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갑, “아리랑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 완성 아닌 세계화의 시발점”

이희원 / 기사승인 : 2013-12-10 16: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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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터뷰 1편] ‘아리랑 권위자’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일요주간


“이제 저항·대동·상생을 담은 아리랑 3대 정신을 보편적 가치로
삼아 전 세계에 전해주는 것이 우리 소명이자, 의무다”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지난해 12월, 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아리랑은 한(韓)민족의 한(恨)이요 유구한 우리 역사 속에 녹아든 민족의 울림이다.

무형유산 등재 1주년을 맞이한 올해, 이제 아리랑의 보전이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으로 아리랑을 자국문화로 편입시키려는 시도 속 ‘쾌거’임에는 틀림없다.

이 가운데 아리랑과 관련한 국내외 흩어진 자료를 결집하고 문헌을 연구, 수집하는 등 32년이라는 긴 세월을 아리랑 연구에 한 우물만 파온 사람이 있다. 아리랑 전문가를 넘어서 ‘권위자’의 호칭조차 무색하게 만든 사람,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59) 상임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등재 1주년을 한 달여 앞둔 11월, <일요주간>은 아리랑 권위자인 김 상임이사를 만나 과거의 아리랑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 후 아리랑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후렴구)”

흔히들 ‘아리랑’을 노래로서의 아리랑만으로 범위를 한정한다. 하지만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를 넘어서 한민족의 노래이자 민족 정서를 끌어안는 어머니와 같은 문화적인 존재다. 아리랑은 음악을 뛰어넘어 한민족의 신앙이 담겨있다.

종교적 신앙은 신(神)에 대한 마음의 화답인 아멘, 아미타불 등으로 규정되지만 민족 정서 속 신앙은 구성원에 대한 규약이나 규제가 없다. 수천 년 역사 속 우리의 아리랑은 일제 식민지는 물론 조국분쟁 속에서 민족을 결집시켰을 뿐 아니라 하나로 모으는 힘이었다. 이는 단순한 무력이 아닌 ‘문화’라는 데 아리랑의 상징성이 있다.

아리랑의 형태는 후렴구를 기본으로 사설을 섞어가며 부르는 것이 기본이다. 영화감독인 나운규(1902-1937)가 연출한 작품 민족영화 아리랑 역시 아리랑이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월드컵 응원가로 불렸던 아리랑도 포함한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도 한민족 상징인 아리랑이라고 말한다. 즉, 아리랑은 민요이자 가요, 사설이요 소설이며, 영화도 될 수 있고 이는 춤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아리랑은 국문학적 해석인 구비문학과 민속음악에 한정할 게 아니라 한민족의 대표 브랜드라는 것이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가 강조하는 바다.

그는 “아리랑은 한민족의 역사이자 혼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메아리와 다를 바 없죠. 남과 북, 그리고 전 세계 145개국에 뿔뿔이 흩어진 해외동포들에게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는 아리랑의 의미를 재건하는 뜻 깊은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 했습니다”라며 새롭게 의미를 다졌다.

유네스코 등재 ‘완성’ 아닌 ‘시작’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동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역사적 왜곡’이라는 질타 속에도 불구하고 2012년 5월, 국무원 국가 급 비물질문화유산 즉 자국 무형문화재로 지린성 옌벤 자치주(州)의 아리랑(阿里郞)을 등재했다. 이는 한민족의 아리랑을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공식화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다분했다.

김 상임이사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후 실사까지 수개월은 긴장감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민족의 아리랑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죠. 다행히도 아리랑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했지만 이제 국가는 물론 전 국민이 아리랑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다지고 재조명하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습니다. 등재는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다소 상기된 얼굴도 말했다.

중국 발(發) 문화전쟁 선포는 옌벤 자치주가 중심이 된 조선족의 문화를 보존한다는 대의명분을 뒤로 ‘아리랑’을 집어 삼키려는 첫 시발점이 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상임이사의 주장이다. 중국은 이미 고구려 고분군 등 고유의 문화유산을 북·중 공동으로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그는 이것 역시 동일한 맥락으로 묶었다.

물론 안타까운 부분도 존재한다. 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뛴 것은 바로 남북 이 합작으로 아리랑의 통일이 민족 분단의 역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교류의 어려움으로 북한과의 공조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의도하지 않은 사실임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1989년 남북 단일팀 단가로 ‘아리랑’을 쓰기로 합의한 시점부터는 이미 ‘아리랑의 통일’은 시작됐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물론 지금은 시작단계지만 말이다.

