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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2030 대담한 미래’를 통해 일본이 처한 위기와 그에 따른 미래에 대해 냉철하게 다루고 있다.
최 소장은 또 G2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중국이 결국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쇠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 역시 새로운 경제성장의 활로를 찾지 못하면 유로지역의 붕괴와 함께 세계경제의 더블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최 소장은 이처럼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만이 위기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해결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일요주간>은 지난 416호와 417호에 이어 이번 호 인터뷰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의 전개 방향 및 일본과 유럽의 미래에 대해 짚어보았다.
-세계 경제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게 변모할 것으로 내다보는가.
▲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공생관계를 말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이들 두 나라의 ‘적과의 동침’의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중국이 구소련과 같은 힘을 갖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런 상태를 ‘미중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아름다운 동반자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 가장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은 글로벌 패권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벌어질 ‘미중 전쟁 시나리오’다.
-미국과 중국의 평화적이고 우화적인 관계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무너질 것으로 보는가.
▲ 중국의 성장이 미국의 국익, 제1기축통화권의 지위와 군사 패권적 지위를 침해하거나 넘어서는 모습으로 변화된다면 중국을 대하는 미국의 시나리오는 단 하나다. 미국은 ‘미중 전쟁’을 통해 중국을 2위나 그 아래로 꿇어앉히고 아시아의 좋은 시장 역할만 잘하도록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미국은 그런 나라라는 것은 과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클린턴 정부는 1991년 아이티에서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군사정부를 세웠다. 2002년 부시 정부는 베네수엘라 군사 쿠데타를 지원했다. 2009년 오바마 정부는 온두라스 군사 쿠데타를 겉으로 비난했지만 암묵적으로 인정했고 IMF를 통해 1억5,000만 달러를 대출해줬다. 또 미국은 마약을 핑계로 남미를 군사기지화 했다. 이라크 후세인을 처음에는 지지하다가 미국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거짓 누명을 씌워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를 향한 팽창 정책을 멈출 이유도 멈추려는 마음도 없는 것이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와 재정 절벽 위기 때문에 잠시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의 물리적인 전쟁 가능성도 있는 것인가.
▲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물리적인 전쟁은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물리적인 전쟁이 일어나면 곧바로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해 인류는 핵전쟁과 생화학전쟁 등으로 공멸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명백하게 알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군사적인 전면전을 할 가능성은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지구가 멸망할 가능성만큼이나 낮다. 그리고 현재는 과거처럼 물리적 전쟁을 통해 영토를 빼앗지 않아도 경제전쟁을 통해 얼마든지 수많은 나라를 굴복시키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경제는 핵전쟁을 두려워하는 인류가 선택한 새로운 영토 및 패권전쟁의 가장 핵심적인 도구다. 이제는 칼과 창이 아닌 자본과 산업으로 전쟁하는 시대다.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전쟁을 보는 눈 없이는 결코 제국 간의 충돌과 패권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 것으로 보는가.
▲ 중국을 앞으로 최소한 10년 동안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할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부를 활용해 구소련을 능가하는 군사적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동시에 기축통화의 지휘를 확보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적 힘과 지위를 갖추기 위해 야심찬 행보를 감행할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 중 미국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좀 더 클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하는 미래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중국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최소 8~10%로 유지하고 미국이 1.5% 수준의 저성장을 10년 이상 지속해야 하는 조건이 동시에 성립되어야만 중국이 10년 후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할 기회를 잡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또 중국 내부의 위험요소를 분석하면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힘을 갖기 전 스스로 무너지거나 혹은 미국이 가하는 한 두 번의 결정적인 경제적 타격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더 크다. 1980년대 말에도 일본의 GDP가 미국의 2/3가 되자 일본이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접어들자 일본의 성장률이 급락하더니 오랫동안 2등 자리에 머무르다 추락했다. 지금은 미국 GDP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본의 경우처럼 중국이 5~10년 이내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된다는 잘 알려진 미래보다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경영이나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부터는 중국에 대한 기회 요소보다는 위기 요소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 아닌가.
