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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유니온 고현종 사무처장 ⓒ일요주간 |
-노년유니온이라는 단체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데 복지정책이나 노인일자리 부족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어르신들이 그들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는 통로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자주적인 조직이 필요한데 기존 노인단체로 대표되는 대한노인회나 어버이연합은 정부에게 제안이나 조율 기능을 도맡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와의 교섭 기능을 위해 기업과 노동조합간의 단체교섭에 착안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도움이 됐다. 서울지부에는 200여 분이 가입되어 있고 광주지부가 곧 출범한다. 경기도본부, 인천본부도 곧 설립될 예정이다.
-현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노인문제가 무엇이라 보는가.
▲ 우선은 빈곤하다는 것이다. 노인빈곤율이 세계 1위로 45%정도 된다. 어르신 2분 중 1분은 가난하다는 것인데 빈곤이 심화되니까 덩달아 자살율도 세계에서 1등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현재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53만원인데 어르신들의 현실은 여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금 기초연금은 10만원도 안되고 노동시장에서 은퇴했으니 노동소득이 있을 리 없고 유일한 소득은 자식들한테 용돈 받는 사적소득인데 워낙 비정규직이 많으니 자식들 사는 것도 뻔하고 부모도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기초연금 10만원 갖고 생활을 해야 한다는 계산인데 병원비나 약값, 월세 등을 따지면 마이너스다. 그러니 폐지를 줍거나 질 낮은 일자리를 통해서 근근이 생활하시는데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가 심정을 비관하게 되고 결국은 자살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다. 이것이 결국 우리 사회가 빈곤이나 자살율을 세계 1등으로 만든 하나의 기조인데,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빈곤율과 자살율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연금, 즉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인일자리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가.
▲ 첫째는 일자리 부족이다.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 노인 분들이 총 6~700만 가까이 되는데 이들 중 100만 명 정도는 일을 하고 싶어 하신다. 하지만 100만 명 중 일자리 충족률은 20%인 20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80만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노인일자리 늘리기 사업에 있어, 공익적인 서비스차원에서 숫자만을 늘리려고만 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정이 바닥이 나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인일자리사업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들은 대부분 자원봉사로 가능한 것들이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 그냥 돈 주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다고 해 작은 일이라도 시키고 돈을 지급하게끔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성 없는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예전에는 충분히 자원봉사로 감당이 됐던 것들이 이제는 돈을 받아야만 하는 일들이 됐다. 또 정부 예산이 들어갔으니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숫자로 카운트해, 예전에는 자원봉사로 해왔던 일들을 노인일자리로 싹 바꿔놓고 이명박 정부에 몇 십 만개 노인일자리 창출했다는 식으로 숫자놀음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자리 질 문제다. 경비나 청소 등 단순노무직, 질이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생계에 내몰린 어르신들이 자신의 능력과 경험, 특기 등을 살린 일자리를 탐색할 여유도 없이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어르신들의 특기를 살릴 일자리를 만들고 또 탐색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시급하다. 최소생활비가 어느 정도 갖춰져야 어르신들도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셋째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화되면서 어떤 것이 우선순위냐를 놓고 세대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진입도 못했는데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선순위 여부가 논해질 때 어르신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된다.
-기업들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 정부의 노인일자리는 공익적인 목적이 있으니 복지기관들에 많이 위탁해 실시한다.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많은 부분 민간 기업에도 공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기관보다는 민간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기업의 목적은 곧 이윤창출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들 중 80% 정도는 명분은 일자리 창출이지만 사실 사적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다. 고령자친화기업 선정 등도 정부의 지원이 따른다. 노년일자리가 정부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는 사회적으로 자원봉사로 가능한 일은 자원봉사로 두고, 보편적인 노후소득 보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난 후 수익이 창출되는 질 좋은 일자리를 집중해서 키우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일자리 문제에 있어 우선 숫자노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중 핵심인 기초노령연금이 대폭 수정됐는데.
▲ 기초노령연금을 어르신들이 반겼던 이유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받는 분들은 국민연금 소득에 다시 20만원을 더해 4~50만원으로 생활비가 늘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는데 이 기대가 무너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좀 받는다고 해서 기초연금 안주고, 또는 나는 지금 별로 재산이 없는데 자식들 때문에 재산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서 깎이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최저생계비에 한참 미치지 못한 빈곤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자살까지 생각하시는 것이다. 이번 기초연금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르신들을 자살로 내모는 살인행위라고 본다.
-이번 기초연금안의 차등지급과 관련,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과 빈곤한 노인이 같은 돈을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한다. 어떻게 보는지.
