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갑 “아리랑의 보전·전승위한 국립 아리랑 박물관 건립 시급”

이희원 / 기사승인 : 2014-01-07 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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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터뷰 2편] 아리랑 권위자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일요주간

“아리랑의 세계화는 곡조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아니다. 대동·저항·상생의
정신을 세계적 보편 가치로 승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등재는 국제기구가 아리랑을 한국의 고유 유산임을 인정한 사례다. 한(韓)민족의 역사, 그리고 문화 속에 잔존한 아리랑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145개국 동포들을 통해 민족의 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아리랑 3대 요소인 ‘저항·대동·상생’의 정신을 세계적 보편정신으로 확산시켜야한다”고 주장하는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59)상임이사는 이제 해외동포를 위한 전승 계획과 함께 이를 보존하기 위한 국가적인 계획이 시급한 때라고 말한다.

<일요주간>은 김 상임이사를 통해 국가적인 아리랑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 그리고 그의 32년 아리랑 사(史)를 함께 들어보았다.

“저항·대동·상생의 3대 요소가 바로 수천 년의 아리랑 역사를 지켜낸 근원입니다.”

아리랑의 근원인 저항·대동·상생의 정신은 광복 직후 좌·우익의 이념으로 갈린 민족이 ‘애국가’가 아닌 ‘아리랑’을 불렀다. 이는 이념적으로 갈린 한민족이지만 그 영혼과 뿌리는 바로 오롯이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1953년 남북 휴전회담 직후 유엔군을 필두로 한 남한군 그리고 북한군은 조인식에서 바로 아리랑의 연주를 듣는다. 교류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바로 ‘아리랑’을 통해 단결했다. 1989년 남북한 단가로 지정된 ‘아리랑’은 2002 한·일 월드컵대회를 통해 단결의 최종적 목표인 상생을 완성시켰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한민족은 ‘아리랑’을 통해 끊임없이 “내가 한국인이요, 조선인이다”라는 정체성을 확립해 이를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아리랑이 우리 한민족문화의 뿌리이자 존재의 이유임을 입증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는 아리랑의 세계화가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리랑의 민족성을 세계에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김연갑 상임이사의 개인서고에 보관 중인 자료 가운데 무용수 최승희의 공연 장면이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일요주간

아리랑을 부르는 이유

전 세계 국가별로 자국만의 민요는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혹은 국내서도 가장 많이 ‘아리랑’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바로 아리랑이라는 음악이다. 하지만 아리랑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인 것이 된다면 이는 민족성을 강요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김 상임 이사의 말이다.

그는 “우리민족은 수많은 예술장르 가운데 아리랑을 통해 우리문화의 전통을 계승해왔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당신들의 민요보다 우리 구전 가락인 아리랑이 우수하다고 강요하는 것은 우매한 자세입니다.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가 아리랑을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해외에 알리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등재 가치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상임이사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 민족이나 민족만의 특성을 살린 민요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리랑’을 전파한다는 것을 아리랑이 그 나라의 자국 민요보다 우위가 있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잘못된 습성은 문화상대주의(文化相對主義: 세계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견해)를 존중하는 세계화에 역행하는 일이요 자칫 잘못하면 가락의 우수성만을 아리랑의 가치로 인정해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그가 주장하는 요지다.

그는 “어느 민족이 자국의 민요를 한국의 아리랑과 바꾸겠는가. 이것은 일종의 자만입니다.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등재가 대단한 예술성에 있다고 말한다면 외국에서의 시선은 매우 차가워질 수 있죠.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국민 스스로 먼저 아리랑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되 이는 세계 보편정신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죠.

우리 남과 북이 흩어진 상황에서도 중국·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동포들이 한민족의 대동·저항·상생을 위한 ‘아리랑’을 불러왔다면 이것은 민족 내부의 문제로 해석해야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3대 요소인 대동·저항·상생의 정신을 세계적인 보편가치로서 강조하는 일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한 아리랑인 만큼 아리랑의 곡조 몇 개를 알린다는 것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아리랑의 정신(대동·단결·상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 세계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는 게 김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32년 아리랑 연구사(史)

그렇다면 김 상임이사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아리랑을 위해 불태운 계기는 무엇일까. 국내는 물론 아리랑에 대해서라면 가장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아리랑을 국가 대표 브랜드로 내세워 세계화에 앞장서야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등재로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아리랑에 대한 집념의 모토는 1974년 최전방인 철원에서의 군 생활이 그 시발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 매일 밤 철책에서 대남 선전용 확성기를 통해 들려온 가락에 그는 주목했다. “저기 저 산이 백두산이라지~”로 시작했던 곡조는 북한에서 불리는 아리랑의 일부였다. 아리랑 곡조에 홀려 아리랑 단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바로 연합회를 꾸리게 된 모토다.

