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박은미 기자] 2013년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4조 6315억 원으로 반도체 시장을 웃돈다. 특히 실버세대를 위한 비즈니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신(新)성장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소위 ‘의료선진국’에 의해 주도돼 왔다. 따라서 그동안 의료선진국들은 의료산업에 있어 한국을 변방국가쯤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도를 완전히 뒤집고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의료기기 전문 생산업체 ‘부흥메디컬’이다. 부흥메디컬은 전무했던 자국 의료기기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부터 외수용 제품을 만들어 수출만 고집했다. 부흥메디컬 문명건 사장은 “의학전문가들에게 인정받지 않은 제품은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하루 3~4시간의 잠만 자며 30여 년간 기술개발에 열정을 비쳤다. 그 결과 높았던 의료선진국의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한국 의료기기 기술에 대한 세계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 문 사장은 세계최초로 특허를 획득한 ‘중주파’ 기술을 중심으로 ‘주파수 전기치료기 개발’의 한 길을 걸어오며 국내 의료기기 품질의 우수성을 의료선진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이에 <일요주간>은 지난 10일 문 사장을 만나 기업 성장 스토리와 국내 의료기기 시장혁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부흥메디컬 문명건 사장
“의료선진국 ‘부흥 특허 팔아 달라’ 제안 쇄도했지만 거절
국내의료기관 외산 선호 안타까워…국산 진입장벽 낮춰야”
세계최초만이 살길
30대 시절 일본에 출장을 다니며 접한 다양한 의료기기 제품에 놀라 잘 나가던 엔지니어 직장을 과감하게 접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 문 사장. 문 사장은 신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 나름의 철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 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또한 경제성과 지속성을 지녀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따져보니 교육과 의료사업밖에 없더라.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최초 외국보다 더 뛰어난 의료기기를 개발해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품 개발에 나선 1980년대에는 의료기기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국내 현실을 반영해 수출에 중점을 뒀다. 당시 일본과 미국 등의 의료선진국들이 우리나라에게서 돈을 벌어가는 입장이었지만 반대로 우리가 일본에 수출해 엔화를 벌어오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선진국의 제품들을 비슷하게 카피해서는 승산이 없었고 자존심 또한 허락지 않았다. 무조건 세계최초 기술 개발. 이것에만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문 사장은 세계 최초로 저주파 치료기를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는 ‘저주파 치료기’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 문 사장이 개발한 기기는 ‘전기 충격기’ 혹은 ‘감전기’라고 불리며 물리치료용 기기로 사용됐다. 그 후 ‘주파수 전기치료기 개발’의 한 길을 걸어오며 국내 의료기기 품질의 우수성을 의료선진국에서 인정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세계를 발로 뛰다
문 사장은 그야말로 독학으로 주파수를 공부한 케이스다. 정규 교육 없이 모든 지식을 독학으로 쌓았는데 어떻게 이런 단단한 이론적 배경을 갖출 수 있었는지 인터뷰 내내 감탄스러웠다.
“우선 주파수와 관련된 세계의 의료 논문들을 다 독파했다. 이론이 확실히 정립되고 세계 의료선진국의 의료기관을 들러 각종 주파수 의료기기를 직접 보며 책에서 배운 것과 맞춰 나갔다. 그 후 기기 분석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조차 안 들어오는 의료기기를 수입해 뜯어 분석했고 수십년간 이런 과정을 반복해 ‘주파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의료용 ‘주파수’란 심부열이라는 온열효과로 물리적인 자극이 아닌 생화학적으로 조직을 자극하여 치료하는 기술이다. 주파수 종류에 따라 인체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고 효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주파수가 사용용도에 맞지 않을 경우 심부열이 과도하게 발생되어 화상의 위험이 따르는가 하면 심부열 발생이 다소 부족한 경우에는 기대효과를 볼 수 없다. 의료용 주파수는 고주파·중주파·저주파도 나뉜다. 고주파의 경우 피부 속 진피와 지방층까지 투입해 효과가 크지만 위험하고 저주파는 그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고주파와 저주파의 단점의 보완한 것이 바로 중주파라고 문 사장은 설명했다.
