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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일요주간 |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한국의 자동차결함 전문가’ 자동차결함 조사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감히 ‘전문가’라는 호칭을 넣어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소비자원에서 자동차 결함 소비자 구제 파트를 신설하며 이 분야의 개척자가 된 그는 지난해 자동차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하고 제조사 간 분쟁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자동차 결함 관련 민간 신고센터를 만들었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이 바로 김 대표의 둥지다.
<일요주간>은 누구보다도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김종훈 대표를 만나 급발진 등으로 불거진 자동차 소비자 피해 실태와 완성차 업계의 고질적 병폐 그리고 수입 자동차의 맹점 등 ‘자동차결함’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력의 부재·주관부서 관리 부실···자동차 결함 해결책 미흡 ‘첩첩산중’
“제조사가 품질과 고객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제조사가) 자동차결함이 발생할 때 이를 은폐하고 축소한다는 것”
한국 완성차시장 1위인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은 대표적인 차종에서 급발진·누수·발화 등 잇단 사고로 ‘품질경영’이 사라진지 오래다.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대규모 리콜까지 이어지면서 이는 현대기아차그룹 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완성차의 안전 불감증으로 연결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생명’을 담보로 한 자동차결함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끊임없이 제기된 급발진과 리콜사태는 자동차 안전에 대해 재조명하는 기회로 다가왔다.
하지만 소비자 스스로 자동차에 대한 결함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는 그저 이동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소비자라면 내차에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에 비로소 “어떻게 하면 좋나”하는 물음표를 갖곤 한다.
국내외서 끊이지 않는 사고 가운데 하나인 ‘급발진’ 사고의 경우 자동차 소비자인 차주는 사망에 이르는 등 사고사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급발진 사고, 누수, 화재 등 차량의 결함을 인지했을 때 해결 프로세스는 과연 제대로 있나.
이러한 끊임없는 질문이 ‘한국자동차품질연합’을 출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자동차 관련 소비자의 불만 창구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 간 분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신고센터로 자리 잡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자동차 전문 인력의 부재
그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구제의 역할을 해주는 소비자원(소비자안전센터의 자동차결함신고) 그리고 국토교통부(교통안전관리공단 자동차결함신고센터)가 신고를 받고 있지만 지속성과 연속성, 그리고 전문 인력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의료사고 시 환자의 진료기록이 담긴 차트의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전문역’은 존재하지만 이를 자동차로 바꾸어 생각할 때 Feedback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검사역’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는 것이다. 즉 사고 정비 내역을 분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보유해야하는 전문 인력이 거의 없어 자동차 구조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담역이 소비자들의 불만 창구에서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있겠냐는 것.
특히 소비자원의 경우 <1372> 소비자 상담센터로 자동차결함 신고 역시 통합됐다. 결국 질적인 내용은 없고 정부의 지원에만 급급한 ‘생계벌이 형’ 신고센터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례로 자동차 결함에 대한 상담에 나선 소비자에게 “내용증명서를 보내라”는 상담원 멘트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소비자단체와의 통합을 목표로 현 센터를 설립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서 자동차관련 정식 단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물론 재정적인 독립이 어려운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 역시 서울시 등에 정식 지원을 위해 단체 등록을 시도했지만 주관부처와의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아 아직까지 등록은 미뤄진 상태다.
소비자가 자동차 결함을 발견하고 이를 소비자상담센터인 <1372>로 연결하면 소비자원과 민간단체로 나뉘어 연결된다. 소비자원의 경우 결함신고센터를 운영해왔기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전문 인력이 전무한 민간단체서 이를 연결했을 경우 자동차결함 신고는 허공에 뜬 상태로 끝나고 만다.
또한 주관부서가 운영하는 협회 등 단체 심사위원회 조직 구성 역시 배타적인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그의 설명. 자동차 결함이 발생했을 때 회의 등에 참여하는 심사위원들이 최근 10여 년간 변화가 없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구조적으로 전문 교수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주관부서의 전문요원 운영은 제조사에 대한 자동차 결함 사태를 이른바 ‘고인 물’로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동차결함 조사 섣부른 판단 ‘금물’
13‘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른 자동차결함은 무엇보다 최근 소비자들에게 사태의 대한 심각성을 부각시킨 급발진, 그리고 리콜 사태가 올해 가장 ’핫’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자동차결함이 발생했을 때 문제점에 대한 확신은 불가합니다”라며 운을 뗀 김 대표는 급발진의 경우 진공배력 제동장치가 원인이라는 주장을 놓고 “잘못된 가설은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일례로 든 사례는 지난 5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급발진 사태로 교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 연구회(자동차급발진연구회)에서 급발진 접수 95%가 가솔린 차량과 LPG 차량에 집중된 점을 미뤄 이를 브레이크 시스템의 일부분인 ‘진공배력 제동장치’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급발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브레이크 진공배력 제동장치는 대부분의 가솔린 차량에 있는 부품으로 브레이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1970년대부터 널리 장착되기 시작했다. 해당 연구회는 실제로 진공배력 제동장치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급발진 사고 보고된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주최 측 대표였던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브레이크 작동 시 배력장치의 진공호스 쪽에서 발생하는 압력변화가 엔진작동으로 인한 압력변화와 합쳐져 순간적으로 급발진 현상이 발생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가설’일 뿐이라는 게 바로 김 대표의 주장이다.
