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박은미 기자] 흥행하는 작품 속에는 주연배우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미친 존재감’을 뽐내는 최고의 명품 조연들!! 명품 조연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완성시키는 필수요소다. 직장인의 퇴근시간을 앞당긴 <아내의 유혹>에서 하늘고모와 코믹한 러브라인을 형성한 국민오빠 ‘구강재’, 시청률 60%에 육박하는 <야인시대> 속 시대를 풍미한 주먹 ‘임화수’, <올인>에서 이병헌과 지성 사이를 오가는 부패하고 냉철한 형사 ‘박태준’. 이들은 드라마가 끝나고도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법한 캐릭터다. 자연스럽게 작품에 스며들어 마치 우리의 기억에 실제인물처럼 남아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임화수’같은 터프함과 ‘박태준’스러운 귀여움이 공존하는 천의 얼굴의 가진 배우. 최준용을 만났다. ▲ <야인시대>의 임화수, <아내의 유혹>의 구강재 등 다영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 최준용
‘명품 악역’부터 ‘국민 오빠’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
예능서 싱글파파 일상공개, 인간적인 모습 인기몰이
1992년 S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최준용은 데뷔 22년차 베테랑 연기자다. <야인시대>, <올인>, <아름다운 유혹>, <게임의 여왕>, <장길산>, <이브의 경고>, <조폭마누라>, <추적자>, <불멸의 이순신>, <천추태후> 등에 오랜 시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꾸준히 연기 생활을 펼쳐왔다, <아내의 유혹>을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건달이나 부패한 형사같은 악역 전문배우로 이름을 알려왔다. ‘명품 악역’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왔던 최준용에게 “악역을 정말 잘 소화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팬들의 칭찬이 어떻게 들릴까 궁금했다.
“사실 그동안 코믹스러운 역할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대부분 맡았던 역할 중 악역을 기억하더라(웃음). 아마도 표독한 표정으로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거나 감정신이 폭발하는 장면이 더해져 시청자들의 기억에 더 남은 거 같다”
최준용을 실제로 알거나 잠깐씩 마주쳐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순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악랄한 역을 하냐며 놀라곤 한다. 이런 그에게 <아내의 유혹>의 강재라는 역할은 배우로서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한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최준용은 지능은 모자라지만 순수한 하늘이 고모(오영실 분)과 핑크빛 로맨스를 보여주며 악연 전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남자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극중 동생 은재가 바다에 빠져 죽은 후 오열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고교 담임선생님 권유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어린시절에는 공부를 꽤 잘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노는 것이 공부하는 것보다 더 좋더라. 그러다 보니 자연히 공부와 멀어지고 성적이 떨어졌다. 하루는 담임선생님께서 이런 저를 부르더니 연극영화과를 가라고 말씀하셨다. ‘너는 끼가 보이니 꼭 연영과를 가야한다’고 하시더라. 솔직히 당시 연기에 흥미는 없었지만 영화연출을 하고 싶어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영화연출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영화제작 현장을 체험할 기회가 없어 연극무대에 주로 서게 됐다. 무대에 오르면 심장이 떨리는 그 무엇을 느꼈고 그 때부터 목표가 생겨 연기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선생님의 선경지명은 제대로 통한 셈이다. 최준용은 그 흔한 카메라 공포증이나 무대 울렁증도 없을 정도로 확실히 연기가 천직이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도 드라마 대사 한마디에 목숨을 걸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1992년 <여형사 8080>이라는 단막극에 조연으로 첫 데뷔한 그는 애드리브로 없던 대사를 만들어 낸 에스포드를 들러줬다.
“<여행사 8080>은 국내드라마 사상 최초로 여형사들의 활약상을 다룬 수사물이다. 공채 동기인 김지수가 주인공으로 바로 캐스팅 됐는데 지수에게 ‘파일로 내 머리를 쌔게 때려 달라’고 부탁해 대사를 만들어 냈다. 지수가 나를 때리면 ‘잡범’이었던 저는 ‘왜 때려요’라고 대드는 식이였다”
최근 최준용은 JTBC 예능 ‘화끈한 가족’에 출연해 예능대세인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을 마쳤다. ‘화끈한 가족’은 싱글파파인 최준용 가족의 일상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부모님과 10년 가까이 따로 살다가 본가에 들어가 겪는 좌충우돌 싱글라이프가 그려졌다.
“예능은 정말 리얼로 진행되더라(웃음). 특히 ‘화려한 가족’의 경우 가족들과 같이 출연해 더욱 뜻 깊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앞에서 다른 누군가의 삶이 아닌 저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예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최준용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있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여전히 ‘연기’와 연결돼 있었다.
“가끔 연기 도중 내 안에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들어 왔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연기에 빠져들 수 없는 거다. 특히 이런 감정은 관객과 바로 소통할 수 있는 무대 위에서 연기할때 자주 든다. 이런 느낌이 드는 순간 내가 이 길을 고집하며 제대로 살아왔구나 느낀다”
지난 22년간 악역부터 멜로까지 웬만한 역할은 다 해봤지만 영화 ‘오아시스’에서 배우 문소리가 보여준 연기처럼 뇌성마비라는 중증장애를 타고났을지라도 세상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해 보고 싶다는 최준용. 그는 늘 새로운 연기 도전을 꿈꾸는 ‘천상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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