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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 |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보수가 과거에 자라(북한, 좌파)에게 된통 당하는 바람에 솥뚜껑(일부 친북·종북 좌파세력)만 봐도 화들짝 놀라는 가슴이 되어 판단을 그르치고, 작은 잘못을 덮으려다가 점점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민주진보 역시 ‘선거부정-정보정치’에 대해 엄청나게 예민하여, 작은 편향을 점점 큰 편향으로 만드는 것 같다. 끝내는 12.19와 3.15를 동렬에 올려놓는 지경까지 간 것 같다”
지난 8월, 자신이 몸담았던 민주당을 탈당하며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이 토해낸 말이다. 그는 또 “민주당의 지배구조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읊으며, 정치기득권자들과 긴밀히 연결된 당원이 대부분인 구조 하에서는 공적가치가 아닌 사적 가치로 엮이게 되고, 낡은 프레임의 강한 영향력으로 이념정책 패러다임 혁신 운동의 동력이 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의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는 대권·당권주자, 여성, 노동, 청년, 시민 등 명분이 다른 여러 집단이 지분 확장이나 방어를 위한 다툼을 부르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외부 거대 세력이 키워진 후 흡수되거나 연대 또는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일요주간>에서는 지난호(421호)에 이어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과 함께 민주당의 위기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진보세력의 새 인물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못난’ 민주당…김한길만 욕 먹는다
김한길 대표가 민주당이라는 제1야당을 이끌어 온지도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간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야기된 민주주의 후퇴 논란에 당력을 집중하며 서울광장 천막당사와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등을 꾸리며 대여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김한길 대표는 ‘리더십 위기’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당내 친노와 비노 간의 갈등,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김대호 소장은 “김한길 대표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못난 것”이라는 총평을 내놨다. 그는 “(김 대표는) 나름의 리더십을 발휘해 장외투쟁을 끌고 나갔다. 하지만 잘 안된 것 뿐 리더십은 다 보여준 것”이라면서 “국익을 위해 거리로 나갔는데 국민들은 ‘왜 저러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져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아직 확실한 창당발표조차 나오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뒤지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예로 든 김대호 소장은 “김한길 대표가 못나서 그런가. 민주당 전체가 못나서 그런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생산적 경쟁 없이 독과점에 안주하다보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두 거대 양당의 지지율은 국민들의 순수한 지지 의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상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20%를 밑돌고 있는 지지율도 새누리당에 대한 ‘반사이익’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MB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웠던 지난 대선 역시도 내부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꼽은 김대호 소장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을 찍으면 완전히 나라 망하겠다는 민심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라며 “한미FTA와 4·11 총선에서의 김용민 후보 공천 논란,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등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심으로 야당을 찍기에는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이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해석인 셈이다.
안철수 비춘 스포트라이트, 그 유효기간은
지난 대선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안철수 의원이다. 당시 교수로서 청춘콘서트를 통해 젊은이들의 눈물과 시련을 다독이던 그는 단숨에 ‘국민멘토’로 자리매김하며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됐었다. 국회에 입성한 지금도 여전히 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신당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을 웃도는 기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김대호 소장이 펴낸 책 ‘희망코리아로 가는 길-2013년 이후’에서는 이와 관련, “안철수는 대중이 절실히 열망해 왔지만 주류 정치권과 시민운동권이 경시하거나 무시한 가치를 들고 홀연히 나타나 폭발적인 기대와 환호를 받은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안철수 현상은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없어질 정치적 신기루이자 대중의 비이성적 쏠림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안 의원이 의원배지를 달고 보낸 몇 개월을 평가하며 김대호 소장은 ‘안철수의 새정치에 새로움이 없다’고 평가했다.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대안이 정치콘텐츠의 핵심이다. 하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는 국가비전에 대해서, 국가의 현안문제들에 대해 밝힌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일주일에 한 번 씩 하던 논평도 지금은 하지 않고 있고 싱크탱크 ‘내일’에서 모신 최장집 이사장도 결국 나가지 않았나. 진보적 자유주의도, 정당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부재한 상태가 아닌가. 이런 것은 새정치가 아니라 예전보다 더한 구태정치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대호 소장은 안철수 의원의 바탕이자 향후 신당 창당에 밑거름이 될 ‘내일’이라는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과거 YS나 DJ조차도 나름대로 그 안에서 소계파 보수 같은, 일종의 들이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안철수 세력에는 그런 머리 큰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안철수의 기업조직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당은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지역적 기반과 계층적 기반, 이념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서 이 목소리들이 시끄럽게 나오고 그러면서도 큰 가치를 가지고 공유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당인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안철수 세력에는 큰 가치도 없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존재도 없다. 주군에 충성하는 전문가와 간신들로 구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안철수를 필두로 모인 기업집단(안철수연구소 등)과 비슷하며 일종의 대선캠프와도 흡사하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집단에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이 부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호 소장은 “(그런 인물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을 나름대로 캠프 구성 하듯, 기업에서 사원을 채용하듯 뽑는다. 정당은 채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 속에서 큰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안고 가야 한다. 