“중주파는 간섭파형이라고 해서, 서로 다른 중주파를 대각선으로 교차시켜서 크로버 형태의 간섭파형이 만든다. 이러한 간섭파는 저주파 보다 피부저항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전류를 인체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침투 깊이가 깊으며 넓은 부위를 자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저주파 보단 중주파가 진보된 기기라 할 수 있다”
부흥메디컬의 모든 의료기기에는 특허를 획득한 ‘주파수’ 기술이 담겨있다. 부흥메디컬의 전문 의료기기인 ▲프리엠(진동마사지 및 다기능 물리치료기) ▲프리큐(무선 저주파 다기능 물리치료기) ▲쉘라(다기능 스킨케어 냉온마사지기) ▲떼리야(피스톤 방식 경혈마사지기) ▲에어로믹스(에어 방식 경혈마사지기)등은 정부가 인증으로 해외로 수출하는 히트제품으로, 올 9월 국내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문 사장은 중주파를 이용한 변조주파수인 ‘베타파’ 개발도 성공해 세계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베타파’는 내성도 만들어 지지 않는 혁신적인 기술로 부흥메디컬이 세계적인 의료기기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선진국이 인정
서울시 구로구 독산동에 위치한 ‘부흥메디컬’은 의료·미용·건강 기기 생산 전문 업체다. 34년 동안 다양한 의료기기를 연구 개발 및 제조, 판매하고 있는 기업으로 의료기기 인식이 전무했던 1980년도부터 꾸준히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하며 총 53개 국내 특허와 26개 해외 특허를 획득했다.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 상품 생산 기업’으로 다음해인 2009년에는 ‘대일 수출 유망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부흥메디컬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을 가득채운 특허장들이 눈에 띄었다. 모두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인증기관으로부터 획득한 특허다. 부흥메디컬은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와 세계적인 권위의 안전 과학 전문 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의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한국 식약청(KFDA)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일본 품질보증기구(JQ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밖에도 독일 시험인증기관인 T?V와 EU 품질인증 CE·DNV 등의 인증도 획득하며 전 세계적으로 안정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문 사장은 의료기기 제품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와 인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 제품의 하자는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가가 인정하지 않는 제품은 생산할 수 없다. 소비자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아닌 전문가의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중요하다. 따라서 제품을 출시하면 가장먼저 의료선진국에 출시를 하고 검토를 기다린다. 의료선진국은 기술력에 대해 매우 꼼꼼히 검증하고 기업의 인지도와 상관없이 그 결과를 인정해 준다. 임상실험도 외국 바이어들이 직접 해주니 저희 입장에서는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약 30여년전 국제 전시회에 처음 참가했을 당시 모든 국가들은 ‘메이드인 코리아 오~노’를 외쳤다. 하지만 저는 기술에 대한 자신이 있었기에 계속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이제는 독일 일본 등의 유명한 의료대기업들로부터 ‘부흥의 특허를 팔아 달라’고 요청을 받는 입장이다(웃음)”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있어 ‘원칙주의’를 고수해 온 문 사장의 깐깐함이 의료선진국에게 통한 셈이다. 급기야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기술공유를 요구하는 기업도 있었지만 문 사장은 단번에 거절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내기술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고 기술은 대를 영위해야 한다는 것.
국내 의료기관, 국산 진입장벽 낮춰야
국내 의료기기 제조 기업들은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있다. 일본은 의료기기 산업을 아베노믹스의 핵심동력으로 지목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중국, 대만 등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점령하려는 신흥국가들의 등장하고 있다. 이미 외국기업의 의료기기들이 국내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한 중국 제품까지 가세하면, 한국 기업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제는 국산 의료기기 제품이 국내시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간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 상급 의료기관들은 국산보다는 외국산 의료기기를 선호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이러한 경향이 상급병원일수록 심했다.
지난 4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상급 의료기관 119곳에서 사용하는 주요 장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외국산만 사용하는 비중은 77.4%였고, 국산과 외국산 모두 쓰는 비중은 13.1%, 국산만 사용하는 비중은 9.4%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의료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지만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 상급 의료기관에서 따라주지 않고 있는 실정. 문 사장은 국내 의료기관이 앞장서 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품을 개발할 당시 국내 개인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거의 일본 의료기기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일본과 유럽 같은 의료선진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국내의료기관도 계약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오산이었다. 의료선진국에 수출 중인 저희 의료기기를 보여줘도 수입기기를 선호하는 국내 병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해외시장 보다 국내시장의 벽이 더욱 견고함을 깨닫고 수출에만 몰두하게 됐다. 우리 제품보다 외제를 선호하는 의료계의 풍토가 하루 빨리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 의료산업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 직원이 없는 부흥메디컬의 특성 때문에 국내병원의 진입이 더욱 어려웠을 터. 문 사장은 리베이트 영업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범법 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내비쳤다.
“제조회사는 개발하는 회사다. 개발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따라서 저희는 영업직원이 없다. 수 십년동안 모든 것을 투자해 좋은 상품을 만들어 놓고 ‘우리제품을 사용해 달라’며 소위 접대를 제공하는 그런 것은 용납이 안됐다. 원칙대로 만든다면 국산에 대한 국내의료기관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 한다”
문 사장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리베이트라는 악순환의 늪에 불나방처럼 달려들기 보다는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더욱 집중했다고 한다. 원칙을 강조하며 살아온 그의 지난 인생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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