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교 마약으로 규정…정치범수용소 매년 수백명 사망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09-03 01: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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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안명철·정광일
▲ 북한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을 조사해 강제구금에 관한 청원서를 UN에 제출. 사진제공=북한민주화운동본부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북한의 신은 김일성이다. 그를 모독하거나 체제를 비난하게 되면 정치범수용소에 감금되는데 죄질의 경중에 따라 출소가 가능한 ‘혁명화구역’과 평생 대를 이어 지옥 같은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하는 ‘완전통제구역’으로 분류된다.

<일요주간>에서는 북한의 종교 박해와 지하교회 실상을 2회(411, 412호)에 걸쳐 집중보도했다. 이번호에서는 그들이 수감생활을 하는 정치범수용소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한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안명철 사무총장과 정광일 인권조사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종교는 마약(아편)이다’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았죠.”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정광일 인권조사실장은 북한 내 종교탄압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무역업을 하며 중국을 왕래하다 한국인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를 받은 그는 정치범수용소에서 2년여간 수감생활을 한 탈북자 출신이다.

정 실장은 1999년 7월 22일 국가안전보안법에 의해 간첩 혐의로 함경북도 혜령시 보위부유치장에 체포된 후 10개월간 조사를 받은 후 2000년 4월부터 요덕 정치범수용소에서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으로 북한 내 기독교인을 접한 것은 혜령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난 순간이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알던 친구가 유치장에 잡혀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가 중국에 가서 1년 정도 기독교를 접하고 왔더군요. 간수들이 때리는 데도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는데 그게 뭔지를 몰랐으니 그냥 미쳤구나, 하고 생각 했었죠”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 실장이 전하는 또 다른 사례는 더 충격적이었다. 그가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이후 북한 청년동맹비서였던 친구가 잡혀 들어왔던 것. 북한 내에서도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진 축에 속하는 이 친구는 남포기독교사건에 연루되어 부부가 함께 수용소에 수감됐다고 한다.

신도가 100명 가량이었던 큰 사건이었는데 선교를 한 사람(주도자)는 공개처형(총살)되고 나머지 신도들은 모두 전국 각지의 정치범수용소에 뿔뿔히 흩어 북한 당국의 감시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그가 직접 정치범수용소에서 겪은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광일 실장은 “과거에 보위부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탈북을 해서 한국에 와 있는데 그 친구를 통해 1998년도 오산덕 사건을 알게 됐습니다. 함경북도 혜령시의 오산덕은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의 고향으로, 북한 내에서도 주체사상의 상징적인 언덕이에요. 그런데 한 기독교인이 이 오산덕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했고, 결국 북한당국에 잡혀 공개처형을 당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일에 가담했던 사람들도 비밀처형을 했대요. 비밀총살의 목적은 공개처형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기독교가 선전되기 때문이죠”라고 덧붙였다.

정광일 실장에 따르면 북한에서 기독교인들은 제도를 반대했거나 비난했던 간첩혐의 사람들과 똑같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다.

정치범수용소는 혐의가 가벼운 사람들은 형량이 정해져 출소가 가능한 ‘혁명화구역’에 수감되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은 평생을 갇혀 지내야 하는 ‘완전통제구역’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 정치범수용소에는 신앙심을 이유로 잡혀온 사람이나 간첩 혐의로 잡혀온 사람이나 서로 구분이 없이 단체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는 “구분을 짓지 않는 이유는 감시체계 때문이에요. 구분을 해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묶어놓으면 또 조직이 생기기 때문에 다 같이 두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끔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그곳 정치범수용소 내의 실상은 어떨까. 정 실장은 강제노역이 가장 끔찍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할당된 하루 몫을 채우지 않으면 ‘일하지 않은 사람은 먹지 말라’는 교리에 따라 식량이 바로 줄어들기 때문에 말 그대로 먹기 위해 상상할 수도 없을 강도의 노동에 내몰리고 허기진 배만 간신히 채우는 실정인 셈이다.

