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간절히 원하면 소원이 이뤄지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자기계발서부터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리더십을 보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까지 그 종류와 내용은 다양하다.
그동안 남성 중심의 내용이 대다수이던 자기계발서는 그 영역을 확장해 여성과 청소년, 심지어 아동을 위한 자기계발서까지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자기계발서는 폭넓은 독자층을 이루며 베스트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성공적인 삶을 위한 지침서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사기극’의 이원석 저자는 자기계발서는 욕망의 실현방법을 설명해주고 있을 뿐 사회 전체가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기계발서는 철저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조장하며 거짓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사회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비판을 통해 불합리한 구조의 타개 방법을 찾기 보다는 개인의 변화와 헛된 희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일요주간>은 이원석 저자를 만나 자기계발의 역사와 패러다임, 자기계발서의 문제점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기계발서에 대해 비판적인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사실 신여성이신 어머니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계발서를 읽고 자기계발서 테이프를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기계발서를 접하게 됐다. 이후에도 보통 사람들처럼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었지만 대학원에서 문화이론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다 지난해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에 ‘자기계발 다시 읽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글을 바탕으로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됐다. 책에 등장하는 자기계발서만 200여권이고 그 동안 읽은 자기계발서는 1000여권이 넘는다. 자기계발서에 많은 돈과 시간을 바쳤는데 이런 식으로 정리하나 싶다.
-책 제목이 강렬하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확실한 반기인 것 같은데.
▲직접 제목을 지었다. 사실 별로 과장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제목이 맞겠다 싶었다. 에리히 프롬이 심리적 자기계발에 해당하는 내용을 소개할 때 ‘거대한 사기’라고 표현한다. 에리히 프롬도 ‘거대한 사기’라고 표현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사기극’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자기계발서는 사기극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IMF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로 구조조정됐다. 철저하게 자기의 책임을 강조하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20대 80에서 1대 99로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다이아몬드형 구조로 중산층이 두터웠던 사회였다. 지금은 극소수만이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고 대부분은 빚에 허덕이는 살고 있는 사회다. 정부는 대학가기 힘드니 빚을 내서 다닐 수 있도록 학자금 융자의 길을 마련해주고 있다. 반액 등록금이나 전액 등록금 감면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개개인이 문제를 해결 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 분노하고 저항해야 하지만 지금은 화도 낼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더 잘될 수 있는 기회이며 이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가야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이게 바로 자기계발의 방식이다. 지금 말단사원이고 비정규직이고 비참하지만 CEO의 마음을 가져야 CEO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계발은 현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자기계발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린다 번의 ‘시크릿’이라는 책이 크게 인기를 끌지 않았는가. 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그곳에서는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면 무조건 “왜 이러시냐. 이러지 마라. 이런 부정적인 댓글을 달면 옳지 않다”고 말한다. 거짓 위에서 희망을 원하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학계에서도 나의 능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한 자아상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기 능력이 부족해 안 되는 일이 있는데 된다고 하면 거짓된 희망은 결국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있는 그대로는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자아상인데 말이다.
-자기계발이란 무엇인가.
▲자기계발의 원류는 미국이다. 미국은 자기계발을 ‘self-help(자조)’로 표현한다. 문자 그대로 스스로를 돕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에서 말하는 그 자조다. 이는 미국의 개척 과정과 관계돼 있다. 아무 것도 없는 미국으로 처음 사람들이 이주하고 마을을 세울 때 연방정부에서 도와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부터 믿을 사람은 나와 내 가족 뿐이었다. 수정 헌법 제2조의 무기 휴대의 권리(규율 있는 민병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에서 드러난 총기에 대한 집착은 연방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이끌어 냈는데 왜 정부가 세금을 거둬가느냐는 생각으로 이어져 감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이 세계를 지배했고, 미국의 철저한 자립정신도 전세계를 정복했다.
-자기계발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했나.
