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기 “韓 완성차외투기업, 기업회생형 구조조정 정책 전환 필요”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09-24 1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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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정명기 교수
▲ 한남대학교 중국통상학과 정명기 교수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대두된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화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해왔다. 1998년 IMF로 외환위기에 봉착한 한국은 과잉투자와 차입경영 등으로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것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업체 간 인수합병이 이뤄지면서 외자(외국계자본)계와 내자계로 양분화 됐다.

이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정몽구 회장)을 필두로 한 내자계와 대우지엠(GM), 쌍용차(마힌드라), 르노삼성(르노닛산)으로 대표되는 외자계이다. 이 가운데 완성차 외국계투자기업은 장기 발전 전략을 내놓지 않은 채 오히려 고급 기술력만 빼간다는 ‘국부유출론’에 휩싸였다.

해외 본사에서 한국공장을 단순 조립 등만 가능한 생산기지로 전락시킬 뿐 아니라 이들은 ‘갑’의 위치에서 본사 부품을 한국 공장에 비싸게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요주간>은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정명기 교수를 만나 한국 완성차업계 속 외투기업의 실체와 문제점, 그리고 대처할 새로운 산업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그가 제시하는 해답을 들어봤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선진 자동차 업계의 도산과 함께 업체 간 잦은 인수합병으로 세계 자동차산업구조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자동차산업 역시 예외 없이 구조조정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한국경제에 남겨놓았다.

앞서 IMF로 촉발된 과잉중복투자와 수요부진 등의 한국 자동차업계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산업구조조정을 통한 해외매각 등으로 위기에 벗어났던 업계는 국내 판매의 호조세와 큰 폭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주요 핵심 산업으로 위치를 확고히 하는 듯 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판매·정비·연료·금융·철강·비철금속·전기전자·석유화학·고무·기계·섬유 등 전후방 고용·산업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IMF가 일어난 1998년 현대자동차는 무려 10,000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2001년 대우자동차의 2,000명 정리해고에 이어 2009년 쌍용자동차는 4,000명의 인력감축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200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정부가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책으로 부실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구조조정정책을 채택했고 이것이 한국 자동차업계를 양분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자동차공업협회(2011)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2012)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자본이 판매 80.5%, 수출 72.4%, 고용 75.1%의 절대적 비중을 점한 채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내수시장에서 그 배타적 지위를 확보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완성차 외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그 수치를 무시할 수 없다. GM, 쌍용, 르노삼성의 총 고용인원은 전체 총고용인구의 22.7%, 생산능력의 27.4%, 생산의 23.2%. 판매 19.1%, 수출의 26%를 차지하면 그 위세가 커져가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산업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25%로 그 비율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외투기업 ‘생산의 세계화’ 관점 논의 선행되어야

정명기 교수는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투기업의 현황을 논의하기 이전에 이들을 ‘생산의 세계화’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외국계 자본이 투자하는 목적을 먼저 분석해야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분류한 4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원추구형(Natural resource seek)으로 특별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을 투자하는 경우다. 그 다음으로 시장추구형(Market seek)이 있으며 또 다른 유형인 효율추구형(Efficiency seek)은 지리적 요인이나 정치적으로 합리적 자원이용을 통해 이윤을 확보하는 경우를 말한다. 끝으로 전략적 혹은 기술적 자산추구형(Strategic or technological asset seek)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이용하는 경우로 이들 4가지를 외투 자본이 흡수되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진출한 외투기업 3개社를 ‘전략적 혹은 기술적 자산추구형’으로 분류시켰다. 혹자들은 시장추구형과 전략적 혹은 기술적 자산추구형이 혼재한 형태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외투기업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모두 구조조정과정에서 인수했기 때문에 후자로 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로 ‘먹튀’라는 문제점이 상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윤추구’에 눈먼 외투기업 ‘생산의 세계화’ 관점 논의 선행돼야
채권회수형 구조조정 산업구조 불균형 초래...제도적 장치 필요해


이에 ‘생산의 세계화’과정에서 나타난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외투기업 문제와 관련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자동차산업이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으로 양분되어 두 자본그룹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정책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주요산업을 보호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운을 뗐다.

