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명예교수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은 없다. 외교력 키워 우리편 만들어야"

황경진 / 기사승인 : 2015-03-16 11: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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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초대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장희 명예교수
이 전 교수 "현 국제정세와 한반도 상황은 마치 대한제국 말엽과 비슷"
"한반도 사드배치, 핵으로부터 보호는 명분일 뿐 실제론 中 견제 방편"

[일요주간=황경진 기자] "국제사회에서 힘없는 나라는 외교력을 키워야한다" 최근 정년퇴임한 한국외대 이장희 명예교수의 말이다.

지난 39년간 국제법 연구에 몰두해 온 이 교수는 심허 이장희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에서 <약소국의 학문으로서의 국제법>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10일 강연을 하는 등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이자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의 통일운동단체에서 대표직을 맡고 있기도 한 이 전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이슈를 국제법적으로 해석한 책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을 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전 교수는 지난 10<일요주간>과의 인터뷰에서 "퇴임을 해도 예전과 똑같다. 여전히 바쁘다"며 은퇴소회를 밝혔다.
이 전 교수가 생각하는 외교란 무엇일까.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원칙이 있다. 그것이 바로 국제법"이라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국제법이야말로 우리나라와 같은 약소국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안보에 취약하고 부존자원이 없어 안보외교와 통상외교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힘이 없는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외교가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 국제법은 1648년 웨스트팔리아평화조약 이후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와 남미국가를 불법적으로 침탈하며 합리화하는 수단이었다"며 "일본 역시 한국에게 문화를 수출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침략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법은 식민지를 합리화하는 이론적 무기로 쓰여 왔다. 그러나 이 전 교수는 오늘날 국제법은 과거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현재 국제법은 민주주의와 약자를 보호하는 내용으로 변했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 국제정세와 한반도의 주변국가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 전 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모습은 마치 대한제국 말엽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제사회는 제2의 냉전시대라 불릴 만큼 경색국면을 맞이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전 교수는 최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동북아를 겨냥했던 발언에 대해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셔먼의 발언은) 굉장히 무책임하다"며 "셔먼 차관의 발언 이후 미 국무부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셔먼 정무차관은 지난달 27(현지시간)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셔먼 차관은 또 "한국과 중국은 위안부문제를 놓고 일본과 논쟁해왔고 역사교과서와 바다명칭을 놓고도 이견이 표출돼왔다"며 "(이런 상황이) 이해는 가지만 실망스럽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뒤늦게 미 국무부가 셔먼 차관의 발언이 특정 국가를 가리킨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가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외교력과 로비력의 승리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지난 201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진행된 세계평화회의에 참석했었다"며 "당시 일본 측 학자들은 총 46명이나 참가했지만 한국은 6명에 불과했다"며 이같은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일본 외교부에는 국제법률국이 있는데 그 안에 외교 전문가의 수가 우리나라의 3배 가량이나 된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로스쿨을 도입한 이후 헌법, 민법에 밀려 국제법은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한편 최근 마크 리퍼트 주미 대사가 괴한으로부터 피습받는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여당은 미국의 고고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교수는 이에 대해 "한반도의 안보 불안으로 사드배치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한미는 사드에 대해 진작부터 논의를 해왔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드배치를 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이전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와 북한이 빨리 화해를 하고 긴장감을 푼다해도 북핵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이를 엿본 미국이 한국에 사드배치를 통해 겉으로는 북한을 겨냥하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교수는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내 편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선) 한미동맹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미국도 진정한 내 편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우방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력을 키워 우리 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전 교수는 최근 일본을 다녀간 독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전하며 미국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이 전 교수는 "메르켈 총리가 일본에 가서 과거를 똑바로 대면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독일은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한 뒤 주변국들로부터 신뢰를 받고나서 주변국들의 도움을 받아 통일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의 태도는 누가 봐도 잘못하고 있다"며 "과거 미국은 태평양전쟁 이후 도쿄 전범 재판 때 천황을 면제시켜주고 A급 전범 11명을 석방시켰다"고 지적했다.

전쟁범죄를 일으킨 일본과 독일은 패전으로 전쟁이 끝나자 연합국으로부터 적국 지도자와 군부에 대한 처리가 논의됐었다. 후에 일본 전범을 처벌하기 위해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은 기소된 전범 25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됐지만 7명만 사형당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사면됐다.

이에 대해 이 전 교수는 "석방된 이들이 지금은 일본의 기득권 세력이 되어 과거 식민지화했던 사실을 미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역사를 아는 지식인들은 분개할 수 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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