제대 후인 1979년 나운영, 고은, 허규 선생 등과 함께 꾸린 ‘아리랑 기행단’이 한겨례아리랑연합회의 전신이다. 이후 ‘모임 아리랑’(1983), ‘전국아리랑보존연합회’(1989)로 명칭이 변경된 연합회는 1994년 사단법인으로 재 창립된 이후 민간단체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부나 기업 등의 투자를 일체 받지 않는다.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다 하겠다. 민간단체로서 연합회를 이끌어 온 것은 그 의미가 크다. 그는 ‘물질적인 지원없이 연합회를 이끌어온 이유’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 자신이 바라보는 아리랑은 판소리나 민요 등과 같은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리랑만큼은 민간주도로 가야 바람직하다는 게 다른 문화유산과 차별화되는 점이죠. 아리랑은 한민족에 자생적으로 뿌리내린 것인데 이를 회원자격을 둔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원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규약이나 지원에 흔들리지 않고 힘을 키워야한다는 게 바로 그 이유죠”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이 들어서 그 곳에 국립 아리랑 박물관을
건립한다면 아리랑의 통일을 민족의 통일로 앞당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리랑 박물관의 부재

취재차 방문한 김 상임이사의 개인 서고이자 한겨레아리랑연합회의 자료실인 계동 사무실은 문을 열자 삼면을 둘러싼 책장에 족히 만권이 넘어 보이는 책과 자료들이 넘쳐났다. 발 디딜 틈 없는 서고는 계동 외에도 두 곳이 더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아리랑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32년간, 스스로 자료 수집을 위해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관련 악보, 서적, 연극 등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정작 수많은 아리랑의 문화콘텐츠를 보관하고 전시할 장소가 없다는 게 그가 지적한 부분이다.

그는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자 보전·전승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지금껏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아리랑의 보전에 앞장섰다고 한다면 이제 국가차원에서 보전과 전승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합니다”라며 박물관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아리랑은 남과 북, 그리고 전 세계 145개국 한민족 동포들에 널리 퍼져있다. 세계 각지로 흩어진 아리랑은 각각의 문화적인 배경과 특색이 제각각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 역시 필수다.

이 가운데 남한보다 아리랑의 현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인 북한의 경우 과거 아리랑에 대한 보전보다는 현 사회주의 체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통일아리랑’ 등의 창작아리랑을 현 정권에서 강요한다는 데 보전의 어려움이 있다.

1945년 해방이전의 아리랑 역시 구전되고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아리랑의 운율이나 음반 역시 정부의 소유다. 이에 새롭게 재편된 현대적 아리랑 때문에 함경도 아리랑 등에 대한 보전이 시급하다는 게 김 상임이사의 주장이다. 북한 지역의 아리랑 보전 계획이 구체적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현재 정부 주도 기관인 문화재청은 아리랑의 전승 계획을 예정하며 이전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띄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법률 제정을 시작으로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 흩어진 아리랑 관련 자료를 구축하고 기획 전시, 축제 지원 등의 보급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하지만 문화재청의 전승 계획이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게 김 상임이사의 주장이다. 또한 145개국 해외동포들에 대한 지원도 함께 포함되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문화재청이 해야 할 일은 다양합니다. 아리랑의 세계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야함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보전·전승하기 위해서는 아리랑 국립 박물관 건립은 반드시 풀어내야할 숙제입니다”라면서 세계화 그리고 보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아리랑 국립 박물관의 건립이라고 언급했다.
아리랑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이것은 구전된 민요, 사설, 영화는 물론 연극 그리고 무용까지 아리랑과 관련된 문화콘텐츠를 한 데 모으는 것이 주요한 과제다. 물론 아리랑을 눈에 보이지 않는 노래라고 단정 짓는다면 어떻게 아리랑을 만들 수 있는 지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리랑 콘텐츠는 실로 다양하다.

김 상임이사는 스위스는 물론 미국의 한 장로교회 등 전 세계 등지에서 악보, 연극 대본 등의 자료를 한데 모았고 이는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김 상임이사 개인은 물론, 한겨레아리랑연합회가 보유한 모든 자료를 기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든 ‘아리랑’은 ‘조국통일’이라는 과제 앞에 놓인 선물이나 다름없습니다. 북한이 보유한 40여종의 아리랑과 남한의 60여 종의 아리랑의 모든 콘텐츠를 하나로 모은다면 그 자료가 얼마나 방대하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정부에 제안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큰 목표는 현 정부가 제시한 DMZ(비무장지대)평화공원에 아리랑 국립 박물관을 건립하고 아리랑을 보고, 느끼고, 부를 수 있는 한민족평화를 위한 장소를 만드는 게 차후 목표입니다”

이어 “10월 1일을 아리랑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그 어떤 기념일도 남과 북이 통일된 날이 없죠. 하지만 ‘아리랑’을 기념하는 날은 남북이 모두 함께 공감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민족대통합을 위한 아리랑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하는 일도 풀어야할 숙제입니다”라고 말했다. <3편에서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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