이런 악순환으로 정 실장이 수감됐던 요동 수용소에서만 한해 평균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른 사람들은 200여명에 달한다. 그는 “혁명화 구역 내에는 약 800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해 평균 200명씩 영양실조로 죽어요. 북한은 희한한 게 200명이 죽으면 그 죽은 자리가 나야하잖아요. 근데 또 어디선가 사람들이 잡혀 들어와요. 해마다 정치범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어디선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여름에는 농사일을, 겨울에는 벌목을 시키는데 논에 김매기의 경우 하루에 혼자 해야 될 몫이 자그마치 350평이었으며 벌목은 도끼 한 자루만 가지고 아름드리 통나무 7개를 베어야 한다. 그리고 이 노동은 남자, 여자 성별 구분이 없고 노인, 어린이 할 것 없이 다 같은 할당량이 주어졌다는 것.

정 실장은 “수용소에서 주는 밥도 말이 밥이지, 쌀은 한 톨도 없는 옥수수가루에 두부콩을 섞은 죽도 밥도 아닌 걸 굳혀서 덩어리 한 개 씩을 줘요. 이게 1인당 160g으로 정해져 있는데 하루 노동을 검열 받고 밭에 풀 한포기라도 남아있으면 이 덩어리의 양을 줄여버리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실장이 수감됐던 혁명화구역의 수감자들은 자신이 언제 출소하게 될지를 알지 못한 채 끝이 보이지 않는, 한 줄기 희망도 없는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정치범수용소에 들어갈 때 ‘내가 몇 년 살다 나가겠다’ 이런 게 없어요. 재판을 안 받고 가니까요. 기약 없는 세월을 살아야 되는거죠, 거기서. 어느 순간 내보내주면 그때서야 ‘아, 내 형량이 여기까지 였구나’ 하는 거예요”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도주는 꿈도 꿀 수 없어요. 3중으로 전기 철창을 쳐 놓고 한 가운데 함정을 파놓아서도 그렇지만 도주하려고 하면 바로 총살행이니까요. 사소한 규율을 어겼어도 감시하는 보위부원들 총에 바로 사살 되죠”라고 덧붙였다.

▲ 사진제공=북한민주화운동본부

그리고 또 한 사람, 안명철 사무총장은 혁명화구역 수감자 신분이었던 정 실장과는 달리 정치범수용소 중에서도 평생 격리 수용하는 완전통제구역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처벌했던 경비대장 출신의 탈북자다.

1987년 입대해 11호 함경북도 경성수용소, 13호 종성수용소, 22호 혜령수용소, 26호 평양승호구역 등 총 4곳에서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4년까지 근무했다는 안명철 총장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각 수용소마다 지역 크기에 따라 수용인원이 차이가 있어요. 11호, 13호는 3만 명 정도이고 22호는 5만 명 쯤 되요. 제가 입대할 당시만 해도 북한에 정치범수용소만 12개가 있었는데 89년과 92년 사이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탈북 당시에는 6곳에 총 12만 명 정도가 수용되어 있었죠”라며 “북한이 수용소를 통폐합하고 이전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에요. 탈북자 등 북한인권문제가 계속 불거지니까 축소하고 은폐하고 음지로 숨어드는 거죠”라고 말했다.

완전통제구역에서 근무했던 안 총장에 따르면 그곳의 사람들이 강제노역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뿐이었다고 한다. 일단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면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와 흡사한 북한공민권을 박탈당하는데, 이는 죽은 사람과 동등한 취급을 했다는 것이 된다. 북한 인구 총 조사에서도 당연히 수용소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그 곳에서 일만 해야 했다.

그는 “정치범수용소는 ‘정치범들은 3대를 멸하라’는 김일성의 교시로 생긴 겁니다. 또 회고록에 보면 ‘나의 투쟁은 종파분자들과의 투쟁의 역사’라고도 했죠. 즉 자기를 반대하고 부정했던 사람들과의 싸움의 역사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다 수용소에 가둬두는 거죠. 당국에 의해 숙청당했던 사람들이나 한국에서 볼 때 애국자인, 국군포로 등도 다 마찬가지예요”라고 강조했다.

