, 협박하는 행위도 학교폭력이다.
- 현재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궁금하다.
▲ 폭력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어떠한 폭력행위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지난 봄 경북 경산에서 15살 된 꽃다운 어린 A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유서를 남기고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 당시 친구들은 하찮은 놀림이나 대수롭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항변하였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장난으로 던진 돌팔매에 개구리는 죽는다’는 말처럼 학교폭력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이들 세계는 단순하다. 모든 것을 힘의 논리로 본다는 것이다. 힘센 아이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걸 당연시 여기며,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고 순순히 당하는 아이는 점점 교활하고 지능적이며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결국 피해학생은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것이다.
- 경찰관으로서 겪고 수사한 실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듣고 싶다.
▲ 7~8년 전에 취급 했던 사건인데 2학년 중학생이 같은 반 아이 수십 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왕따를 당했다. 피해 학생이 학교에 가기를 싫어하고 가출을 일삼다가 가해 학생들을 피하기 위해 결국 자퇴를 해서 다음해 한 살 어린 아이들과 다시 학교에 다녔는데 집단 괴롭힘과 왕따는 계속됐다. 결국 피해 학생은 반 아이들로부터 시달림을 받다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왕따 피해를 당해 전학을 전전하다가 부모들이 주위의 도움을 받아 뒤늦게 신고를 했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가해자가 당당하고 피해자가 피해를 보고 피해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결국 가해 학생들을 미성년자로 형사입건은 하지 않았지만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피해 학생의 선처를 바라는 모습을 보고 조사하는 내내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고2 아들과 중3 딸을 둔 두 아이의 아빠다. 뉴스를 통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남의 일 같지 않다.
- 학교폭력의 뿌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사람이 모여 집단을 이루며 사는 이상 힘과 질서의 논리가 적용된다. 아이들 세계도 마찬가지인데 아이들은 단순하다. 즉 힘이 센 아이가 자신보다 힘이 약한 아이를 괴롭혀도 되는 줄 안다. 그리고 패거리, 집단문화에 따라 그룹을 잘 만든다. 그래서 사회의 조직폭력배처럼 일진그룹이 생겨난 것이다. 힘센 아이들의 그룹이라고 보면 된다. 일진은 학교 안과 밖에서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위력과 세를 과시해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괴롭히고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한다. 학교 교칙과 질서를 파괴하고 교사를 우습게 보는 등으로 힘을 과시하여 아이들을 순종케 한다. 일진을 뿌리 뽑지 않는 한 학교폭력 척결은 요원하다.
-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무엇인가.
▲ 가해 학생들은 놀림이나 장난으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피해 학생이 대항하거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더 심한 폭력과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한다는 것이다. 괴롭히는 행동과 우정을 구분할 줄도 모른다. 사건이 되면 오히려 가해학생이 더 당당하고 피해학생에게 그 탓을 돌려 폭력을 정당화 시키는데 심각성이 있다. 피해학생은 보복과 창피함 때문에 주위에 도움을 청한다거나 알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가슴앓이 해오다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또 신고하는 것을 고자질하는 것으로 인식해 쉽게 신고를 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은 제대로 대항을 한다거나 신고를 하지 못하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면 지속적인 폭력상황으로 이어져 더 위험할 수 있는데 수치심이 앞서 주위에 알려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데 있다. 또 자신이 체격이나 외모 공부 등 모든 것이 약해서 그런 줄 알고 피해를 당해도 당연시 여긴다.
- 정부 차원에서도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근절과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 학교폭력은 누가 더 잘 알고 있는가?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니다. 그리고 경찰관은 더더욱 아니다. 바로 같은 반 아이들이다. 고자질이 나쁘다고 인식되어 신고를 할 줄 모른다는데 있다. 고정된 수백 대의 CCTV보다 살아있는 눈동자 하나가 훨씬 더 낫다. 마음 속 고장 난 CCTV를 고쳐주어야 한다. 고자질은 나쁜 행동이 아니다 엄연한 범죄행위를 신고하는 것으로 가르쳐 주어야 한다.
