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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비정규투쟁본부가 지난 4월 22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Newsis |
“장시간 노동 및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를 기반으로 한 성장방식은 지양해야한다”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하면 한국자동차업계는 무너질 것”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21세기에 들어서 자본주의 경제구조의 근간인 자동차산업은 두 번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 중 하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 Prime Mortgage Loan)의 부실 사태로 전 세계를 강타한 세계금융위기며 다른 하나는 가파른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고용과 생산에 정체현상으로 아직까지 평행선을 긋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국제금융위기가 좀처럼 해갈의 기미를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자동차산업 회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 자동차 시장은 유동성 위기 등의 냉각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단초를 제공하는 모양새다.
이에 새로운 환경에 직면한 한국자동차산업 역시 회생을 위한 당면과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일요주간>은 자동차 전문가인 정명기 교수(한남대 중국통상학과)와의 네 번째 시간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당면과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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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전문가인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정명기 교수 |
세계자동차산업은 20세기와 21세기 두 번에 걸쳐 눈에 띄는 환경의 변화를 맞이한다. 그 하나는 20세기 초 자동차의 과잉생산에 따른 후유증과 글로벌화의 여파로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당시 각국 자동차업계들이 제시한 생존전략은 산업의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과 규모의 대형화, 그리고 기업의 글로벌화다. 그 과정에서 경쟁기업 간 인수 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활발하게 진행시켰던 전례가 있지만 현재의 구조조정은 20세기인 1990년대 당시와 외부환경과는 매우 다른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또 다른 환경의 변화를 만나게 된다. 21세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2008년)사태로 촉발된 금융자산의 부실화와 이에 따른 실물경기의 냉각기가 바로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두 번째 환경 변화를 만나면서 자동차산업의 新(신)위기극복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명기 교수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세계자동차산업의 시장 수요는 증가세에서 급격한 하락세로 반전됐다”면서 “이는 신흥시장의 정체로 연결되면서 주요 자동차생산업체들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교수가 언급 했듯이 당시 세계자동차업계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조업 단축 등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해고 및 실업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앞 다투어 내놓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과 독일 등 세계 주요자동차생산국은 대규모 수요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들은 제조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 마케팅, 유통, 구매 비용 등을 절감함으로써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력했다”면서 “(그들은)고효율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적극 나섬으로써 자동차 생산과 소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떠한가. 정 교수는 여기서 “한국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그가 제기한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 교수는 먼저 한국자동차산업의 성장 흐름을 90년대 후반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정부의 중화학공업화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대표적인 산업이다. 하지만 1998년 아시아 전역에 퍼진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과잉투자와 차입경영 등으로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여기서 정부와 자동차업계가 선택한 것이 바로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해외매각이다. 이후 자동차산업은 국내 판매의 호조세와 큰 폭의 수출 증가로 한국 제1의 산업인 반도체산업과 더불어 한국 경제의 주요 핵심 산업으로 그 위치를 확고히 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차 외환위기)이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당시 한국 자동차산업의 종사자 수는 전체 제조업 취업자의 10.2%(2,452,880명 중 250,069명, 통계시점 2009년 기준)를 차지했으며 그에 따른 생산액도 10%(1,122조원 가운데 113조원 차지)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던 점은 바로 유동성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정부가 ‘부실기업 해외 매각화’라는 카드를 꺼낸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정책으로 채택되면서 한국자동차산업은 외국자본계와 내국자본계로 양분됐다 점 등은 앞서 <417호>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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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및 매출총이익 추이(현대차와 기아차) <자료=각사 감사보고서 및 김광수 저서(2010)에서 재인용> |
현대기아차그룹을 필두로 하는 내국자본계가 판매 80.5%, 수출 72.4%, 고용 75.1%를 차지하면서 절대적인 비중을 점하고 있으며 이는 내수시장에서 배타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세계금융위기로 GM(General Motors)이 파산하고 전 세계자동차산업은 유동성 지원은 물론 수요 진작을 위한 각종 보조금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자동차산업은 이러한 위기 속 고환율과 경쟁기업 등의 유동성 위기로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취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게 된다.
정 교수는 “2009년 정부의 노후차량 지원 정책의 효과로 국내 판매세는 138만 대까지 상승했다”면서 “이후 1년 만에 정책이 종료됐지만 판매세는 여전히 호조세”였다고 말했다. 결국 당시 세계자동차선진국들은 GM을 필두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반면 한국은 신흥자동차산업국가(인도, 중국 등)의 판매 증가로 안정화기에 들어서게 됐다는 것.
