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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일요주간 |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국내완성차업체 1위인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제품 품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정몽구 회장이 외친 ‘품질경영’은 잇단 결함 등으로 명함조차 내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는 내수시장의 위기를 맞은 현대기아차에 “제품을 정성껏 만들어내는 장인정신은 물론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다.
<일요주간>은 김 대표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아성이 흔들리는 배경과 정체성 그리고 자동차 박물관의 부재 등 현대차의 미래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세계 자동차 수요는 제한적이다. 자동차제조사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도약은 물론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수시장을 공격중인 수입차들의 공세도 무시할 수 없는 형국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큰 형님인 현대기아차는 2011년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으로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북미지역 대규모 리콜을 시작으로 국내외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리콜·급발진·누수 등 잇단 악재에 놓인 현대기아차의 국내 마켓쉐어(시장점유율)가 70%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후발주자 3사가 판매 약진을 보이면서 믿었던 내수시장에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자동차 최대 수출국인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마켓쉐어가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 7.7%까지 추락하면서 총체적 난국이다. 결국 정몽구 회장은 12일, 품질경영의 핵심 부서인 남양연구소에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슈퍼甲 현대차 노조
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는 현대기아차그룹의 흔들리는 위상을 두고 “(현대차는)이른바 ‘귀족노조’라 불리는 현대차 노조의 세력화가 그 첫 번째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잇단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막기 위해 사측이 요구를 수용하자 ‘강성화’된 노조는 파업을 일삼았고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구조가 만들어진 거죠”라며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매해 반복된 파업은 자동차제조사인 현대차의 생산성을 ‘글로벌’ 수준이 아닌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실제로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지난 1987년 이래 4년을 제외하고 매해 파업 잔치(?)가 이어졌다.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가 빚은 손실은 14조3,955억 원으로 125만4,649대의 생산차질을 입는 등 막대한 피해가 현대차를 덮쳤다.
결국 노조의 무조건적인 파업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이를 컨트롤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乙’(을)이 아닌 슈퍼‘甲’(갑)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는 마치 노조 측이 사측의 약점을 쥐고 있어 보상의 일환으로 성과급 및 기본급 인상 등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결국 노조의 세력화를 만들어 사측 역시 주범이며 결국 노사 간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까닭이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서도 현대차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차갑습니다. 그 동안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키기 위해 ‘품질’을 내세워 시장 개척을 해온 현대차가 ‘파업’에 부딪힐 때마다 우려깊은 목소리를 내고 있죠. 노조를 컨트롤 하지 못한 사측도 문제이긴 매한가지입니다. 결국 서로 ‘나눠 먹기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매년 끊임없이 이어진 파업이 결국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하려는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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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콜·급발진 등 잇단 악재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사진)ⓒNewsis |
또한 김 대표는 노조가 주장하는 바와 달리 현대차 국내 공장의 큰 문제점으로 낮은 생산성을 꼽았다. 노조는 매해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만큼 임금 역시 글로벌 수준에 맞추라는 요구를 내놓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
이는 한 가지 수치만 봐도 바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동차 1대당 투입 시간을 의미하는 HPV(Hours Per Vehicle)의 경우 국내 울산 공장의 경우 30.5이다. 지난해 현대 미국 공장의 경우 15.4, 베이징 현대의 경우 18.8을 나타냈다. ‘생산성’도 낮은 현대차 노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현대車 해외공장 노동자)보다 많은 연봉을 받아가니 그야말로 ‘귀족 노조’나 다름없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요지다.
“노조의 세력화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공정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페널티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출발점 자체가 잘못됐다면 이를 돌려야겠죠. 그렇지 못하다면 노사는 Win-Win(윈-윈)하는 게 아니라 공멸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라는 김 대표는 현대차가 강성노조에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부동의 마켓쉐어 현대차의 자만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마켓쉐어가 항상 1위를 지켜온 까닭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주변에서 자동차를 구매한다며 추천해달라고 문의를 합니다. 수입차가 가격대비 가성비(높은 연비 등)가 높은 반면 AS(애프터 서비스)영역에서 아직까지 취약하죠. 선뜻 수입차를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판매고가 높은 현대기아차가 많은 AS업체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마켓쉐어가 수입차나 후발주자 차종이 아닌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몰리는 까닭이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수년간 이어온 현대기아차의 행보가 최근 연비 과장 논란에 이어 올해 누수와 브레이크 불량 등으로 대규모 리콜 등 소비자의 불만을 불러와 시장 신뢰도가 예전 같이 않다는 데에 주목해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현대차의 질적 성장 앞에 놓인 품질 경영문제와 R&D(연구개발)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핵심기술의 부재는 곧 취약한 기반으로 드러나기 십상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도요타 등의 라이벌 사들과의 간극은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니 말이다.
