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갑 “세계 속 아리랑, 한민족 염원(念願) 이룰 토대”

이희원 / 기사승인 : 2014-01-16 15: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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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터뷰 3편] 아리랑 권위자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일요주간

“미국의 한인 폭동 어루만진 연극 ‘민들레 아리랑’부터 김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까지 한민족 이은 통일의 염원, 그 중심에 있다”


[일요주간=이희원 기자] “아리랑은 ‘진언’(眞言)···한민족의 염원을 담은 응답이다.”

지난해 마지막 날,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중요무형문화재 재정 시 보유자 없이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한 내용이 포함됐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등재로 전 세계에 한국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유산임을 증명한 아리랑은 이제 국가 지정 문화재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요주간>은 32년 간, 아리랑을 향한 사랑 하나로 자리를 지켜낸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와의 마지막 시간으로 세계 속의 아리랑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계 곳곳에 퍼진 아리랑, 통일의 염원을 담을 그릇이 아닐 까요”

1992년 미국 로스 엔젤레스(LA)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소수의 히스패닉을 포함한)의 폭동이 일어났다. 당시 폭동의 타겟이 한인 마트로 지목되면서 한인 타운의 90%가 파괴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애초에 미국은 국민의 주체가 원주민들을 내쫓아 이민자들로 건설한 국가다. 미국의 독립운동도 원주민의 도움 없이 성공하지 못했기에 미국의 역사를 ‘수탈(收奪)의 역사’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다수의 인종들이 국가의 토대를 이룬 미국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56%에 달한다. 그러나 연방노동청과 통계청 등이 발표한 자료에서 미국 안의 흑인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라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재선이라는 기적과 같은 성과를 만들어냈으니 ‘차별’이라는 카드는 예전에 비해 개선됐다지만 말이다.

김연갑 상임이사는 20년 전 미국 LA에서 일어난 한인 폭동을 언급하며 “당시 한인 마트에 무차별적인 폭동 행태를 가한 흑인들로 한인 교민과 흑인(소수의 히스패닉 포함)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교민 사회에서 흑인들을 상대로 쉽게 말을 건네는 것조차 힘들었던 것이 20여 년 전 당시 상황 이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상임이사가 아리랑을 주제로 한 인터뷰에 ‘LA 흑인 폭동’을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미국은 이민 쿼터의 증가로 한인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까지 마치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시기였다. 폭동이 발생하자 피해의 몫은 고스란히 한인 교민에게로 돌아왔다.

한인 사회와 흑인 사회의 대립으로 비춰졌던 당시 사건은 대다수의 한인마트가 셔터를 내렸다. 다민족 간 갈등이 최고조를 이루며 사태가 발생했지만 희생자들은 한인 교민들에서 나왔다.

그는 “제가 20년이 넘은 LA폭동을 언급한 것은 아리랑을 주제로 한 연극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고자 함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피해를 넘어서 한인사회의 파괴를 불러온 당시 폭동의 아픔을 달래고자 <민들레 아리랑>이라는 연극이 2주간 열렸습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석만 교수가 연출을 맡았고 극단 ‘민예’출신의 원로 극작가인 장소현씨가 대본을 써 올린 연극이었습니다. 연극은 다수의 한인 교민은 물론 당시 피의자가 되어버린 흑인들 사이에도 눈물을 빼는 연극이었죠. 피해자인 한인 교민도, 불행히도 피의자가 됐던 흑인과 히스패닉 계 인종들 모두 ‘이주 노동자’라는 미국에서의 신분은 동일했다는 점에서 연극은 공감대를 이루기에 충분 했습니다”라며 설명을 이었다.

<민들레 아리랑>은 연극이기 이전에 흑인 폭동 직후 인종 간 불협화음이 최고조를 이룬 당시, 인종 화합의 기점을 만드는 일종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김 상임이사의 말이다.

