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철도 사업 계기로 한·북·러 정상회담 가능성 있다"

황경진 / 기사승인 : 2014-11-30 1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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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장희 교수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장희 교수

이장희 교수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진다면 이후엔 중국까지 삼각동맹이 될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 힘을 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

[일요주간=황경진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와 연이어 터진 11월 연평포격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해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5.24조치가 내려졌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남북교류·협력이 모두 단절됐다. 현 정부 역시 북한의 잇단 핵실험에 강한 반기를 들면서 남북 간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신밀월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친중(親中) 인사였던 장성택을 사형한 이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멀어지고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운 협력 관계로 급부상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장희 교수를 만나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급변하는 정세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장희 교수와의 일문일답.

-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고위층이 방문하고 남북 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고위급 회담에 대한 성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북한이 '대북전단살포'를 빌미로 대화를 거절했다. 과연 북한은 대화의 의지가 있었다고 보는가, 향후 박근혜 정부 하에서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 2013년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권과는 다르게 '원칙 있는 대북정책, 신뢰프로세스, 신뢰 외교하겠다'고 단언해왔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정몽준 의원과 함께 김정일을 만났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과) 다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 버금가는 대북강경정책을 펴왔다. 서해교전 이후 북한과 우리정부는 상당히 원색적인 비난이 오고 갔다. 그런 것으로 보았을 때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이명박 정부 때보다 (북한을 겨냥한) 비난 수위가 더 높다고 본다.

때마침 올해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한국으로 오게 됐다. 사실 북한은 그 전부터 남한과 대화 의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 인천아시안게임이 북한과의 대화하기에 충분히 좋은 계기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남북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지 못하고 대화의 끈을 놓쳤다. 또 소위 북한의 실세들도 내려왔지만 결국 그들은 청와대 쪽 인사와 만남 없이 북한으로 돌아가 버렸다. 게다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가 30만 장이나 되는 전단지를 북한을 향해 날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 뒤 북한은 ‘군사적 응징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렇듯 지금까지 한반도는 긴장이 지속되는 현실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자존심이 상당히 상했다. 정부가 선수단과 응원단의 비용을 지불해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정부분만 지불한 것이 화근이다. 이 부분을 사과하지 않으면 북한은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박(근혜) 정권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인천아시안게임에 고위급 관료가 내려온 것도 하나의 정보 탐색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 쪽에서 고위급 회담을 제안을 해왔고 북한은 계속해서 미뤄왔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자고는 하지만 북한의 가장 큰 약점을 꼬집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나라 안에서는 물론이고 유엔본부에서도 북한의 인권문제와 북핵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의 약점을 건드렸다. 결국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또한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려면 역할분담을 나눠야한다. 북핵과 같은 무거운 주제는 우리 정부가 하지 말고 국제사회와 제3국이 해주고 우린 북한과의 휴먼 라이트보다는 휴먼 콘텍트. 인적교류를 강조해서 사람의 교류와 물자의 교류를 넓히고 북한의 더 많은 교류를 넓혀서 자유의 바람이 그 사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줘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화의 상대자인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태도이다. 친구가 되어야 한다. 사실 친구가 되는 것은 굉장한 신뢰가 쌓아야 한다. 친구란 것은 허물도 조금 덮어줄줄 알아야한다. 사실 인천아시안게임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당국이 그것을 놓쳤다. 너무나 좁고 용렬한 대북시각으로 인해 놓치게 된 것이다.

- 이희호 여사가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북한을 다녀왔다. 이 두 사람의 방북이 갖는 의미와 향후 남북 관계를 전망한다면.
◇ 이희호 여사가 간다는 것은 과거 6.15남북공동선언의 실천과 그 네트워크를 다시 한 번 이어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또 그것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당국이 아니라 민간인 신분으로서라 가능한 것이다. 과거 남북교류의 본격적인 교류는 금강산 관광을 뱃길로 건너갔던 1998년부터 시작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를 가능케 했다. 2005년엔 육로로 가게 됐다. 현정은 회장의 (11월 18일) 방북은 정주영 회장을 잇는 것이다. 두 여사의 방북이 갖는 의미는 정부가 그동안에 남북관계를 너무 당국위주로 독점한 것에서 투 트랙, 즉 정경분리 원칙을 지킨 것이다. 또 민간인들의 교류협력을 상징적으로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분들이 가더라도 북한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지 간에 당국이 문을 열어준다면 가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교류협력을 넓힐 수 있다. 당국도 필요로 할 것이다. 서로가 정보와 보안관계를, 남북관계를 한차례 높일 수 있는 하나의 기회다.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 북한 김정은이 친중국 성향의 장성택을 처형해 동맹국인 중국과 소원해지고 탈출구로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최해룡이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도 북-러간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 러시아는 소위 남진정책을 추진해오며 부동항을 확보해 자기들의 물류수송을 단축시켜 태평양을 진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과의 관계가) 국익의 사활을 좌우하는 문제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과의 교류에 심혈을 기울여왔었다. 하지만 장성택이 죽고 나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교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틴은 최룡해를 통해 전한 김정은의 친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푸틴은 국제사회로부터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로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동북아를 둘러싼 흐름으로 볼 때 북한과 러시아 간 밀월 관계는 당연한 수순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북러 간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 러시아와 북한이 얻는 게 많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은 중국대로 동북 나진3성이 연결이 돼있고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조금만 연결하면 된다. 특히 러시아가 에너지망 구축이나 남북 철도 연결에 참여한다면 한·북·러 정상회담도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진다면 이후엔 중국까지 삼각동맹이 될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 힘을 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본의 아베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외면하고 한일관계가 과거로 퇴행하면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독도입도지원센터'에 이어 '독도해저지형측량'을 미루면서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 과거 역대 정권이 조용한 외교로 독도문제를 대응했다. 예외로 이승만 정권과 노무현 정권때가 달랐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말에 독도를 방문했을 당시 해양기지센터를 설립하기로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취소됐고 그 시설을 울릉도 백령도에 만들었다. 아마 외교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외교부의 마인드는 그런 조용한 외교다. 사실 독도문제에 대해 외교부 내에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조용한 외교냐, 적극적 외교냐의 문제다. 조용한 외교는 ‘우리가 이미 실효적으로 독도를 지배하고 있으니 일본이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대응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일본이 독도를 분쟁수역화해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작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에 대해서 조용히 대응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일본을 자극하지 말자는 게 조용한 외교다.

