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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일요주간 |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자동차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는 매우 민감한 것이죠. 자동차를 몰던 도중 시동이 꺼졌다면 문제점을 가장 먼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동차품질연합김종훈 대표의 말이다. 그는 최근 리콜 공화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운전자 스스로의 인지는 물론, 제조사의 책임감 있는 후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일요주간>은 자동차 불모지였던 소비자원에 자동차결함창구를 신설하고 은퇴 후 소비자의 권익을 찾을 수 있는 민간단체인 <자동차품질연합>을 만든 김종훈 대표와 리콜공화국 오명 쓴 국내 제조사, 그리고 수입자동차의 병폐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개선책을 함께 들어봤다.
세계 자동차시장 5위 석권이라는 명예를 뒤로하고 현대기아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리콜 공화국’오명을 썼다. 세계 자동차 최다 판매국인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결함을 지적하자 현대차가 간판 모델인 중형 세단 소나타와 대형 고급 모델인 제네시스의 리콜을 잇따라 결정했기 때문이다.
NHTSA가 밝힌 리콜의 원인은 충격흡수장치인 서스펜션 축의 부식, 그리고 제동장치 이상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선 ‘누수 사태’로 불명예를 안은 水타페(누수결함이 발생한 싼타페 차량)까지 에어백 이상으로 대규모 리콜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1인자인 현대기아차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만 근원을 살피는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게 김종훈 대표가 주장하는 바다. 누수 사태를 놓고 무상 수리 혹은 보증수리기간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놓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방편이라는 것.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자동차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고 물이 샌다면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시장이 변화를 기다려주기 전에 자동차 제조사의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자동차 리콜, 제조사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자동차 리콜(Recall)이란 무엇일까.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2009년 미국서 발생한 ‘도요타 리콜’을 단숨에 떠올릴 것이다. 한낱 인터넷 동영상으로 화제가 된 도요타 차량 사건은 “내가 타고 있는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긴급전화를 통해 사고 순간까지가 모두 녹음돼 인터넷에 올라왔다. 결국 미국의 성난 여론은 결국 ‘도요타 리콜’을 끌어냈으며 도요타는 기업으로서 치명적인 신뢰를 잃는 사태를 맞았다.
김 대표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리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도요타 사태 이전에 이미 무수히 많은 차량이 리콜 처리된 바 있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자동차 리콜은 자발적 리콜과 강제리콜로 나뉘어집니다”라며 리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리콜 결정을 수용하는 것은 제조사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가 리콜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사들은 북미 지역등이 시행하는 ‘자기인증제도’를 통해 제조사 스스로 안전기준에 적합성을 판단하고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견제가 필요하다. 이에 공인인증기관으로 설립된 것이 국토교통부 자동차결함신고센터와 소비자원이다.
강제리콜은 자동차성능연구원을 통해 사건이 접수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가능하다. 김 대표는 “과거 기아차 카렌스의 폭발 사고가 잇따르자 에어크리너를 둘러싼 박스가 스틸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연구원 측에 플라스틱이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후 해당 차량은 강제리콜 처리됐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예시는 극히 일부라는 것이 문제다. 국내 제조사나 관련 부처에서는 ‘리콜’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제조사들은 ‘리콜’ 대신 ‘부품 교환’등 수리를 결정한다.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로 제조사는 안전한 차량으로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수리해서 다시 탈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이에 리콜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가 주장하는 바다. 최근 대규모 리콜로 연계되는 일련의 사태들이 모두 미국 NHTSA에서 결함으로 인정, 리콜이 결정되자 동일한 모델이 동일한 결함으로 국내서의 리콜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자체 결함을 누구보다 빨리 인지할 수 있다. 제조를 직접하는 만큼 관할 부처나 전문가에 비해 누구보다 결함에 대한 문제점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자동차제조사 측에 요구되는 점과 일치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특히 현대차의 경우 자체 남양연구소를 통해 설계 자체, 혹은 부품이나 생산 공정 시 문제점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의 자동차 안전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자동차전문가는 다름 아닌 ‘제조사’, 치밀한 공정과정 뒷받침 되어야
수입자동차 제조일자 차량 소유주 몰라...관할 부처 관련법규 시행 ‘시급’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리콜과 품질을 둘러싼 잡음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세계 자동차 시장 4위를 넘보던 현대기아차그룹이 최근 판매세 저조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말았다. ‘품질경영’을 내세운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은 이제 쉽게 언급하기조차 애매한 실정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행보는 품질경영과 역주행하고 있다고 해도 무색하지 않다. 지난해 연비과장 논란으로 야기된 문제점은 올해 누수, 브레이크 불량 등 품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콜 사유로 대표된 브레이크 스위치 접촉 불량 그리고 에어백, 누수 등은 단순한 결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자동차는 정성입니다. 성의를 기울이는 만큼 완벽한 차량으로 성장하죠. 수(水)타페의 경우 자동차공정과정 중 하나인 샤워테스트를 통해 누수현상은 이미 발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기아차의 공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비자원에 근무했던 2011년 당시 현대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당시 놀랬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고 전했다.