“명확한 증거가 없이 쉽게 ‘추정’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외부에서 주장하는 배력장치의 진공호스 쪽에서 발생한 압력변화로 실제로 브레이크로 가야할 통의 압력이 반대인 엔진으로 역류하면서 엔진의 문(스로틀 밸브)이 열리게 된다는 설명이지만 이 가설에는 적잖은 함정이 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들이 주장하는 가설을 살펴보면 디젤차의 급발진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다수의 전문가들이 단순한 압력만으로 스로틀 밸브를 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죠. 국토교통부 역시 이에 “기술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황만으로 사태를 거슬러 올라가 이를 입증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급발진 추정 사고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서도 지난 30년간 꾸준히 이어져왔다.
최근 언론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른 이유는 바로 블랙박스와 CCTV 등을 통해 다수의 급발진 의혹 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소비자들은 급발진의 폐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블랙박스 등 커뮤니티 등에 공개된 영상의 경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급발진 사고가 그대로 담겨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끊임없는 급발진 사고 차량 접수는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급발진에 대한 명백한 원인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토교통부, 국립과학수사원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기관이 연구를 거듭했지만 증명된 바 없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결론은 “자동차 내 사고기록장치(EDR)에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으므로 해당 차량은 결함으로 판명할 수 없다”는 것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급발진 추정 사고 가 날 확률은 2012년 말 기준으로 100만분의 8(0.0008%)이다. 지난해 1,800만대의 차량이 등록된 가운데 136건의 의심 사고가 접수된 바 있다.
김 대표는 “진공배력 제동장치 등은 급발진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원인 가능성일 뿐 증명된 바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라며 “기계적 결함인지 운전자의 오작동 인지 논란은 좀 더 지켜봐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2009년 말까지 연평균 급발진 신고건수는 107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부터 2012년 8월까지는 3배가 넘는 366건이 접수됐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급발진 사례로 모두 122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국산차는 104대, 수입차는 18대로 나타났다. 이 중 가솔린 및 LPG를 연로로 사용하는 SI(불꽃점화) 엔진 차량이 94.4%(102건),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CI(압축점화)가 5.6%(6건)으로 조사됐다.
김 대표는 “자동차는 2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섬세한 제품입니다.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자동차가 굴러가는 것입니다. 이음새의 나사 볼트 하나만 빠져도 문제가 발생 합니다. 이렇듯 섣부른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에게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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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5일 성북구 미아동에서 발생한 급발진 추정 사고. 해당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했다. <사진=성북소방서 제공> |
그러면서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차량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사는 ‘사고사’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또한 제조사는 ‘조사 후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은 사고사에 따른 결과를 보고할 뿐 차체 자체에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점입니다. 제조사가 품질과 고객 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자동차결함이 발생하면 이를 은폐하고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급발진 사례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접한 김 대표는 2004년 대법원 판례가 차량급발진 사고에 대한 리콜을 어렵게 만든 원인으로 꼽았다. 1997년 추운 겨울 한 주차관리원이 손님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주차관리원은 제조사의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라며 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대법원까지 가는 긴 싸움 끝에 2004년, 원고 패소판결을 최종 확정 받았다. 대법원의 판례(사건번호 2008가단388929)는 현대기아차 등 제조사에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급발진 사고는 무엇인가.
자동차 운전자가 의도치 않고 예상조차 하지 못한 출력으로 정지 혹은 매우 낮은 출발속도에서 급가속 되는 현상을 말한다. 급발진의 경우 재현성이 없기에 운전자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발진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조사의 경우 운전자 과실로 돌리기가 쉬워진다.
즉 급발진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국내서 급발진 피해를 본 소비자 구제 방법은 소송이 유일하다. 하지만 전 건 모두 패소했다.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급발진 사고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지난 6월 국토부 민관 합동조사반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급발진 의혹 규명을 위한 공개 재현실험을 했지만 급발진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피해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제조사들에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등의 자세가 필요 합니다”고 조언했다.
국토부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 126회의 자동차 결함 조사를 진행했지만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해 리콜 조치한 것은 22회에 불과했다. 국감서 교통안전공단 등 공신력이 있는 기관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비자의 불만사항을 선제적으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국감서 나온 성토는 김 대표가 주장하는 부분과 일치한다. 그 역시 “공신력 즉, 소비자의 불만을 제대로 알고 결함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발진은 없다는 국토부의 발표를 대법원이 엄격히 적용할 경우 피해자의 유일한 구제책인 소송조차 벌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호(423호)에서는 자동차 리콜, 그리고 소비자를 농락한 수입자동차의 병폐 등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와의 두 번째 인터뷰가 이어 진다>
<PROFILE>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현재)는 1996년부터 16년 간 한국소비자원에서 자동차 결함조사 및 피해구제를 담당한 명실 공히 ‘자동차 결함 조사’관련 전문가다. 과거 한국소비자보호원 시절 분쟁조정1국장, 공산품팀장, 생활안전팀장, 자동차부문 조사위원, 노조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김 대표가 처리한 불만 건수는 약 3,500건으로 2000년부터는 다수의 차량에서 동일한 결함이 발생하는 차량을 12년간 조사한 건수는 232건, 무상 수리 대상 차량이 무려 1,061만 여대로 국내 생산 차량은 물론 수입자동차까지 자동차 결함을 다양하게 감시해온 자동차 전문가이다.
2011년 12월 31일 한국소비자원을 정년퇴임한 그는 이듬해 서울 YMCA에 자동차안전센터 초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주요 일간지 등에 ‘김종훈의 소비자불만노트(조선일보)’, ‘자동차상식’(한국경제신문) 등에 기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동차 인체를 만나다.(2011년), 어이! 김팀장(2007년), 초보자를 위한 '자동차상식백과'(2001년), 알쏭달쏭 소비자피해 101가지(공저), 자동차구조와 점검요령(1998년) 등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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