그렇다면 독도입도지원센터의 건립이 왜 필요하냐. 일본이 독도가 자신들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1905년 시마네 현에서 다케시마의 날이라 선포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2조 1항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비롯한 한국에 대한 일체의 권리와, 소유권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영토를 정의를 하는데 있어, 독도를 뺏다고 일본은 주장한다. 일본이 영유권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할 때 국제법적인 근거, 국제관습법적으로 ‘우리가 약조했다’고 주장해왔다. 그 다음 근거는 사실 실효적 지배로, 실질적으로 ‘해당 국가 영토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배타적 지배권을 행사한 실적이 있느냐’와 상대적으로 ‘어느 나라가 더욱 우월한 실효적 지배를 했느냐’에 국제사법재판소는 항상 우월한 쪽에 손을 들어줬다. 우리나라는 이미 독도에 독도경비대 36명이 지키고 있고 동도에는 주민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단연 유리하다. 그래도 우리는 독도를 유인도화 해야 한다. 유인도화해야하는 이유는 거기에 사람들이 살아서 소득행위가 일어나고 국가에서 세금을 부가했을 때 독도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국가기관이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권위 있는 국가기관의 행사가 그 땅에 이뤄졌기 때문에 실효적 지배의 근거가 가장 확실한 것이다.

또한 사람이 살기 위해선 쉽게 독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도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독도입도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안전하게 배를 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파제를 만들어야 한다. 독도가 좁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최소한 10가구 정도는 살도록 해야 한다. 경제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곳에 살고 소득발생이 거기서 일어나는 것. 이것이 독도 유인도화의 기초다. 독도 실효적 지배의 핵심이다.

- 항간에는 박근혜정부가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우리는 진영논리에 갇혀서 (외교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힘없는 나라가 살길은 외교다. 우리나라는 현재 완전히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이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과 박 대통령이 만났지만 그 사이 중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이 틈에 껴서 ‘한·중·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하나의 우산을 같이 써볼려고 하는 것이지만 이미 한발 늦은 것이다.

GDP의 2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하고는 경제 교류를 하면서도 역사화해의 문제가 남아있고 러시아와는 에너지 문제가 있고 상당히 복잡한 관계에 놓여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문제가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 볼 때) 러시아편을 들어줬어야하는데 미국편을 들었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외교는 원칙이 없다. 그건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분단체제극복을 위해서는 우선 동북아의 평화가 이뤄져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중국, 일본하고 사이가 나쁘면 곤란하다. 우리는 다자관계 속에서 외교를 해야지. 양자외교를 하면 안 된다. 다자 네크워크 속에서 해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국가이익을 획득해야한다.

동북아의 평화협력측면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북한하고 우선 대화를 해야 한다. ‘남북관계정상화’ 그것이 우리가 내공이 쌓는 길이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받게 돼있다. 결국 우리는 북한과 친구가 돼야한다.

- 한일 관계를 전망한다면.
◇ 사실은 이념대립으로 갈수록 아베가 독도문제에 대해서 도발을 하고 한일 관계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왜곡하고 집단 자위권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나 사과 없이 우리가 만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우리에게 큰 손해다. 장관급은 계속 조율을 하고 정치·군사, 이런 부분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되 비정치적 문제에 대해선 교류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대통령은 마지막 카드다. 역사문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확실한 태도변화가 없이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은 잘못된 역사를 묵인해주는 꼴이 된다. 정부가 굉장히 신중히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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