“작업공정은 자동차의 부품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장에는 작업자들 라인 사이에 테이블이 있었던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공정과정에서 보였던 작업자의 테이블은 공정과 공정사이 관리자들이 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는 것. 자칫 잘못해 나사라도 하나 빠지면 자동차가 설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관리자들은 휴식 공간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수 만개의 부품이 수십 개의 부품 공장에서 만들어져 조립공장에서 완성되는 자동차는 오히려 고장이 없이 굴러다닌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는 김 대표는 공정 시 보다 적극적이고 세밀한 공정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조사가 리콜을 결정했다고 중대한 결함이고 부품 교체를 발표했다해서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는 것. 단순한 결함으로 치부하는 제조사의 무지가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속부품으로 만들어진 자동차가 수(水)타페 등 누수가 발생할 경우 녹(綠)은 물론 합선으로 인한 화재도 불러올 수 있음을 인지해야하는 자세가 제조사에 요구되는 이유입니다”라며 제조사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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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서스E350차종에서 발견된 백색가루의 진원지인 에바포레이터(사진 상단)과 덕트로 흘러나온 백색가루<사진=김종훈 저 <자동차 인체를 만나다> 발췌> |
수입자동차의 병폐
최근 수입차의 공세는 그야말로 거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5년 새 시장 규모가 2.5배 가까이 성장했다. 모터쇼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실한 연비가 드러난 국내 제조사에 비해 수입차 시장은 1리터 당 20km의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국산차의 경우 평균적으로 절반을 웃돌고 있다. 국내 제조사의 잇단 결함으로 수입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탓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수입차의 경우 과연 불만 지수가 낮을까.
김 대표는 수입차가 차지하는 마켓쉐어(시장점유율)대비 불만 지수는 결코 낮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이 바로 자동차 제작일자 표기의 부재다.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B/L(선하증권), 수입신고필증 등 관련서류 확인 시 차량의 출항일자는 물론 입항일자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문제점은 수입신고필증 상 실제 제작일자가 아닌 수입신고필증의 신고일로 기재해도 무방하다는 데서 시작한다.
김 대표는 “국산차의 경우 대표적인 수출지역인 북미 국가로 수출 시 제작일자는 물론 출항일자까지 모두 기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미국연방법규(CFR : Code of Federal Regulation)에 따라 자동차 생산 연월까지 표시하는 인증 라벨을 부착(B 필러 : 자동차 중간 기둥에 표시)하는 것이 필수죠.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를 규제하는 법규가 사실상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8월에 생산된 차량이 한국의 A항으로 선적돼 오기까지 과정에서 야적되는 경우가 파다하는 것. 야적된 차량을 그대로 판매하는 경우 하절기라면 녹의 위험에 노출돼 이는 곧 부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관할 부처의 수입차 재고 여부에 대한 기준 역시 명백하지 않다. 법적인 조항을 만들어 선적 및 제조일자 라벨을 붙이는 것을 의무화해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이렇듯 수입차의 관리부재와 함께 리콜 등에서 수입차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즉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로 탄생한 가장 편리한 수단일 수 있지만 꾸준한 관리가 없을 때는 바로 문제점이 드러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자동차제작증 상 제작연월일을 수입신고필증 상 신고일이 아닌 실제 자동차제조사의 제작일자를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해당부처에 요구한 상태다.
다음호<424호>에서는 김종훈 대표와의 마지막 시간으로 현대기아차의 품질경영이 추락한 까닭, 자동차 박물관의 부재 등 한국자동차의 실태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예시1.# 도요타 2007년형 ES350차량에서 에어컨을 켤 때마다 에바포레이터(evaporator:증발기)를 통해 백색가루가 쌓여 실내로 유입되는 결함신고가 접수되자 도요타는 IS250 등 4개 모델에 대해 무상 수리를 결정했다.
에바포레이터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코팅되어 있어 부식에 의한 가루가 백색 먼지 형태로 실내로 유입된 후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 합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루라면 인체에 무해할 수 없다.
문제가 된 백색 가루는 ‘수산화알미늄’으로 당시 수입 딜러인 D&T 모터스와 도요타코리아가 밝힌 ‘인체 무해’하다는 발표와는 달리 분진 형태로 폐 속에 유입될 경우 녹지 않고 쌓여 진폐증 등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요타 본사 측이 밝힌 바는 “깨끗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경우 약으로 쓰이기도 하는 무해한 물질”이라고 했지만 결국 유해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무상 수리를 결정했다.
렉서스 차량의 무상 수리를 결정한 도요타 사태는 결함조사가 피해구제까지 간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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