▲자기계발의 패러다임은 윤리적 자기계발, 신비적 자기계발로 크게 나눠 볼 수 있다. 윤리적 자기계발은 다시 심리적 자기계발이라는 변종으로 나뉜다. 스스로의 성실한 노력으로 돌파하는 남성적 패러다임이 바로 윤리적 패러다임이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7가지 습관’이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사실 이는 경제, 사회적으로 안정된 구조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대공황과 같은 혼란의 시기에는 상상을 끌어들인다. 바로 신비적 패러다임이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 마인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생각하면 돈이 온다는 식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돈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시크릿’이란 책으로 대변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상처의 치유도 필요하다. 이때 정서를 강조하는 심리적 자기계발이 등장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 자기계발서의 소비층은 어떻게 변화돼 왔나.
▲원래는 세일즈맨이 최초 소비층이었다. 미국에서 유통망이 성립이 되지 않았던 개척시기의 세일즈맨들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팔았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다보니 비웃음을 당하거나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일쑤였다. 그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지 않으려면 자기 세뇌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자기계발서가 등장했다. 이후 다단계 영업이 등장하면서 다단계는 자기계발 시장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교회신도와 다단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많이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IMF 즈음해서 모든 사람들이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기계발 동화까지 나오며 어린이들이 부자가 멘토로 등장하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다. 윤리적 주체를 구성하기 위한 동화가 이제는 자기계발적 주체를 형성하는 데 목적을 삼고 있다. 자기계발의 목적은 세속적 성공이 아닌가.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자기계발서의 효용도 있지 않는가. 힘들 때 자기계발서를 통해 용기를 얻고 힘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로또와 똑같다. 월요일에 로또를 사면 토요일 당첨자 발표가 날 때까지 행복하다. 1등 되면 뭐할까, 직장을 그만둘까, 빌딩을 살까 등등 포트폴리오를 짜지 않는가. 온갖 상상들로 행복한 한주를 보내다가 토요일이 되면 ‘에라 미쳤지’하며 로또를 찢어버린다. 그게 바로 자기계발서다. 자위의 개념이다. 진통의 약발이 그리 길지 않다.
-일부 자기계발서에서 드러나는 맹목적인 믿음의 강요는 종교와 비슷하다고 보이는데.
▲그렇다. 자기계발은 종교다. 종교의 구성요소를 거의 갖추고 있다. 신도가 있고, 성직자가 있고, 경전이 있고, 나름대로의 커뮤니티가 있고, 거기에 돈이 오고가는 종교와 다를 바가 없다. 사실상 종교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와 자기계발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모든 것은 돈과 권력이 같이 구현돼 돌아가고 있지 않는가. 자기계발도 정치·경제학적인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국책사업 등을 추진하며 사ㅚ 복지에 관심을 두던 이전 상황과 달리 개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자기계발이 움트고 싹을 틔우기 쉽게 됐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5년이나 10년 정도 돈을 모으면 내집마련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십년 동안 숨만 쉬고 살면서 돈을 모아야 겨우 내집마련이 가능하게 됐다. 대출을 받으면서도 빚은 내꺼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와 사회가 지어야 할 몫을 개인이 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자유는 극단적인 자유다.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자유,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자유다. 신자유주의의 극단적인 자유주의는 미국발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 속에서 자기계발의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와 가장 궁합이 맞았다. 자기계발은 스스로 자기를 도와야 하는 것이며, 신자유주의의 시장 속에서 모든 것을 상품화하고 있다. 사회나 국가 차원의 보조와 지원에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자기계발을 강요하는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지금의 우리는 자기계발을 회피할 수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특정한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 것보다 모든 서적을 자기계발적으로 읽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욕망의 회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제 자기계발은 필수 항목이 아닌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사항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욕망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학력이나 지능지수, 감성지수가 높든 낮든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아도 먹고 살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을 사고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결혼시키는 데 까지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덴마크, 스위스, 프랑스 등 좋은 모델이 있는데 우리는 미국 모델만 보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더욱 가속화시킨 위계와 경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회와 시민들의 각성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러한 각성은 정치적인 투쟁이 아니라 교양의 각성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근대화를 거치면서 너무나 기간을 단축시키고 나아간 나머지 교양 부분이 약하다. 그래서 천민자본주의가 아니냐. 심지어 지배계층조차 교양이 없는 사회다. 비극이다. 사회가 복지휴머니즘으로 각성되고 발전하려면 교양이 필요하다. 교양을 통해 욕망이 제어되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풍성하게 교양을 축적할 수 있도록 벽돌 한두 개를 얹는다는 마음으로 여러 책들을 써내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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