이는 한국 정부가 신자유주의 이념을 내세워 부실한 국내자동차기업을 해외업체에 매각해 주인을 찾아주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이며 이로써 결국 산업조직 측면에서 비효율성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

그는 “결국 이는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 회생을 통한 구조조정이 아닌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에만 열중해 한국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마모시키고 말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가 예를 든 것은 대우GM이다. 본사인 GM은 한국을 독자개발 능력이 제한 되 결국 소형차 생산기지화가 되면서 미래성장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

또한 “쌍용자동차 역시 중국의 상해기차에서 인도의 마힌드라로 매각함으로써 고급기술을 후진국의 경쟁업체에 제공하는 기지역할로 전락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교수는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잠재적 경쟁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가 제시한 문제점은 ‘이윤추구’에만 초점을 맞춘 외투기업의 경영 목표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정 교수는 “(외투기업은) 본사와의 내부거래와 부품의 글로벌소싱 등으로 국내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본사 간 내부거래 및 과잉 배당·기술사용료 지급 등으로 기업의 R&D (연구개발)투자자금 확보를 막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외투기업의 존재이유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본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전략적 혹은 기술적 자산추구형 기업임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르노삼성의 영업 행태가 이 같은 정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르노삼성의 경우 부품국산화율이 60%에 불과해 발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막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끝으로 그는 “생산의 세계화가 확대될수록 공장 간 생산 카니발이즘(cannibalism)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곧 국내고용의 불안으로 이어 진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해외경기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산업의 불안정성도 높인다는 단점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함께 제기된 ‘먹튀’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투기업의 행태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생산의 세계화’에 조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물론 노동의 국제적 연대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산업정책은 무엇

그렇다면 정 교수가 제시하는 새로운 산업정책은 무엇일까. 그는 “산업정책은 단기적으로 국민경제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관련되는 정책으로 한 나라의 산업전반을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정부가 행하는 정책”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사용해온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에 기인한 산업정책을 기업회생형 구조조정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비판한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이 촉발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는 “과거 IMF당시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간 유착에 따른 지대추구적 행위가 특징된다”면서 “여기서 바로 외자유치가 절실했던 기아와 대우, 쌍용 그리고 삼성차를 해외업체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대우는 GM으로 삼성은 르노로 쌍용은 중국 상해기차가 인수하고 기아는 현대가 인수함으로써 2000년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외국자본이 자동차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등장하는 구도를 가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과정에서 ‘외자유치’의 명분 즉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은 헐값 매각에 의한 국부 유출과 실업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유발시켜 현 외투기업의 문제점을 촉발시켰다는 게 정 교수가 설명한 산업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까닭이다.

▲ 쌍용자동차 이유일 대표가 마힌드라의 인수를 발표하고 있다.ⓒNewsis

외국자본의 침투가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 이때, GM이 자회사인 OPEL을 러시아로의 매각을 추진하자 독일정부는 기술유출과 잠재적 경쟁위험을 이유로 이를 반대한 것과는 달리 한국 정부는 쌍용을 또 다시 인도의 마힌드라에 매각함으로써 독일정부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정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정부는 신자유주의 원칙에 충실하게 자동차산업정책이 기업회생형 구조조정이 아닌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에 매몰되어있음을 반증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에 기초한 산업정책을 기업회생형 구조조정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대규모 해고를 사전적으로나 사후적으로 억제하거나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연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바로 한국정부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해온 자동차산업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418호>에서는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으로 일관된 산업정책 전반의 문제점과 함께 ‘생산의 세계화’를 위한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의 강화와 대한 두 번째 인터뷰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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