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진 “朴·安, 20세기 리더십에 갇혀 소통과 협력 부재 여전”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1-12 07: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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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희사이버대학교 안병진 교수
경희사이버대학교 안병진 교수 ⓒ일요주간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기존의 구태정치와 작별 고하고 새정치의 패러다임으로 옮겨가는 것이야말로 21세기 가장 중요한 과제…젊은 세대의 고민에 공감하고 소통하고, 초당적인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인물 절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큰 변동 없이 줄곧 5~6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지율을 받히고 있는 상당수는 외교·안보 분야다. 여성대통령 특유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이력을 바탕으로 한 대외적 매너 역시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여기에 더해 신뢰와 원칙에 입각한 박 대통령식 세일즈 외교와 영어, 불어 연설 등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해외순방 이후에는 반드시 지지율 반등이 따라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적인 원칙이라는 틀에 박힌 태도는 21세기적인 리더십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요주간>에서는 경희사이버대학교 안병진 교수를 만나 21세기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매처(matcher)의 리더십으로는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다섯 번째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서유럽 3개국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1월,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미국이 아닌 중국에 특사단을 가장 먼저 파견하면서 남다른 행보를 과시했으며, 5월에는 첫 방문국으로 미국을 택했다. 이어 6월에는 중국을, 9월에는 러시아와 베트남을, 10월에는 인도네시아, 11월 서유럽까지 취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무려 8개국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통해 ‘세일즈외교’와 ‘창조경제’와 더불어 일명 ‘한복외교’라고 불리는 문화전도사로서의 역할도 자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경제적인 성과보다도 패션과 외국어 연설 등 이미지가 더욱 부각된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학과 교수이기도 한 경희사이버대학교 안병진 부총장은 이와 관련해 “이미지 포지셔닝(image positioning)을 잘 하신 것 같다”고 총평했다. 그는 “외교안보 분야에 오랜 훈련을 가졌기 때문에 그것을 상징적으로 국민들에게 잘 보여주는 점이 중요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 좋은 정치 자본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중국을 대하는 인식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만 그는 “10년, 20년을 바라보고 한반도에 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닉슨과 같은 대담한 발상이 없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아쉽다”고 언급하며 교과서적인 원칙에 입각한 외교안보의 틀에 갇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가 예로 든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당시 이념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던 국제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설정하며 보수로부터 변절자라는 소리까지 들은 인물이다. 닉슨 대통령은 이념대립이라는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1972년 중국 북경을 방문, ‘상하이 공동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을 얘기하시면서 주는 것만큼 받겠다, 받는 것만큼 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은데, 매처(matcher)의 리더십은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매처(matcher)란, 남에게 주는 데 더 관심이 앞서는 ‘기버(giver)’와 받는 것이 우선인 ‘테이커(Taker)’ 둘 사이에 있는 중간적 개념으로 받는 만큼 주고 주는 만큼 받는 유형을 말한다. 이는 최근 전 지구적으로 인기를 끈 애덤 그랜트 워튼 스쿨 교수의 ‘기브 앤 테이크’라는 신간에 나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때 역시 평화번영의 방향은 기본적인 전제라고 안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다만 평화번영정책을 하되 때에 따라서는 단호함을 보일 수 있는, 또 관대함도 보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는 좀 더 외교안보의 위대한 리더십을 공부하셔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애덤 그랜트 교수도 책에서 성공하는 기버는 무조건 남을 돕기만 하는 이타적인 유형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단호함을 동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잡스로 대표되는 21세기 혁신가의 리더십 관점을 입히면 더욱 아쉬운 점이 많다는 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기존 이명박 정부보다 민심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장점을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20세기에 있어 시스템에 의한 공감과 소통, 그런 걸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신 것 같다. 20세기 근대적 리더십이라고 하는 것은 본인, 개인의 민심에 대한 반응성이 아닌 시스템 속에서 반응하고 반영해야 하는 것인데 그 점을 못했던 것이 인사에서 드러난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시스템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소통과 공감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이미 기존 정부들이 오랜 시행착오 속에서 시스템을 탄생시켰고 중앙인사위원회 등을 성취한 것인데 이 성취한 것에 기반해 한 단계 더 나갔어야 했으나 다시 과거로 복귀했다. 이건 20세기 리더십에 있어서도 결함이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정부 3.0같은, 21세기적인 것을 시도는 하시지만 과연 20세기적인 공감과 시스템도 구현하지 못하는 정부가 과연 21세기적인 것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정부 3.0’이란 박근혜 정부에서 내건 공공정부 개방운동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 협력함으로서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을 말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 과정에 대해’, ‘국민중심으로’ 제공함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시대의 결’과 안철수의 한계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자가 내걸었던 공통의 가치가 있었다. 바로 ‘새정치’이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환멸은 일명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그들로 하여금 미약하게나마 정치기득권을 내려놓는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안 교수는 기존의 구태정치와 작별을 고하고 새정치의 패러다임으로 옮겨가는 것이야말로 21세기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칭했다. 그리고 과정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안철수는 기존 정당(정치인)보다 훨씬 젊은 세대의 고민에 공감하고 소통하고, 초당적인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봐서는 그 역시 20세기 세력이 아닌가 한다”고 운을 뗐다.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나 실천 방향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21세기 세력이라고 한다면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수준이 아니라 훨씬 더 역동적으로 국민들과 함께 참여하고 개방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모든 활동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는 여전히 (국민들에) 보여준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는 아직까지 본인이 실천적으로 구현한 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로만 새 정치가 아니라 예비경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상을 보여주었고 국민들로 하여금 ‘이 사람은 기존 보수정치의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움직이는구나!’ 하고 깨닫게 한 것 아니겠나. 하지만 안철수가 지난 선거에서 노무현의 경선을 통한 새 정치 시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패러다임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리드한 사례는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동시에 안철수 의원의 정치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란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기 위한 대담하고도 공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즉 어떤 판이 만들어지는 걸 기다릴게 아니라 자기가 0%에서 그것을 100%로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과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구성의 정치’ 리더십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에 대해서도 단순한 비난과 새 정치에 대한 선언을 넘어서는 강력한 행동주의 리더십을 발휘해 오히려 휩쓸려 들어올 정도의 행동을 보여야 비로소 21세기 세력으로서 우뚝설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오바마도 처음에는 지지율이 낮았고 훨씬 높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온라인이나 예비경선 과정에서 폭발적인 세와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선보였고, 그 힘을 가지고 심지어 무적함대 힐러리호를 격파하고 민주당을 접수했다. 박원순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당시 민주당의 어느 젊은 의원은 충무로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나오는 걸 보고서 ‘무섭다’고 표현했는데, 그 때 무섭다는 말은 이 민주당의 젊은 의원들이 ‘보수’라는 걸 의미한다. 즉 시대의 결에 치일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당시 박원순 시장후보는 시대의 결을 정확하게 이해했고 민심이 역동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믿었던 것 아니겠나. 그런 게 리더십이고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대의 결’이란 표현에 대해서 그는 “거창한 얘기가 아니”라고 했다. 또 21세기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안철수) 본인이 21세기 세력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부족한가. 아주 뼈저린 자각과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상은 자기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가를 아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스템을 고쳐야 민주당이 산다