특히 중‧소형차 및 저가자동차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나타낸 점도 소형차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점도 들 수 있다. 여기서 그는 한국자동차산업의 호조세의 요인으로 “세계최고의 장시간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자 확대에 기반을 둔 수량적 유연화와 노동을 배제한 자동화에 기초한 생산방식의 확대 등이 부끄럽지만 성장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 산업의 당면과제
“한국자동차산업에서 비정규직 종사자는 IMF외환위기를 시발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내 사내하청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2007년 8,689명으로 생산/정비 생산직 수의 27%에 달했고 2009년에도 전체 생산직의 24%에 해당하는 7,693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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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차 추이<자료=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및 지속가능보고서> |
정 교수는 한국자동차산업의 선두주자이자 최대 생산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일례로 들며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중이 타 생산업체에 비해 많은 점, 그리고 근로자의 노동 시간 역시 타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폭스바겐의 1,438시간,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가 각각 2,159시간과 2,116시간으로 집계된 것에 비해 2,396시간으로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이 공장가동률을 극대화 시켜 생산비용을 최소화시키는 장점은 있으나 여기서 초래되는 문제점이 바로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해외시장에서 무역마찰을 줄이는 한편 신흥시장에 대한 선점효과를 위시하기 위한 대책으로 해외공장 등을 신설하는 등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인도, 중국 등의 신흥국가는 물론 미국·유럽 등에도 해외기지를 증가시켰다. 해외공장 신설 붐이 일면서 해외 생산대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여기서 바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자동차산업이 당면한 문제점을 4가지로 요약했다. 발전과정 속에서 나타난 구조적인 문제점은 첫째로 해외생산의 급격한 증대로 국내투자의 정체를 불러와 이는 곧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해 ‘성장동력산업’으로서 자동차산업의 역할에 제한을 불러온 점을 들었다.
결국 정규직 생산직의 신규고용이 지난 수년간 거의 정체된 상태인데 비해 하청기업의 고용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러한 고용정책은 근로자의 고령화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했다.
이어 두 번째로 해외공장을 통한 생산 확대로 경기침체기에 국내공장과 해외공장 간 생산 카니발이즘을 촉발시켜 이는 국내고용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여기서 더 큰 문제점으로 자동차산업의 경우 해외경기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산업의 불안정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점심화에 따른 소비자 후생의 감소 효과 역시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국내시장의 70%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차의 독점은 국내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고객을 위해 세심할 정도로 안전에 신경을 쓰는 현대차가 오히려 내수용 차량에는 구 버전의 에어백을 장착하거나, 안전사양 등은 수출용 차량 대비 부실한 점이 드러나지만 오히려 가격은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듯 비싼 차 가격을 적용시키고 있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높은 가격을 치러야 장착할 수 있는 ESC(차량자세제어장치), TPMS(타이어공기압 감지시스템) 등의 안전장치 옵션을 미국 수출용에는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고 있는 점 등을 들수 있다.
또한 문제점 지적 시 해외 리콜에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제시한 반면 국내 소비자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는 것. 정 교수는 “최근 이 같은 기조가 그룹 내 문제점 인식 한 듯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리콜, 수리 등의 대응책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미미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으로 양분되어 두 자본그룹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정책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주요산업보호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호<417호·418호>를 통해서도 다뤘듯이 성장동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을 기업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에만 열중함으로써 한국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마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한국GM의 경우 독자개발능력이 제한되고 GM의 소형차 생산기지화 함으로써 미래성장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쌍용차의 경우는 상해기차에서 다시 마힌드라로 매각함으로써 주요 기술을 후진국 경쟁업체에 제공하는 기지역할로 전락하게 만들어버린 점을 들었다.
정 교수는 앞서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잠재적 경쟁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채권 회수형 구조조정은 재고되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간 자원 분배 재편성 재고
앞서 정 교수가 여러 차례 언급한 ‘산업정책’은 국민경제 자원배분의 효율성 증대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한 나라의 산업전반을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키(Key)와 다름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선택한 해외업체 매각을 위한 ‘채권회수형 구조조정’정책을 일관하면서 결국 헐값 매각에 의한 국부 유출과 실업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유발시켰을 뿐 아니라 외국자본이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드는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특히 현대기아차그룹이라는 재벌이 시장을 지배하는 산업조직이 형성됨으로써 재벌과 정부의 유착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토대는 물론 외국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단초가 된 점 등도 비판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구조조정은 국내기업 독점지배력의 강화로 소비자 효용의 감소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해외자본에 매각된 기업들은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여 미래 성장잠재력이 마모됨으로서 국민경제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
끝으로 정 교수는 “현대기아차그룹을 필두로 한 한국자동차산업계는 신성장동력을 구상하고 신제품 개발 및 노동자처우 개선 등의 차선책을 두지 않는 한 업계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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