▲ 우선 묻고 싶다. 이건희 회장한테 20만원 주면 안되는가. 똑같이 주고 이건희 회장이 돈을 많이 버니까 세금을 더 많이 걷으면 되지 않겠나. 어떤 사람은 받고 어떤 사람은 안 받으면 가난한 노인, 부자노인, 낙인찍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존 노인단체들은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저희 어르신들은 그 단체에 어떤 권한도 위임한 적이 없으며 아무 대표성도 부여하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약속한 것에 대해 말을 바꾸면 야단을 쳐야 된다. 가정에서 자식들이 거짓말을 하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지 않나. 야단치는 게 사랑하는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진짜 대통령을 사랑한다면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고 하고 표 얻고 나서 얼굴을 싹 바꿔버리는 이런 사기 같은 행각에 비판을 해야 한다. 경로당에 가서 직접 목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7대 3 정도 비율로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본다. 사회가 모든 것이 100%란 없는 것인데 100명 중 70명 가량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 바꾸기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탈퇴 대란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는데.
▲ 기초연금안이 국민연금 가입연수가 길면 길수록 기초연금이 깎이니 지금 청장년층 30~40대가 국민연금을 안 들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이번 정책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탈퇴하면 공적연금이 더욱 붕괴되고 청장년층과 노년세대간에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그땐 이미 걷잡을 수 없다. 그리고 ‘노년일자리’와 ‘청년일자리’, ‘노년의 복지’와 ‘청년의 복지’ 이런 대립구도로 가게 된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공약도 지키지 않고 국민통합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라가 불행해지는 것이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세수로는 부족하다. 보수학자나 진보학자나 모두가 인정하는 바는 곧,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표심을 잃을까 이런 얘길 안 꺼내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못한다고 하면 이해당사자들이 나서서 증세하자고 외쳐야 한다. 풀뿌리주민, 풀뿌리노인들이 나서서 증세운동을 벌여 세수를 확대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세금을 걷어서 엉뚱한 데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만큼 목적세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사회복지세’라는 특정한 목적으로 걷는 세금을 만들어서 재원을 마련, 모아진 돈으로 기초노령연금이나 논란이 된 무상보육이라든가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사회복지에 사용하면 된다.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 등 4개 누진적 성격이 강한 직접세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20%의 세금을 부과하면 1년에 20조원이 마련된다. 노년유니온에서는 사회복지세 입법 청원을 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중 의료비보장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 1인당 의료비 지출은 60세 이후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노후소득이 없을 때 가장 큰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공적인 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감기보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은 질환에만 본인부담금이 적고 중증질환에는 오히려 큰 부담을 지는 구조다. 심평원에서는 건강보험보장성을 62%정도로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58~9%정도로 판단된다. 이 보장성을 80%까지 늘리면 어르신들 무릎수술이나 임플란트, 틀니 등 웬만한 수가는 다 보험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또 진료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어떤 중대질병에 걸리더라도 진료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보장율을 8~90%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확충해야 하는데 한 달 개인부담이 만원에서 만오천원 정도면 1년 30조가 마련된다. 이정도의 재원이면 보장성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 세법개정안 때도 증세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하나.
▲ 예를 들어 가정이 가난해서 먹을 것이 없다고 하면, 돈이 없다고 굶어죽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또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하는데 돈이 없다고 그만두게 하는 것이 유일한,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 않나. 해야 하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의 세금에 대한 거부감은 정치인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정치인들이 증세가 필요하다면 증세를 말할 수 있어야하고 세금을 걷어서 알뜰하게 쓰고 또 모든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또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청장년층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 오신 어르신들을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적으로 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으로 부양하는 구도가 돼야 한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말처럼 모든 노인은 우리 모두의 부모이다. 공적 부담이 커지면 커질수록 혜택도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은 안내고 부자들한테만 걷자고 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이젠 소득에 맞게 각자가 형편대로 분담하는 것이 건강한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다. 젊은 세대도 지금 부양의 의무가 먼 훗날 자신이 노인이 됐을 때 돌아올 것을 생각해야 한다. 대신 노인세대도 예전처럼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젊은 층의 얘기에는 귀를 닫아버리는 ‘꼰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열린 어르신이 되셔야 한다. 어르신들도 반값등록금이나 청년실업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올라가야 어르신들의 급여도 올라가고 등록금이 완화돼야 노후가 더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갈등을 기본전제로 하고 그 갈등을 잘 조정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리고 조정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고 사회가 통합되는 것이야말로 곧 진정한 국민통합이고 세대통합이며 우리가 바라는 사회이자 새로운 연대문화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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