그에게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 등재 의미를 물었다. 그는 “아리랑은 한민족의 시대상, 그 시대를 아울렀던 염원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이를 재발견해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의미요, 이를 보편적 가치로 강조해 진정한 세계화를 이뤄야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며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고 세계인들에게 아리랑을 전파하는 것이 소명일 것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그에게 유네스코 등재의 혜택이 있는 지를 물었다. 김 상임이사는 “한국은 지금껏 14종의 유네스코 등재를 해온 바 있지만 그 어떤 문화재도 ‘혜택’을 받기 위한 등재는 없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심의를 위한 기관일 뿐 지정에 따른 혜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한다는 것을 깨달아야할 시기 입니다”라며 “우리 스스로 아리랑의 가치를 깨닫고 자긍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하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리랑은 물과 공기와 같죠. 내 주변에 있지만 그 필요성을 제대로 깨닫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 너무 긴 시간을 소비 하죠”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김연갑 상임이사의 개인 사무실. 연합회 자료실이기도 한 계동 사무실은 전체를 서고로 활용해 2만 여권의 책과 자료들로 넘쳐났다. ⓒ일요주간

국민인식 변화·아리랑 고급화 ‘시급’

그렇다면 우리 민족 대다수가 아리랑을 어떻게 대하고 있다는 의미일까. 예를 들어보자. 아리랑을 구전 민요 정도로 알고 있던 적지 않은 국민들은 지난 1976년 프랑스의 유명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폴 모리아(Paul Mauriat 1925~2006)가 한국의 아리랑을 편곡해 이를 연주하자 신문지상에서 아리랑의 우수성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2008년, 로린 마젤의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북한의 평양을 방문해 북한출신의 작곡가 최성환 선생이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하자 방송사들은 앞 다퉈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아리랑 선곡’을 찬양하기도 했다.

최근엔 세계 정상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가 자신의 롱 프로그램에 아리랑 선율을 담은 ‘오마쥬 코리아’를 발표하자 그제 서야 아리랑에 대해 한 번씩 되돌아보지 않았겠냐는 게 김 상임이사의 지적이다.

물론, 세계전역에 아리랑을 알린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서의 문제점은 바로 국민들의 인식에 있다.

오늘날 나 자신이 아리랑을 가까이해야겠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인식보다는 자발적인 우리의 것을 간과해버리는 습성은 일종의 일제식민사관 잔재에서 완벽하게 깨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즉, 경제성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압축 성장의 제대로 된 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그는 문화의 힘이 무력보다 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우리는 아리랑을 국가 대표브랜드화 혹은 문화적 가치를 구축해내는 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상임이사는 아리랑에 대한 국민의 인식변화를 전제로 ‘아리랑’을 고급문화로 포장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항·대동·상생

그렇다면 아리랑을 보편적 가치로 강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그는 아리랑의 세 가지 요소를 짚어냈다. 그것은 바로 저항·대동·상생의 3요소다.

전 세계 125개국 동포들은 흩어졌고 남북한은 문화 통일조차 이루지 못했지만 ‘아리랑’을 부르면서 한데 뭉치고 단결하며 아픔을 함께 나눈다. TV프로그램에서 수 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동포가 한국, 조선을 그리워하며 고향을 그리며 아리랑을 부를 때, 듣는 우리는 이상하게도 눈가가 촉촉해지고 가슴이 저민다.

이것은 한민족의 한을 담았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뭉쳤으며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했다는 가치가 담겨있다.

김 상임이사는 “저항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죠. 며느리의 경우 시어머니에 대한 저항일 수 있고 회사원이라면 상사에 대한 저항을 의미합니다. 강자에 억눌린 모든 것에 대한 저항을 말하죠. 또한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대동의 의미와 함께 상생의 정신까지, 이 세 가지 정신이 바로 아리랑의 특징입니다”라며 아리랑의 3대 요소를 하나씩 언급했다.

그의 말대로 저항·대동·상생을 토대로 한 아리랑은 이미 세계화를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김 상임이사는 스웨덴 성가 중에 아리랑 선율을 채용한 곡을 예로 들었다. 해당 곡에 대한 해설서에는 “마치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 앞에서도 아이가 엄마 품에서 고이 잠들 수 있는 노래”라고 곁들여 졌다는 것.

아리랑이 한민족을 넘어서 세계 속에서도 건재한 아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2003년 아시아민족 전통음악 총회에서도 아시아권 대표들이 한데 모여 아리랑을 불렀던 점도 아리랑의 세계화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예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아리랑은 한민족을 넘어서 세계화가 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놓여있다고 김 상임이사는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음호(427/8호)에서는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와의 두 번째 시간으로 32년의 그의 아리랑 인생사와 함께 문화유산 등재의 궁극적인 목표, 그리고 보존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독자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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