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수 “경제민주화, 복지공약 없었으면 박근혜 대선 승리도 불확실했다”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12-17 11: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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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진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만약 지난 대선에서 두 가지문제, 즉 경제민주화나 복지확충 등 야권에서 주장하는 문제들을 수용해서 이슈로 내 걸지 않았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저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한국이 앞으로 10년 내 제대로 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요. 과거 70~90년대 같은 고도의 성장사회는 이제 잊어야 될 때가 됐다는 겁니다.”

개혁적보수를 표방하는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은 장기 저성장사회, 급속도의 고령화 사회,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보편화 등 한국의 성장을 억누르는 요인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며 정치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일요주간>에서는 지난호(424, 425호)에 이어 황장수 소장과 청년실업과 전세대란,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안을 비롯해 복지와 조세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 ⓒ일요주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초노령연금안을 수정하면서 공약의 후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복지국가로의 도약과 증세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는데.

▲ 냉정하게 봐야한다. 한국의 각종 보장기금을 포함한 사회의 보장성, 공적 부담률을 봤을 때 덴마크 등 북부유럽보다도 훨씬 낮다. 즉 세금을 더 내야한다. 세금을 추가로 걷는 부분에 있어 일각에서는 부자감세만 철회하고, 예를 들어 3억 이상에서 최고세율 38%를 1억 5,000만원으로 나누고 법인세를 인상시키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그건 선동이다. 미국을 보면 실질적으로 상위 5%가 세금의 60%를 충당한다. 하지만 기득권 상류층들의 탈세문제도 심각하다. 슈퍼자본주의로 나아갈수록 탈세방법도 교묘해지고 또 다양해지는 것이다. 가진자가 세금을 더 내게 만드는 것은 맞지만 이를 위해서는 탈세나 지하경제, 역외탈세에 대한 단속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서 증세를 논해야 한다. 결국 증세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적 현실에서 올바른 조세부담률과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다. 또 복지 수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복지국가로의 지향점이 궁극적으로 보편적 복지라고 생각하시는지.