최근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진보의 위기’를 전하고 있다. 물론 제1야당으로서 민주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보지 않는 시각도 있긴 하나 보수정당 새누리당에 맞서는 개념으로서의 진보는 일정부분 의미가 통한다. 안병진 교수에게 ‘진보의 위기’에 대해 질문을 던졌더니 “총체적 비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뿌리가 깊다고도 했다.

그는 진보 위기의 핵심은 구체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부재, 그리고 공감과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정리했다. 지나치게 원론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것이지만 이 기본조차도 실종됐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한국사회가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이지 않고, 특히 정치권은 이념주의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배어 있는 것을 없애려면 혁신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필요하나 그 계기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진보의 위기는 근대사회에서 당연히 갖춰야 하는 공감과 소통의 훈련이 안되어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극”이라며 “이런 것들이 부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미래적 과제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잡 미묘한 민심에 대해 이념을 떠난 심층적이고 냉정적 현실 인식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정책을 축소할 때, 진보들은 공약에서 후퇴했다고 강력히 비판했지만 막상 지지율이라는 뚜껑을 열어봤더니 여전히 높게 나왔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저 무지하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본능적으로 균형예산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안 교수는 “민중은 본능적으로 굉장히 예리한 데가 있다. 그런 감각 속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조절에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진보의 착각이다. 과거 박근혜 당선에 대해 수년 전부터 예고했을 때 현실을 부정했던 일부 진보 인사들은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왜 유지되는 지 고개를 갸우뚱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민심읽기에 실패한, 또는 실패하고 있는 민주당의 근본적 원인은 곧 혁신적인 시스템과 리더십의 부재로 연결된다. 안 교수는 기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하나의 상품이 망하면 기업으로서는 브랜드를 교체하고, 기존제품과 결별하고, 아래로부터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과 도전자 브랜드를 만드는 반면 민주당은 총선과 대선, 최근의 10·30 재보선까지 연이어 패하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이 시스템과 브랜드 부분에서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탁월한 지도자, 리더십이 발휘되면 혁신의 시스템이 없어도 집단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현 민주당에는 이 리더십마저도 부재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안 교수는 “어떤 한 조직이 혁신을 하려면 탁월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스티브잡스, 김대중, 노무현 등)가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시스템이 혁신적이거나 둘 중 한 가지는 필요하다”면서 “당의 보스, 리더에게 짜르(tzar, 러시아어로 황제칭호)라고 하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그 권한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실험은 다해보게끔 해야 한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교수는 “결국 모든 조직의 원리는 간단하다. 힘을 밀어줘라, 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라, 혁신하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라, 이런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역사는 그렇지가 못했고 다른 진보정당들도 노선 간의, 계파간의 공존일 뿐”이라며 “때문에 결국은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매듭을 지었다.

결국 일상적으로 혁신하는 정당, 혹은 매혹적인 도전자 브랜드의 정당이 이후 한국의 진보 진영, 더 나아가서 한국 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안병진 교수는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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