정치범수용소의 완전통제구역은 형량이 끝나면 출소가 가능한 혁명화구역 사람들과는 다른 여건에서 생활한다. 또 그들이 머무는 주변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감옥의 모습, 즉 사방이 막힌 네모난 방이 아닌 산으로 둘러싸여 골짜기가 있는 광활한 분지에 공장과 탄광 등 일터가 있는 큰 부락의 형태라고 한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 역시 강제노역에서 자유롭진 않다.

그는 “하나의 수용소 크기가 서울의 1/3 정도고 탄광이나 광산을 끼고 있어요. 탄광지역과 농장지역으로 나뉘는데 탄광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3교대 근무를 하고 농장지역에서는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농사일을 해야 되요”라고 설명했다.

주로 농장지역에는 부녀자와 어린아이들, 노인들이 생활하며 탄광지역은 젊은 사람이나 남자들이 지낸다. 그리고 이 곳도 마찬가지로 식량으로 사람들의 노동을 통제한다. 안 총장은 “수용소의 통제 수단은 식량이에요. 철저하게 감시도 받죠. 밤 10시 이후에는 통행금지인데 이 때 돌아다니다가 발각되면 도주자로 여겨 바로 사살 되요”라며 “이동할 때도 3~5인 1조로 움직이는데 이 중 두 사람은 보위부스파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끔 되어 있어 도주도 못하고 불만 같은 것도 함부로 얘기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완전통제구역의 수감자들은 평생 동안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격리된 상태로 노동의 대상으로만 살아가야 한다. 매일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한 노동 강도에 내몰리고 옥수수죽으로 간신히 목숨만 연명하며, 이런 지옥 같은 생활을 평생 동안 해야 한다는 끔찍한 절망감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일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몸이 아파도 작업량은 결코 줄어들지 않아 할당량을 완수하지 못하면 다시 먹을 것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 한줄기 희망조차 없는 이들의 삶은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북한 당국에서는 노동력 고취를 위해 ‘표창결혼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일을 잘하면 결혼도 시켜주고 가정도 꾸리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안명철 총장은 “1년에 각 수용소마다 몇 쌍씩 결혼을 시켜주는데 일을 열심히 한 남, 여 한 명씩을 데려다가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같이 살라고 짝을 지어줘요. 그리고는 농장지역 쪽에 방 한 칸을 마련해 주는데 1주일만 같이 있게 하고 남자는 다시 탄광으로 보내고 한 달에 한번, 그것도 일을 잘해야 하루 휴가를 허락해 아내를 만나러 갈 수 있게 해주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표창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는다고 해도 상황은 똑같아요. 오히려 그 아이에게 부모의 삶만 고스란히 물려주는 셈이죠.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아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또 식량사정이 안 좋다보니 죽는 아기들도 많지만 그렇게 자란 아이들한테도 한글과 산수만 가르치고는 북한의 사상교육은 아예 시키질 않아요. 어차피 일만 시키다 죽을 사람들이라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아이들에겐 자연스럽게 부모에 대한 반감을 가지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부모가 잘못해서 너희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이런 교육으로 인해 부모 자식 간에도 감시가 가능하며 자식 또한 수용소 안에서 부모를 원망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다시 표창결혼으로 아이를 낳고 북한에 노동력을 제공하며 대물림을 하는 것,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말살당한 채 동물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곳이 곧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이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947년부터 집단수용소를 설치하였으며 1964년 ‘특별독재대상구역’을 지정하여 본격적으로 ‘정치사상범’을 수감시키기 시작했다. 폐쇄와 통합 과정을 거쳐 현재는 14호 개천, 15호 요덕, 16호 화성, 25호 청진수용소 등 4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15~20만 명이 수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일반적으로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되는 자들. 예컨대 반공산주의자, 자본주의자, 현재는 탈북자들끼리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 수용하여 강제노동을 통해 처벌하는 곳으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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