▲ 할 수 있으면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 전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과 여성의 취업활동이 저조한 상황에서는 그런 혜택(무상보육)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하자는 사람들은 가진자와 안가진자를 똑같이 줘야 가진자가 세금을 더 낸다고 하는데 웃기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전문직으로 종사하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한달 1억 이상을 버는 집에 한 달 3~40만원씩 보육비를 주는 것이 맞겠는가. 오페라, 뮤지컬 표 값도 안 되는 걸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초노령연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에 연계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부자노인들이 호텔에 가서 스테이크 하나 써는 값도 안 되는 돈을 왜 그 사람들한테도 줘야 하는가. 그 사람들한테 줄 만큼 돈이 있는가. 복지의 핵심은 곧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한다는 것이다. 복지가 필요 없는 사람은 복지를 양보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즉 이런 문제는 야당부터 복지전문가들, 국민들까지 모여서 증세와 바람직한 복지확충의 순서와 절차, 복지의 부패 등을 따져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복지대상도 아니면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도덕적 해이가 팽배하다. 복지를 수급하는 체계에서도 굉장히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정작 필요한 사람한테는 가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말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에 정작 필요한 부분에 관심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저성장 국가에서 일자리 창출 문제도 시급한 현안 중 하나로 꼽힌다.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 대기업 위주의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본다. 일자리의 88%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물론 대기업도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앞으로 대기업은 규모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진다 하더라도 자동화, 기계화, IT화가 돼 있기 때문에 크게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산업들, 예를 들어 문화지식산업, IT산업, 이런 것들이 융합되면서 가야하고 농업 같은 분야도 일자리를 굉장히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국사회가 가야할 궁극적인 방향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중국이 옆에 있는데 조금만 더 지나면 한국이 하는 모든 사업을 중국이 다 따라올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못 따라올 사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한국이 중국보다 우월한 부분, 예를 들면 문화콘텐츠 부분이나 관광, 오락, 엔터테인먼트나 IT와 결합시켜 업그레이드된 복합적인 상품을 만들면 중국이 따라오는데에 굉장히 시간이 걸린다. 한국은 개방적인 문화도 있고, 아시아에서도 굉장히 앞서 있다. 대중문화의 수준이 보편적(세계적)이다. 이런 장점을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Newsis
또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와도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할 필요도 있다. 문화관광산업 특히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같은 카지노, 엔터테인먼트 등을 대거 유치해야 한다. 카지노 하나가 만들어지면 1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러면 거기에서 1년에 1~2,000억씩 부가가치가 창출되면서 세금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이 성역 없이 민간적인 아이디어로 가야하는데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용창출이나 청년 일자리 문제가 관료주의적인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유교적인데다가 권위적이고 정치하고도 밀접한 고위관료들의 사고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방향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라는 것도 복잡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융합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내서 일본이나 중국이 따라오려면 시간격차를 많이 벌릴 수 있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융합상품들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관료주의나 이런 것들 때문에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대학등록금도 청년들로 하여금 사회진출 이전에 빚을 먼저 안겨주는 꼴이 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 등에서 반값등록금에 대한 요구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 한국사회에서 표의 결집력이 높은 집단에 대해 정치가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대학생들 표를 겨냥해서 무조건 반값등록금, 저는 옳지 않다고 본다. 반값등록금을 하기 전에 먼저 대학의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부터 현 대학까지, 사회구조에 맞게 기술을 배우는 학교들을 만들어서 고등학교 3년, 대학 2년, 한 5년 정도 기술을 배우게 해서 사회에 나가서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이런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정부 돈으로 반값등록금을 한다면 부패사학들이 뒷돈만 챙기는 꼴이 된다. 즉 이런 부분의 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반값등록금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일자리 창출 부분은 교육제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독일처럼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여부를 선택해서, 실업계고등학교와 전문대를 묶은 5년제 기술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또 그 곳에서 가르치는 기술은 지금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산업구조에 맞게 과들을 새로 재편해야 한다. 지금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전공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들을 하고 있지 않나. 제가 보기엔 지금 대학의 20%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높은 대학진학률도 따지고 보면 학벌이 곧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고 양극화를 낳는 등 사회 병폐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어떤 접근법을 가져야 할지.

▲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삶의 만족도와 행복은 반드시 돈과 일맥상통하지 않는다. 첫째는, 사람은 태어나서 누구나 자식을 낳고 가정을 이루는 건 기본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 주택문제를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보수가 자꾸 부동산을 띄워서 하우스푸어나 집값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가선 안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살 여력도 되지 않고 나이든 사람들도 평수를 줄여서 가야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걸 받을 능력이 안되니 잘 팔리지 않는 것 아닌가. 서울시의 아파트, 30년 있으면 다시 지어야 되는 시멘트 건물을, 예전 같았으면 재개발해서 이익을 남기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도 끝났는데 그걸 10~20억씩 한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다.

한국도 조금 후면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들어갈 것이다. 집값이나 부동산 문제는 헤어날 방법이 없다. 취득세니 양도세니 면세, 감세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 집값을 띄워서 또 그걸 투기해서 손수건 돌리기로 가는 식인데 손수건 돌리는데도 여력이 있어야, 사회가 성장을 해야 손수건도 돌아가는 것 아니겠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3~40년씩 젊은 사람들이 모기지로 살 수 있도록 해주든지, 아예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지어서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쉐어링하우스(sharing house), 퀄렉티브하우스(collective house, 스웨덴 등 고령화 사회에서 건물의 관리나 운영을 공동으로 하는 주택형식) 등을 지어서 보급하면 된다.

4대강이나 쓸데없는 건설 사업을 안 벌이면 국가가 보유한 땅에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생계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본다. 가정의 생활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비, 더 나아가서 휘발유, 각종 식품비용 이런 것들 대부분이 독과점 사업 아닌가. 그럼 그 가격들이 실제로 합당한지 아닌지를 정부가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전자제품이나 차, 아파트 가격도 따지고 보면 다 독과점 품목이다. 생계비용 중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낮춤으로서 국민들이 적은 소득으로도 돈 걱정은 털면서 살아가게 만드는 게 장기불황사회에 적응해가는, 젊은 층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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