남양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현대차가 결함 등 문제점이 지적되면 ‘차체 결함은 아니다’면서 사고에 대한 부정은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함 등 문제점이 발견됐을 때 소비자를 적대시하면 안 되죠. 누수 등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제(자동차품질연합) 고객도 아니고 소비자원의 고객도 아닙니다. 바로 자동차제조사인 현대차의 고객이죠. 고객의 불만을 단순한 ‘부정’으로 시작하는 것은 고객을 적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라고 반문했다.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현대기아차가 품질 경영으로 질적 성장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선언한3년 전만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침체기에 놓인 상황. 현대차는 미국과 일본의 라이벌 업체의 부진 틈새로 효과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는 더 이상 요행을 바래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 현대차는 한계점에 부딪힌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토록 강조했던 ‘품질 경영’은 소나타와 제네시스가 브레이크 결함으로 리콜 처리됐으며 누수현상으로 ‘水(수)타페’(누수현상이 발견된 현대 SUV차량 싼타페)까지 소비자의 품질 불만 사례가 속출했죠. 이제 현대차는 이제 사태 수습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생산 공정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연구하는 등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수입차의 파상공세와 후발주자들의 성장세에 현대기아차의 사실상 독과점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대책 중 하나로 현대차의 브랜드화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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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 벤츠 뮤니엄 전경ⓒNewsis/AP |
정체성의 부재 현대차..박물관이 필요한 까닭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hybrid) 기술에 대한 특허는 세계 최다를 기록 중이다. 단순한 전기모터에 가솔린 엔진 방식을 더한 게 아닌 이종(異種)의 구동 방식의 결합으로 가장 대중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은 전기와 가솔린의 조합을 말한다.
지난 1997년부터 양산화에 성공한 도요타가 가장 먼저 판매에 나선 것은 바로 프리우스. 프리우스는 기술은 물론 대중화까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해치백을 추가하는 등 3세대 모델을 발표한 도요타 프리우스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음에 틀림없다.
반면 현대차는 도요타나 독일의 폭스바겐 등의 타 브랜드와 달리 생산적인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지만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게 김 대표가 주장하는 요지다.
이달 정몽구 회장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내세운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 신형을 발표하며 현대차의 대표급 브랜드로 부상시키려는 노력은 대중적인 브랜드도 아닌 럭셔리 브랜드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놓인 셈.
김 대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고가 브랜드 전략보다는 과거 북미 시장 내 최대 판매고를 올렸던 엘란트라(아반떼의 美 판매명)와 소나타의 명성을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직까지 브랜드화에 성공하지 못한 현대차는 자체 박물관이 없다. 해외 유수의 유명 자동차브랜드들은 자체 자동차박물관을 통해 전시는 물론 홍보 등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 지 오래다.
소위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자동차회사들은 고객에게 자동차를 판매하는 동시에 그 브랜드에 대한 프라이드를 심어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우토슈타트나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그리고 BMW WELT 등의 자동차박물관들은 현재 고객, 그리고 미래의 고객에까지 자동차 하나로 누릴 수 있는 갖가지 문화적인 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셈.
이에 김 대표는 현대자동차 역시 자체 브랜드의 정체성은 물론 자동차박물관을 통해 기업의 문화적 가치는 물론 자동차기업으로서 스스로 가치를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한 대 팔아 마진을 얼마 남길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브랜드화를 위한 자체 박물관을 통한 기업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는 게 그가 주장하는 요지다.
끝으로 그는 자동차 전문가 혹은 제조사들이 전문성도 물론 전제되어야겠지만 이와 못지않게 자동차에 대한 열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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