결국 아리랑은 이전호에서도 언급했듯이 국악, 민요 등의 좁은 범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연극 등에까지 확장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당시 LA 흑인 폭동을 연극 <민들레 아리랑>으로 상처를 입은 한인 교민과 흑인사회 등 다인종들을 어루만지는 데 일조했고 그 중심에 ‘아리랑’이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김 상임이사는 “아리랑의 콘텐츠는 이렇듯 다양하고 세계화에 걸 맞는 상품입니다. 아리랑에 대한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고유한 ‘문화’라는 것을 깨닫고 세계 곳곳에 뿔뿔이 흩어진 한민족, 그리고 다수의 인종들을 어루만지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국민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라며 세계 속의 아리랑을 재차 강조했다.

▲ 개인 서고이자 한겨레아리랑연합회의 자료실인 계동 사무실 전경. 빼곡히 자리한 서적과 음반 등의 자료들이 김연갑 상임이사의 32년 아리랑 사(史)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요주간

아리랑 복원은 통일의 염원


김 상임이사는 <민들레아리랑>과 같은 연극, 조정래 작가의 소설 <아리랑>은 물론 생활 속 곳곳에 스며든 우리 아리랑의 뿌리를 찾는 것이 곧 갈라진 남과 북을 이을 수 있는 가교(架橋)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 아리랑 등이 비록 사상가와 같이 불리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보지 말라는 것. 그의 주장은 단순한 ‘아리랑’은 결국 민족의 화합을 불러오는 데 충분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는 “6·25 전쟁 당시 남쪽에 있던 한국군은 북에 있는 북한군을 향해 아리랑의 곡조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네 님은요 전쟁터에 갔구요~’로 시작하는 당시 아리랑을 듣고 북한군의 귀순도 이뤄졌다 들었습니다. 현재 북에서 불리 우는 아리랑 역시 그 색은 우리와 다른 사회주의 국가 이념으로 변질됐을 수는 있지만 한민족의 한을 담은 아리랑이라는 점에서 똑같이 가슴이 저미는 것은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바로 아리랑의 저항·대동·상생의 3대 정신이 한민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 아닐 까요”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아리랑은 ‘변질’된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시기마다 한민족의 버팀목이 되었던 점에 주목해야한다는 것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다. 기존의 아리랑을 ‘민요’라는 한 가지 범주에 한정했었다면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구전된 민요는 각 지역별로 그 특색을 존중하며 의미를 되새겨야한다며 김 상임이사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랑의 보존 계획은 우리(한겨레아리랑연합회)가 씨를 흩뿌렸다면 이제 문화재청 등 관련부처가 이를 거둬들일 때입니다. 제가 남과 북의 경계선인 DMZ에 국립 아리랑 박물관을 지어야한다고 건의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죠”라고 덧붙였다.

아리랑 상(Arirang Prize) 복원은 필수

아리랑의 다양한 콘텐츠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실로 다양하다. 나라를 빼앗긴 한을 영화에 담은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을 비롯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윤도현 밴드가 불렀던 응원가 <아리랑>그리고 피겨 여왕 김연아가 자신의 무대에 올린 <오마주 투 코리아> 등은 아리랑이 바로 한민족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으로 그 힘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김 상임이사는 이렇듯 한민족을 대동·저항·상생의 정신으로 뭉친 아리랑을 보편적인 가치로 확대시키는 일환으로 아리랑 상(Arirang Prize)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리랑 상은 지난 2001년 한국이 지원해 제정하면서 유네스코가 시행해왔지만 2007년 제3차 시상을 끝으로 폐지됐다.

그는 아리랑 상의 폐지가 없었다면 중국이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하는 만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끊임없이 세계 속의 아리랑은 한민족 고유의 문화임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김 상임이사는 “10월 1일을 아리랑의 날로 제정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남과 북이 함께하는 기념일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아리랑의 날 제정과 함께 아리랑 상의 복원도 필요하죠.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 선포된 이후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북한의 ‘조선민요 아리랑’을 쓴 윤수동 작가에 수상의 영광을 돌렸습니다. 방북이 어려운 만큼 다른 채널을 통해 상을 전달할 계획을 세운 상태이고요. 아리랑 상의 복원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죠”

끝으로 김 상임이사는 직지사 관음스님의 말을 꺼냈다. “관음스님은 아리랑은 진언(眞言)이라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응답에 ‘아멘’을, 부처를 믿는 자들은 ‘아미타불’이라 대답하듯 아리랑은 한민족을 향한 응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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