- 교사와 학생이 학교폭력 사태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거나 얼굴표정이 다르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특정아이가 수업시간에 야유나 험담의 대상이 된다거나,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 야외 활동 시간에 따로 떨어져 행동한다거나, 친구가 시키는 대로 그대로 따른다거나, 친구의 심부름을 잘 한다거나,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고 자주 지각을 하거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결석을 할 때는 관심을 갖고 상담해 봐야한다. 아이들은 표정이 단순하게 나타난다. 힘들거나 괴로우면 얼굴과 행동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때 부모들은 관심 있는 관찰을 통해 조기에 학교폭력을 발견해 학교 전문가나 담임교사에게 알려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학교폭력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숨겨서 이후 더 큰 2차, 3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피해자 가족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문제 해결의 효과가 확실해 진다. 처음에 보복이 두려워 망설이지만 한 번 신고하면 경찰의 도움이 크게 작용하고 받을 수 있다. 학교폭력 신고는 ‘고자질이 아닌 엄연한 범죄행위를 신고하는 것이다’ 라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학교 측의 미온적인 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의 명예와 체면만을 앞세워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숨기기 급급하다. 이에 가해학생은 기고만장 더 당당해지고 피해 학생만 죄인 취급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학교 폭력 피해 예방은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 교사, 청소년 지도자, 지역주민 등이 다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제이다.
- 학교폭력 문제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아이들에게는 단체 활동 참여와 친구 사귀기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한다. 가벼운 놀림이나 조롱에 대해서 ‘싫다’는 의사표현을 바로 해야 한다. 괴롭힘이 지속되거나 지나친 경우 학교폭력으로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호신술을 익히고 호루라기 등 호신용 도구를 지니는 것도 좋다. 외출 시는 가족에게 만나는 사람과 장소, 목적지, 귀가시간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인적이 드문 길은 피하거나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다녀야 한다. 청소년 유해 업소 지역 출입 및 불필요한 거리 배회 등을 하지 않는 것이다.
-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 피해 학생들은 모두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욕설이나 나쁜 말, 행동으로 시비를 걸어와도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피하려고만 한다. 이럴 경우 가해 학생들은 더 만만하게 보고 계속해서 괴롭힌다. 싫으면 싫다는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해야 함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용기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소중한 내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조롱거리가 되어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린다면 이처럼 속상한 일도 없다. 아이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게 아니고 부모 또한 속상하고 괴롭다. 자신감을 키워주고 당당하고 적극적인 학교생활이 되도록 만들어 줄 의무가 부모에게 있다.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속담처럼 훌륭한 부모 밑에서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한다. 무엇보다 아이의 자신감 회복이 최우선이다.
-자녀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우리는 아이들에게 온통 ‘싸우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술 먹지 마라, 나쁜 짓 하지 마라’라고 명령과 지시 일변도의 훈계만을 해왔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아예 귀를 막고 산다. 이제는 친구끼리는 ‘사이좋게 지내기, 힘든 친구 도와주기, 몸이 불편한 친구 보살펴 주기, 몸에 해로운 술 담배 멀리하기’로 바꿔 줘야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는 평소의 언행과 생각을 바꾸어 주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나는 학교폭력 강의를 하면 딱딱하고 무겁게 강의하지 않는다. 유머와 마술, 스팟 등 웃음으로 즐겁게 분위기를 전환한 뒤 전달할 메시지는 강하게 전달한다. 아이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학교생활이 즐거워야 공부도 잘되고, 친구 간에 사이좋게 지낸다. 그러면 자연히 학교폭력은 사라진다. 아이들의 마음을 밝게 즐겁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하지마라’ 대신 ‘도와주기’로 바꾸면 분명 아이들은 변한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해마다 급우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집단따돌림, 폭행, 금품갈취 등 물리적 폭력과 보이지 않는 사이버 폭력이 도를 넘고 일진의 조직문화가 초등학생에게도 번지는 등 학교폭력이 점점 집단화되고 잔인성이 대담해졌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학교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못 박았을 정도이니 그 심각성과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학교폭력은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학생의 이해와 학교교육의 변화,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의 새로운 인성교육이 필요할 때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