그래야 큰 집도 짓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 안철수 의원은 작은 집밖에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얻은 ‘소통’과 ‘공감’이라는 이미지도 퇴색돼 가고 있다고도 했다. 김 소장은 “(현재까지 안 의원의 행보로 볼 때) 소통공감을 간판상품으로 내세웠는데 소통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정치인으로서) 소통은 기본 중에 기본이며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는 소통공감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으로 정치경험이 없는 안 의원으로서는 정당의 역할(다양한 의견)이 중요하며 이를 채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할 시점에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경영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는 한 ‘안철수 현상’은 일종의 인기 있는 축구선수, 연예인과도 다를 바 없다면서 그는 “안철수 의원은 국민들이 주목하는 그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신당 창당 이후에는 현 지지율이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텃밭 다른 행보, MB정부에 비춘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세제개편안과 기초연금안 등 정책방향에 대한 국민과의 충돌,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드러난 공안정치의 막연한 공포, 그리고 불통이다. 박근혜 정부 8개월을 돌아보며 김대호 소장은 먼저 공약후퇴를 꺼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적 깡통정당에서 자라난 나무다. 정치인은 정당이라고 하는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인데 이 공장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물건은 나올 수 없다. 공약을 생산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데 부실하고 보여주기식 공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불통’ 이미지에 대해서는 정당한 비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대호 소장은 “고집이 있으면 다 불통이란 소리는 듣게 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의 여왕이란 얘기는 일반 유권자들과 소통 공감이 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부로 불통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 정권의 감각기관은 둔한 듯 보인다. 진영장관이 뛰쳐나온걸 보면 정권 핵심에서 소통이 안되는 느낌인데 그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의 다양한 사안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해보지 않을 것일 수도 있고 직접 체험을 해보지 않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5000만 국민의 소리를 다 듣진 못한다. 다만 꼭 들어야하는 소리를 놓치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실 ‘불통’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촛불시위를 막기 위한 컨테이너박스인 일명 ‘명박산성’을 쌓은 장본인이기도 했던 전임 대통령 MB정부의 지배적인 이미지이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라는 같은 텃밭에서 자란 두 대통령의 차이점에 대해 김 소장은 남성과 여성적 특징으로 설명했다.
즉 MB정부는 성과위주, 자신감, 추진력 등 남성적 특징을 보인 반면 박근혜 정부는 꼼꼼함, 실용적인 면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김대호 소장은 “남자들은 성과를 내고 폼을 잡으려고 하는 게 있다. MB정부는 747공약 등 대한민국을 단번에 바꿔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광우병 사태나 용산참사에서 볼 수 있듯 과감하게 밀어붙이려는 성향도 있다”면서 “하지만 MB정부는 준비는 안됐으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남성의 특징을 보여줬던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성은 폼을 잡는 걸 싫어한다. 꼼꼼하고 실용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과감한 변화, 큰 틀을 바꾸는 것에는 약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대호 소장은 박 대통령의 정치콘텐츠의 부재는 정권 말기 식물정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초기에는 과감하게 뭔가 바꾸려는 데서 충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에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 “국가경영은 선거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임기 말 통치력을 잃어서 식물정치가 되지만 박근혜 정부는 비전부실과 콘텐츠 부실로 인해서 식물정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민심이 ‘비정치인’에 눈을 돌리는 이유
김대호 소장이 바라보는 한국정치의 비극은 곧 정당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정당이라는 공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마당에 좋은 정치인이나 좋은 콘텐츠는 나올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세계를 바라보는 원대한 안목과 사회에 대한 이해, 리더십과 용기, 강단 등 대통령 자리에 합당한 자질이 필요하나 그러한 인물은 현재와 같은 정당구조 속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다.
김대호 소장은 국민들이 ‘비정치인’에게 눈을 돌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꼽았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 야권에서 주목을 받는 두 번째 인물, 박원순 서울시장도 바로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박원순의 시정운영도 문제가 많다고 그는 지적한다.
김대호 소장은 “박원순 시장의 문제는 시스템적 사고화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정리해고 문제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막는다고 과연 진보적 방향으로 볼 수 있는가. 오히려 정규직 숫자를 조금 늘리고 공공부문을 막연한 선망의 대상으로 조장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립대를 통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국립대는 원래 반값이었다. 실질적으로 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쪽은 사립대이다. 사립대는 재단의 문제와 학부모, 학생들의 문제이다. 그런데 국립대인 시립대를, 그마저도 세금 가지고 그냥 틀어막은 것인데 그걸 못할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핵심적인 고통은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에서 발생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데서(국립대) 국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반값등록금을 해결했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고 악화시킨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대호 소장은 본질적인 문제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을 ‘비정치인’에 대한 관심으로 돌린다고 해서 대한민국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비정치인들이 해왔던 정치 역시도 구태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정치인이 나오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런 깡통정당 속에서 정통적 코스를 밟았던 사람들은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안철수, 반기문, 박원순 등 이른바 비정치인에게 답을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면서 “민심이 어떻게 흐를지는 알 수 없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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