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기 “완성차외투기업, 투쟁의 글로벌 연대 선행 필수”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0-08 10: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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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인터뷰]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정명기 교수③
▲ 노동운동의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투쟁에 나선 금속노조 노동자들ⓒNewsis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한국완성차 업계에 스며든 외국인투자기업은 ‘생산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며 해외공장 간 생산물량 경쟁이 가속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치열한 경쟁 속 수익성 개선을 위한 모듈화 확장은 물론 물량과 모델의 다양화(volume and diversity)로 외자계(외국계자본)한국공장의 입지는 그야말로 축소될 위기에 봉착했다.

연이은 파산으로 해외자본에 먹힌 이들은 구조조정부터 현재 노동현실까지 보다 진화한 모습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새로운 시장환경 변화에 직면한 현 시점에서 노동운동의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일요주간>은 자동차 전문가인 정명기 교수(한남대 중국통상학과)를 통해 노동운동의 글로벌 연대가 필요한 까닭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를 통해 한계점에 다다른 외투기업의 현실을 짚어보았다.

“한국지엠 등 외투기업의 문제는 생산의 글로벌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률적인 규제만 가할 뿐 제도적인 보안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생산의 글로벌화에 따른 투쟁의 글로벌 연대로 이는 풀어야할 숙제로 떠올랐다”

한국 완성차업계는 미래형 자동차 등의 투자 및 개발 등 중장기 발전 전략에서 도태된 상태다. 이는 한국완성차업계 생태계 속 한 줄기로 자리 잡은 외국계투자기업들의 행태만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한국공장을 단순 조립은 물론 물품을 변경하는 등의 중저가 중심 생산 기지로 전락시켰을 뿐 아니라 이른바 ‘갑’의 위치에 놓인 외자계회사는 본사 부품을 한국 공장에 비싼 가격에 되팔아 그 수익을 갈취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공장은 생산을 하면 할수록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외자계 완성차업계는 지난호(417,418호)에서 언급했듯 세계금융위기로 인한 선진국 시장 수요가 급랭기에 도래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금융위기로 월街(가)의 자금줄이 막히자 미국의 최대 자동차생산기업인 GM(제네랄모터스)이 파산 위기에 봉착했고 구제 금융을 필두로 모든 나라들이 자동차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수요 진작을 위한 각종 보조금 정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정 교수는 “당시 한국완성차업계는 세계경제위기 속 고환율과 경쟁기업의 유동성 위기 등에 힘입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물량의 가속화로 생산의 세계화에 직면한 업계는 이와는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외자계 업체들이 한국완성차업계로 흡수되면서 생산의 글로벌화는 곧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공고화되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외자계 업체들이 한국 공장과 해외 공장 간 생산물량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생산의 세계화’가 급속한 진전가도를 달리면서 외자계 업체들이 운영하는 공장들 역시 ‘생산의 카니발이즘’(cannibalism)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 교수는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을 짚어냈다. “해외(현지)공장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모듈화를 확대하며 물량과 모델의 다양화(volume and diversity)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한국공장들은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도태된 한국공장들의 생존을 위한 필요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해외공장은 발전을 위한 커리큘럼을 통해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공장들은 무방비 상태에 방치되었다는 게 바로 완성차업계 외자업체가 직면한 상황이다.

그는 “해외공장간 모델의 세대차(modernity gap)가 줄어들고 해외공장간 업그레이드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자계 한국공장의 입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따라서 우월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해외공장과의 보완관계를 확대하는 국내생산의 보완과 강화(complimentary specialization)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바로 정 교수가 주장하는 논지가 드러난다. 바로 노조가 갖는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이다.

외자계업체 ‘회생’위한 글로벌연대 구축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조의 글로벌 연대란 협의적 세계화를 위해 필수적 요소로 떠올랐다. 해외현지 공장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모듈화를 확대했다면 이를 위한 협력적 강등해결 모델(cooperative conflictual solution model)을 구축하는 것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각국 사례를 들며 ‘글로벌 연대’가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 첫 번째 예시로 폭스바겐(Volkswagen)을 둘러싼 독일노조와 폴란드 노조의 사례를 들었다.

