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정베드로 목사 "기도 올리는 종교인 두 손에 나사 조여”

김진영 / 기사승인 : 2013-08-28 18: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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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베드로가 말하는 북한 종교박해 실상
ⓒ사진제공=북한정의연대
[일요주간=김진영 기자] 역사상 최악의 지도자로 악명 높은 나치정권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에서 가스로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역사의 끔찍한 기록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등 여러 예술작품에 묘사되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21세기인 작금에도 히틀러보다 더한 독재자가 한반도 북쪽에 건재하고 있다. 북한은 주체사상 아래 죄 없는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박해와 탄압을 일삼으며 다른 민족도 아닌 동족을, 그리고 자국민을 지옥으로 내몰고 있다. <일요주간>은 지난호(412호)에서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목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종교박해와 지하종교의 충격적인 실상을 폭로한 바 있다. 이번호에서는 그 두 번째 이야기를 전격 공개한다.

北, 종교자유 특별 우려국(CPCs)

美 국무부는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을 근거로 북한을 2001년부터 2012년에 이르기까지 총 11년 연속 종교자유 특별 우려국(CPCs)으로 지정하고 있다.

‘2012 국제 종교자유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개인이 종교적 신념을 선택하고 밝힐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 활동 참여시 엄벌에 처한다고 언급돼 있다. 북한 외에도 미얀마, 중국, 이란, 에리트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우즈베키스탄 등 15개국이 특별 우려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북한 당국은 해외 기독교인들의 지원을 구하기 위해 1981년과 82년, 각각 오스트리아 빈과 핀란드 헬싱키에서 회담을 개최했는데 WCC(세계교회협의회) 일원이 되기는커녕 기각 당했다. 종교자유의 증거로 국제사회에 제시한 평양의 교회 3곳(봉수교회, 칠골교회, 제일교회) 역시 외국 종교단체나 국제기구의 원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정베드로 목사는 “김일성은 정권 수립 초반부터 기독교 말살 정책을 펴면서 그루터기 기독교인을 집단수용소에 격리 시켰다. 그리고 그 때 했던 말이 ‘너희들이 믿는 하나님이 정말 위대하고 살아있는 존재인지, 아니면 유물론적 주체사상의 영향이 위대한지 직접 증명해보이겠다’면서 기독교인과 그 가족을 반혁명계층으로 분류해 산골지역으로 유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대적인 탄압으로 인해 기독교가 표면적으로 사라지게 되자 60년대에는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노인들에 한해 공식적인 가정예배소를 허용하되 전도행위는 금지했다”고 언급하며 “하지만 최근 탈북민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평양 이외 지방에 북한 당국이 인정하는 가정예배소가 있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북한정의연대

유대인 학살보다 잔인한 비극

북한 당국의 감시와 탄압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기독교인들은 지하로 숨어들게 된다. 한때 이들 지하교인들은 감시를 피해 깊은 산속의 비밀장소에 모여 기도회를 하거나 특히 부활절과 성탄절에는 지하교회의 목사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등 조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종교 활동이 당국에 적발되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북한보위부의 군홧발 아래 놓이게 된다. 집단수용소에 수감된 기독교인은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을 당하거나 처참하게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체포된 지하교회 교인들은 특수부대 훈련용 교보재가 된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손을 모아 기도를 드리다가 두 손에 볼트와 너트가 조여지고, 나무에 묶인 채 특수부대의 칼과 주먹을 받아내야 했으며, 독가스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80년대 증산교화소에서는 고된 노동과 굶주림으로 사망한 수많은 시체들을 더 이상 묻을 곳이 없어 반 토막으로 잘라 포대에 넣어 처리할 정도였으며 개천교화소에서는 화형을 하기도 했다.

청진시 도보위부 지하실에서는 조사과정에서 사망한 이들의 시체를 동물원 맹수들의 먹이로 주었으며,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한국선교사를 만났다는 이유로 손톱과 이를 강제로 뽑히는 고문에 처했다.
보안원 중에는 여성 수감자들을 나체로 만들어 돼지고기를 낚시대에 달고 뜀뛰어 입으로 낚아채는 식으로 인간모욕적인 행위를 시키기도 했으며 임신한 여성탈북자가 북송되면 강제 낙태시키고 이후에는 자궁 안을 불고문 하여 더 이상 임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한 핏줄, 같은 민족을 잔인하게 죽이고 고문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정 목사는 “몇 달 전 폴란드에서 독일인이 유대인을 가두고 살해한 수용소를 방문해 당시 증언과 사진들을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유대인학살보다 북한의 인권탄압이 훨씬 잔인하고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인류 최악의 비극이다. 우리 민족이 우리 민족을 죽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단지 동포요, 한 민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평화와 통일을 말하는 것은 악마에게 재물을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라오스 꽃제비에 메리크리스마스를

정 목사는 더 이상 북한의 현실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와 더불어 대한민국 역시 한 목소리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을 보장해야 하며 강제 북송 조치 역시 강력하게 규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전반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표되고 또 지난해 3월부터 탈북난민에 대해 강제 북송을 중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결의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라오스 꽃제비 강제 북송 등 여전히 주변국들의 협조가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베드로 목사
특히 탈북자의 강제 북송이 가장 빈번한 중국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목사는 “국제인권협약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내법보다 상위법으로써 이에 따르는 의무를 반드시 이행할 필요가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탈북자가 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제 북송 조치 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목사는 한국 정부 역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도 문제가 있다.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에 대해 중국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해도 모자랄 판에 ‘협조를 부탁합니다’라며 고개만 조아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제 북송 문제는) 그저 입으로, 말로만 해서 될 일이 아니고 국제법에 따라 외교적으로 문서화해 요청하고 전달해야 한다”며 “(지금) 전혀 그런 외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목사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한반도의 북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명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보다 오히려 국제 사회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씁쓸함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럴 때 일수록 북한 인권을 알리는 활동가로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고.

그는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무조건 시위만 하고 대모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게 된 데에는 북한인권국제활동가와 수많은 NGO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저희 같은 NGO의 사명은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국제법에 맞게 이를 알리고 문서화하며, 또 국제회의에도 참여해 증언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 인권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과 북한 등 동포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인류와 국제사회의 문제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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