▲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미국의 시대가 끝났다고 절대로 단정하지 마라. 미국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 일으킨 사건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였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던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증권의 덫에 걸려 파산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미국의 미래와 기축통화인 달러의 신용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하지만 미국이 직면한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세기 초 대공황을 시작으로 20세기 중후반에도 미국은 비슷한 위기를 맞았다. 결과는 미국이 초대강국 지위를 회복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는 어떠한 결론이 날지 예측하려면 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면 된다. 2008년 이후 미국이 겪고 있는 위기 요인은 막대한 부채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발생한 개인과 금융기관의 위기가. 또 다른 하나는 정부와 미국인들의 방만한 지출과 제조업 경쟁력 하락에서 비롯된 쌍둥이 적자다. 즉 앞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한 뒤 개인과 정부의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30년 이후 몰락하지만 이 문제는 느리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해 2030년 이후에도 세계 1위의 지위를 견고히 유지할 것이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부터 미국의 역습을 조심해야 한다. 미국발 금리인상이 미국의 본격적인 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금리 인상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발 금리 인상이 전격적으로 단행된다면 한국 경제는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물경제는 더 침체할 것이고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고 기업의 수익과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이라도 미국발 금리 인상에 대한 대비를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
-다음으로 일본의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는가.
▲ 2012년 4/4분기부터 일본의 아베 정권이 엔저 카드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는 일본을 근본적으로 회생시키는 해법이 아니다. 현재 추세라면 2020년경 일본이 부도날 확률은 70%다. 만약 세계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돼 일본이 하는 수없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국가 부도는 2~3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 전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일본은 1973년과 1979년 1,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버블 경제기로 접어들고 1990년대 버블 경제가 붕괴하자 엄청난 양의 불량 채권이 발생해 ‘잃어버린 10년’으로 빠져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잃어버린 10년’을 빠져나온 듯했던 순간 다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게 되자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보다 더 크게 요동치면서 다시 ‘잃어버린 20년’의 긴 터널 속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일본 경제의 영향력도 계속 감소하고 있어 2015년 이후 일본 경제는 존재감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 동안 일본은 2005년 기준 1인당 GDP가 3만9,075달러 수준인 1억2,700만 명의 튼튼한 내수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 경제 유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고령화로 소비 여력과 노동의 질이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외 상황이 이렇게 불리함에도 일본은 고도의 기술력만 믿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와 미래전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이 최고로 자랑하고 있는 기술력 차이마저 중국과 한국 등의 후발주자들과 비교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로지역도 금융위기로 인해 괴멸 직전까지 가고 있는데.
▲ 현재 유로지역의 금융위기 사태는 중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3년 동안은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금, 유럽의 각 나라와 미국, IMF 등의 적극적인 구제금융과 지원책 때문에 유럽연합이 붕괴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할 정도의 시간을 벌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시간을 번 대신 민간 부문의 부채가 공공 부문으로 옮겨져서 국가의 부채 부담은 더욱 커졌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성장의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처럼 부채가 과다한 나라는 긴축 재정정책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 경제성장을 통해서 추가적인 돈을 벌어야만 근본적인 위기탈출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위기가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총선에서 보듯이 정치적 불안정성을 해결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의 지연과 후퇴 때문에 잠재돼 있던 위기가 재발하거나 커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면 유로지역의 붕괴와 세계경제의 더블딥으로 급격하게 전환될 수도 있다. 유로지역은 위기를 극복할만한 잠재력을 충분하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해법을 찾는 과정이 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기간 침체와 저성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유럽은 지금 인구학적으로 볼 때도 미국보다 빠르게 쇠퇴기로 접어들고 있다. 만약 지금 이대로라면 유럽은 더욱 위험해진다. 유로지역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강력한 구조조정과 산업의 재배치를 시행해야 한다. 통일 후의 독일처럼 10~20년에 걸쳐 금융과 산업과 기술, 노동시장, 정부의 공공고용과 연금의 복지비용 지출 등에서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한다. 유로지역이 미래 생존을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선택한다면 독일의 역할이 아주 커질 것이다. 독일은 국가부채, 기업 및 가계부채를 모두 다 합쳐도 미국,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영국 등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다. 유럽의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1950년대 중반까지 미국이 전후 유럽의 재건을 위해 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금과 기술을 지원해주면서 반대급부로 엄청난 영향력과 부를 얻고 싶을 것이다. 독일은 유럽 경제의 재건을 위해 재원 조달을 책임지고 독일식 경제모델과 기술적 노하우, 문화적 기준을 접목시키며 전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다시 말해 유로지역은 오랫동안 경제를 독일에 의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 우리 앞에 놓인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미래학자가 할 일이다. 긍정이냐 부정이냐는 그것을 대하는 자세인 것으로 이제 우리는 위기를 즉시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래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기회는 빨리 오고 위기는 늦게 온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기회의 완성은 생각보다 늦다. 생각만 바꿔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위기를 피하지 말고 위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과 해결책을 빨리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보고와 같은 대담한 미래 구상이다. 눈앞의 위기를 수습하는 것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 질서 재편기의 조정자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세계 강국으로 도약할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러한 미래 예측이 앞으로 미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현실 인식의 토대가 되고 미래에 관한 통찰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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