“한국공장이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해외공장과 보완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노동의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업체인 폭스바겐의 경우 2개의 독일노조와 폴란드 노조가 물량을 놓고 경쟁가도를 달려왔다. 전 유럽에 3개의 엔진생산 라인 공장을 보유한 폭스바겐은 독일의 서쪽 Salzgiter지역(7,000명 고용)과 동쪽의 Chemmitz지역(900명), 그리고 폴란드 Pokowice지역(1,250명)에 각각 나뉘어있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폭스바겐노조는 폴란드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기 직전부터 직장평의회를 조직, 폴란드 노동자와의 연계를 시작했다는 것. 이후 1999년엔 작업장 차원에서 폴란드 자유노조의 설립을 도왔을 뿐 아니라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독일과 폴란드의 3개 공장 간 구체적인 정보는 물론 인적교류까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양국 간 상이한 노사관계는 그들의 구조적 특징을 이해하고 상호 간 존재하는 편견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면서 이들간 끈끈한 연대는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폴란드 노조는 다른 동유럽권 국가와 같은 ‘저임금’ 국가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아왔지만 이는 사용자측 양보교섭을 수용한 폭스바겐 노조의 입장으로 ‘임금동결’을 약속받는 등의 성과를 이뤘다.

이처럼 3곳의 엔진 공장은 산업입지 경쟁력을 위한 상호경쟁에 돌입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렇듯 글로벌 연대로 묶인 노조는 한 노조의 파업이 있을 경우 자신의 공장에서 대체상한을 하지 않고 3곳의 엔진 공장 간 물량이전이 고용불안을 불렀을 때 전 공장(3개 공장)이 본사 계획을 거부했다”며 “이는 후에 독일노조가 본사를 압박해 폴란드공장의 신규투자를 이끌어내는 등의 막대한 효과를 낳았다”는 게 그가 주장하는 ‘글로벌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정 교수가 재차 언급하는 ‘글로벌 연대’를 통해 양국 엔진공장은 2000년대에는 ‘협력 의정서’를 체결해 ‘보완 생산’을 금지했고 각각의 엔진 공장 간 생산물량 이전을 위해서는 ‘직장 평의회’가 협의해야만 가능토록 만들었다.

결국 폴란드 노조와 독일 노조는 상생의 협력 체인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정 교수는 “2008년 폴란드 노조가 신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자 이를 독일 노조 측에 협력을 요청했다”면서 “이후 독일 직장평의회는 공동으로 그룹 본사에 폴란드 공장 신규투자를 압박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물론 난항을 겪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들 노조는 자동차 수요의 급감과 일본 업체 간 치열한 경쟁력에 밀려 고용보장을 위한 양보교섭에 직면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때 그 성과를 드러낸 것이 이들 ‘글로벌 연대’다. 이들 폭스바겐 노사는 노동시간과 고용의 유연화를 통한 고용안정 모델을 모색하면서 고용불안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3개 공장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뿐 아니라 동-서 유럽 간 국제연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완성차업계 측 외자계업체가 ‘글로벌 연대’ 구축을 위해 어떤 움직임을 시작해야할까.

한국완성차업계 역시 사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교수 측 주장이다. 그는 “이상의 사례를 놓고 국제적 노동조합은 공격(biting)과 경고(barking)라는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에 집중해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정 교수가 언급한 공격과 경고의 전력은 과연 어떤 것인가. 해외투자에 가장 적대적인 방법인 공격은 이사회 측 압력을 가하는 공격적인 방법이 그 전자이며 경고는 공장 간 글로벌 연대를 통해 물량조정과 신규투자를 사전에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과 폴란드 폭스바겐 공장이 후자의 적절한 예시가 된다. 정 교수는 “전자의 경우는 국제적으로 가격과 품질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생산요소비용의 절감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해외생산 확대)를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회사의 생존전략과 직결되어있는 해외투자를 일방적으로 노조가 반대만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노조의 공격(biting)전략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국제적 분업으로 공장간 카니발이즘이 높아지면서 노조의 공격이 사용자 측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이는 국가별로 상이한 노사관계와 노조의 조직력 등이 노노간 갈등을 유발했다.

정 교수는 이렇듯 노조의 성격차이가 곧 유럽직장평의회를 통한 글로벌 연대를 방해했지만 폭스바겐의 엔진공장 사례에서 경고(barking)전략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실리 추구면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는 하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 공장 이외의 경쟁력이 낮은 공장은 항시적인 양보교섭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연대’의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측의 퇴출전략(해외생산을 위한 국내투자 축소나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한 국내공장 폐쇄)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 변화에 조응하는 시기와 단계별로 공격과 경고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혼합전략(mix strategies)을 통해 교섭력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전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강한 노조와 국경을 초월한 공장간 연대를 가능케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교수는 “기업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면서 “외자계기업의 한국공장들도 생산 카니발이즘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적 인식하에서 노동조합은 지금까지의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을 전면적으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의 세계화를 통한 노동운동의 글로벌 연대는 노동자의 내부역량 강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제 단순한 생산의 정치가 아닌 글로벌 공장 간 생산의 정치를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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